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위기의 보험업···"기본에 충실, '상품 경쟁력'이 돌파구"
[창간기획] 위기의 보험업···"기본에 충실, '상품 경쟁력'이 돌파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암보험·어린이보험·달러보험 등 판매강화 트렌드

[서울파이낸스 우승민 기자] 보험업계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저금리 기조와 손해율 악화 등 업황 부진으로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상반기 보험업계의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생보사의 경우 올 상반기 순이익은 2조1283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1487억원) 대비 32.4% 줄었다. 같은 기간 손보사의 경우도 전년 동기 대비 29.5% 감소한 1조4850억원을 기록했다.

수입보험료는 3년째 역성장 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연구원 '2019년 수입보험료 수정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수입보험료가 2017년부터 3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생보사의 올해 수입보험료는 지난해(-2.7%)보다 0.7%포인트 하락한 -3.4%로 예상했고, 손보사도 지난해(3.1%)보다 성장세가 둔화한 2.6%으로 제시했다.

이같이 보험사들의 이익이 크게 줄어든 원인으로는 2022년 도입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와 신지급여력제도(K-ICS) 때문이다. 보험사들이 도입을 앞두고 수익성 확보를 위해 저축성보험 판매 비중을 줄이는 등 상품 포트폴리오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수익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보업계는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실적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보험사의 경우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국고채 및 회사채에 투자한 운용수익률로 수익을 창출한다. 하지만 금리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자산운용을 통한 수익을 내기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심지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인하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

손보사들은 실손의료보험 및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으로 적자폭이 커졌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실손보험 손해율은 약 130%로, 201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손해율이 급상승한 데는 최근 의료비 청구금액 및 청구건수가 늘어나면서 손해액이 급증한 데 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삼성·현대·DB·KB·메리츠화재 등 국내 주요 손보사들의 8월 누적 기준,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5.1~88.1%를 기록하며 적자폭이 커졌다. 자동차보험 적정 손해율은 77~78%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 두차례나 보험료 인상을 단행한 바 있어, 추가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보험사들이 저성장 늪에 빠지면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상품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으로 암보험과 달러보험, 어린이보험이 근래 눈에 띈다.

특히 고객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는 보험 상품인 암보험 시장을 돌파구로 활용하고 있다. 인보험시장은 손보업계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암이 관리 가능한 질병으로 인식되면서, 암보험에 대한 보장을 확대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암 발생 전 단계부터 보장하는 등 감액기간을 없앤 상품을 속속 내놓으며 공격적 영업에 나서고 있다.

어린이보험은 성인도 가입이 가능하고 실속이 있어 속칭 '어른이보험'으로도 불리며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험사들은 미세먼지와 스마트폰 등 환경·트렌드 변화에 따른 보장을 강화하거나 가입연령 확대를 통해 수익을 늘려가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보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외국계 생보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먹거리로 떠올랐다. 최근 저금리 기조와 원화 약세 등으로 대외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소비자들의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달러보험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외화보험은 올 상반기에만 1만5735건이 판매됐고, 초회보험료도 1874억원에 달했다.

현재 보험시장의 영업불황은 장기화로 접어들었다. 보험업계의 실적 하락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경쟁력 있는' 상품 출시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펼치며, 고객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사진=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 암보험 보장 확대 '총력'

보험사들은 보장성보험 상품 판매를 늘리며 감액기간을 없애고 있다. 감액기간은 통상 가입 후 1~2년간 보험가입금액의 일부만 지급하는 것으로, 미리 질병의 증상을 알고서 보험금을 청구하는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삼성화재는 '건강보험천만안심(간편암플랜)' 상품 개정 때 유사암과 일반암에 대해 감액기간을 없앴다. 유사암(갑상선암, 기타피부암, 경계성종양, 제자리암 등)에 대한 감액기간 폐지는 파격적이다.

지난해부터 암 보험에 대한 감액기간을 폐지한 메리츠화재는 유사암에 대해서만 1년간의 감액기간 50%를 보장하고, 일반암에 대해서는 감액기간 없이 100%를 보장하고 있다. 암 수술비도 감액 없이 암 보장개시일 이후 바로 100% 보장한다.

DB손해보험의 '프로미라이프 참좋은 암보험'도 지난해 2월부터 감액기간을 없앴다. 이 상품은 암으로 수술 때마다 매회 가입금액의 100%를 지급한다.

최근엔 암 발병 전조단계를 보장하는 상품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DB손보는 지난 4일 용종 진단비 등 암 전조 증상과 갑상선기능항진증을 보장하는 'I’mOK(암오케이) 암보험'을 내놓았다. 위나 대장에서 폴립이 발견되는 경우 연간 1회 한으로 최대 20만원까지 진단비를 받을 수 있으며 간, 갑상선, 자궁 등의 폴립은 수술비를 보장한다.

