'D의 공포' 진화 나선 韓銀···"소비자물가 연말에 반등"
'D의 공포' 진화 나선 韓銀···"소비자물가 연말에 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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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도 마이너스 물가···"디플레 우려 상황 아냐"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0.04%)를 기록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말께는 반등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다음달 1일 발표되는 9월 소비자물가도 마이너스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부에서 제기되는 디플레이션(deflation) 동요를 일찌감치 잠재우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한은 주장대로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낮다 하더라도 당장 견조한 경제성장에 힘입어 물가도 오르는 선순환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저성장·저물가 시대에서 펼쳐진 디플레이션 논란에 한은이 맞서려면 기준금리를 내려 확장적 통화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30일 한은은 '주요국 물가하락기의 특징'을 발표하고 1990년대 이후(1990년 1분기~2019년 2분기) 주요국을 대상으로 소비자물가 하락 발생원인과 자산가격 조정여부 등을 기준으로 구분해 유형별 특징을 분석했다. 주요국은 OECD 36개국 및 홍콩, 싱가포르, 태국, 대만, 베트남 등 물가하락 경험이 있는 일부 아시아 국가 등 총 41개국을 대상으로 했다. 

◆ "과거 살펴봐도 디플레 징후 없어" = 조사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전체 4749분기 중 물가상승률이 하락한 분기는 전체의 7.4%인 356분기로 집계됐다. 분기 기준 연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기간은 2분기에 불과했다. 중간값 기준 하락률은 -0.5%다. 박상우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 과장은 "물가하락 발생시 대체로 빠른 시일내에 상승으로 전환됐으며 하락폭도 비교적 제한적이었다"고 부연했다. 

물가하락기는 발생시기와 자산가격 조정여부에 따라 시기별로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및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28개)과 2015년을 전후한 유가급락기(28개)로 구분된다. 외환·금융위기는 개인 소비·수입물가 등 수요 충격이, 유가급락기는 국제유가·농축산물가격·환율 등 공급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한 시기로 평가된다. 

표=한국은행
표=한국은행

외환·금융위기 시의 물가 하락기에는 품목별 물가하락 확산속도가 빠르고 성장률이 둔화된 반면, 공급요인이 주도한 유가급락기에는 물가하락 확산속도가 비교적 느리고 성장률 변화도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자산가격 추이별로는 자산가격이 조정된 경우(34개)와 조정되지 않았던 경우(37개)로 나뉜다. 자산가격 조정 여부는 물가하락이 시작된 시점을 기준으로 전후 1년간 주택가격의 하락이 1년 이상 발생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구분했다. 자산가격이 조정되었던 시기의 물가하락은 품목별 확산속도가 빠르고 성장률 둔화를 수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자산가격이 조정되지 않았던 시기의 물가하락은 확산속도가 상대적으로 완만하고 성장률에도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박상우 과장은 "소비자물가지수 하락은 많은 국가에서 적지 않은 빈도로 나타났으며 대부분의 경우 단기간 내에 상승으로 전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물가지수 전반에 걸친 지속적인 가격하락으로 정의되는 디플레이션 현상은 일본 등에 국한됐으며 디플레이션에는 대부분 자산가격 조정을 수반했다"고 부연했다.

결론적으로 최근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공급 측면인 농축수산물가격의 일시적 기저효과 등으로 크게 낮아졌으나 연말경에는 이러한 효과가 사라지면서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한은의 주장이다. 또 한은은 소비자물가 대상품목 중 가격하락 품목의 비중도 일정수준(30% 이하)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물가하락이 장기간 지속된 시기에 이 비중이 50~70%대 수준으로 상승했던 일본, 홍콩 등의 사례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사진=한국은행
사진=한국은행

◆디플레 우려↑···금리인하로 대응하나 = 한은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 후반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보도자료를 낸 것은 최근 들어 이번이 세번째다. 이주열 총재가 지난 27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연 2.2% 경제성장률 달성이 어렵다는 견해를 공식화 한 가운데, 8월 마이너스를 기록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월에도 제자리걸음 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꼬리표처럼 따라올 디플레이션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9월 물가는 일단 마이너스로 예상하고 있다. 한 두 달 정도는 마이너스를 나타낼 걸로 보는데 이는 일시적 현상으로 그칠 것"이라고 재차 선을 그었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이 0%대에 머무르다 결국 물가하락을 의미하는 마이너스까치 추락한 게 현실이다. 기조적 물가압력의 둔화가 이어지면서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더욱 낮아질 개연성이 있다. 실제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8%로 2002년 2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찍은 가운데 한은 목표치(연 2%)를 하회했다. 물가가 하락하면 기업의 임금인상률이 하락하고 판매감소→생산감소→투자감소→매출감소의 악순환을 그리며 투자와 소비가 지연되는 경제심리 위축을 촉발, 종국엔 디플레이션으로 치닫게 된다. 

경제가 디플레이션이라는 늪에 빠지게 되면 한은의 통화정책도 무력화되기 쉽다. 때문에 디플레이션 징후가 보일 때 한은이 단호하게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어 방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디플레이션 파이터'로 한은이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18일 신인석 금통위원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경기 침체에 빠진 뒤에는 금리를 크게 낮추더라도 경제를 균형 상태로 돌리는 것이 곤란해진다"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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