KB손해보험 'KB 암보험과 건강하게 사는 이야기'는 양성종양을 미리 치료함으로써 암 진행을 예방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암 발생 전 단계를 보장하는 상품이다. 위·십이지장·대장의 양성종양과 폴립(용종) 진단비, 갑상선기능항진증 치료비까지 보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메트라이프생명, 푸르덴셜생명, ABL생명)
(사진=메트라이프생명, 푸르덴셜생명, ABL생명)

◇ 외국계 보험사, '달러보험' 격돌

달러보험은 국내 외국계 생명보험사 5곳이 집중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최근 1년 간 5만건 이상 판매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달러보험을 출시한 푸르덴셜생명은 지난 2003년 '달러종신보험' 출시를 시작으로, 2017년 '달러 평생소득 변액연금보험', 2018년 '달러평생보장보험', 올해에는 '달러유니버셜특약', '달러정기특약', '달러가족수입특약' 등 다양한 달러보험 라인업을 고객에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월납 형태로 보험료를 내는 '달러 평생소득 변액연금보험'을 선보였다.

메트라이프생명은 지난 5월 외화통장이나 달러가 없어도 원화로 가입이 가능한 '원화내고 달러모아 저축보험'을 내놓았다. 또 기업의 유동성이나 재무 리스크를 대비할 수 있는 '달러 경영인정기보험'도 출시했다.

ABL생명은 지난달부터 미국 달러로 보험료를 내고 연금을 받는 '보너스주는달러연금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5년 또는 10년간의 이율확정기간을 적용해 가입 시점의 금리로 보험료를 적립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오렌지라이프는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오렌지라이프 달러로 키우는 저축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그 외, AIA생명이 지난 2009년부터 가입시점 금리로 최대 10년간 확정금리를 제공하는 골든타임연금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외화보험은 안전자산인 달러로 자산을 굴려 위험 분산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원화 약세인 상황에서는 환차익도 얻을 수 있다. 외화보험 환차익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또한 외화보험을 10년 이상 유지하면 이자 수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보험계약 만기 때 계약자는 외화로 보험금을 수령하기 때문에, 원화로 변경할 경우 환전수수료가 발생한다. 보험료 납입 시점보다 원화가 강세면 환차손을 입을 수도 있어, 가입 전 해당 상품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사진=메리츠화재, 현대해상)
(사진=메리츠화재, 현대해상)

◇ 밀레니엄 공략···어린이보험 '인기'

지난해 4월 메리츠화재를 시작으로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주요 손해보험사가 어린이보험 가입 연령을 만 30세까지 높였다.

메리츠화재의 어린이보험인 '내MOM같은 어린이보험'은 환경질환인 중증아토피와 ADHD 진단비를 보장해준다. 또한 출산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태반조기박리진단비와 여성산과관련자궁적출수술비를 보장한다. 이 외 유산과 임신중독증 진단비 등 총 10종의 산모담보를 추가했다.

현대해상의 '굿앤굿어린이종합보험'은 2019년 6월 기준 336만건, 1864억원의 판매를 기록했다. 이 상품은 아토피 등 환경성 질환 보장, 최근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는 성조숙증 등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태아부터 최대 100세까지 암·뇌졸중·급성심근경색증 등 주요 성인질병에 대한 보장을 받을 수 있다. 보험기간은 10·20세 만기는 물론 30세 만기까지 마련돼 실질적으로 부모의 품을 떠나는 시점까지 보장이 가능하며 만기 시 80·90·100세 보장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사진=KB손해보험, 동양생명)
(사진=KB손해보험, 동양생명)

KB손해보험도 'KB 희망플러스자녀보험Ⅱ'을 리뉴얼하며 유사암진단비를 3000만원까지 늘렸다. 이 상품은 암, 뇌졸중, 급성심근경색 등 최대 3억원까지 보장하며 가입연령은 0세부터 30세까지다.

NH농협손해보험도 30세까지 가입 가능한 'NH굿플러스가성비어린이보험'을 새로 내놨다. 이 상품은 암 진단비 최대 1억원, 질병후유장해에 최대 1억원 등 보장 금액을 늘리면서도 업계 최저 수준의 보험료가 강점이다.

동양생명은 2030세대를 겨냥해 '수호천사어른이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기존 어린이보험의 장점을 담아 사회초년생, 초보 부모, 보험이 없는 젊은층이 일반 성인보험 대비 저렴한 보험료로 실속있는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가입 가능한 연령대는 만 20∼39세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의 ‘라이프플래닛e플러스어린이보험’은 부담 없는 보험료로 각종 암 진단비, 재해장해, 골절, 입원비, 수술비 등 필요한 주요 급부를 보장한다. 남자아이 5세 기준으로 30세 만기, 순수보장형 월납 보험료는 5170원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어린이보험은 일반 성인보험과 비교해 사망보장은 줄이고 사고‧질병보장에 집중하기 때문에 보험료가 저렴해 20대의 가입률이 높다”며 “어린이보험 시장은 신규 고객 확보 뿐만 아니라 다른 상품으로 가입을 유도할 수도 있기 때문에 보험사들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