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조흥號 선장 내정자 최동수씨, 그는 누구?
<인물탐구>조흥號 선장 내정자 최동수씨, 그는 누구?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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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금융인 생활중 16년 경영경험, 실무보단 관리자형
웨스트팩銀 지점 폐쇄 오점...큰 조직 다룰 그릇되나?

“그만 저를 내버려 두십시오. 더 이상 할 말도 없고 할 수도 없습니다”
지난 1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최동수(사진·57) 조흥은행 행장 내정자는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기회가 되면 열심히 하겠다는”는 행장 후보 선임 직후의 자신감은 자격성 시비 및 자질 논란, 노조에 의한 출근저지 등 외부 압력에 상당히 약화된 느낌이다.

하지만 최 내정자는 “아직 중요한 은행 업무를 파악해야 하는 등 할 일이 산더미인데…”라고 말을 흐려, 행장직에 대한 열의를 내비쳤다.
조흥은행은 수많은 우려곡절 끝에 신한지주에 매각됐고 신한은행과의 합병 전 3년간의 독립경영을 책임질 선장에는 최동수씨가 내정됐다.

행장 선임을 놓고도 자신들의 입지 보전을 위한 조흥은행 신·구주류간 알력으로 인한 어부지리설(說)과 ‘조흥은행 출신’을 상식 보다는 법률적 의미에 더욱 무게를 둬 교묘하게 이를 이용한 신한지주의 전략적 선택이란 분석이 분분하다.

하지만 내막이야 어찌됐건 최 내정자는 3년 동안 조흥호를 이끌어야 한다.
더욱이 신한지주가 초기 행장 선임에 대한 책임론을 감수하면서까지 중간에 행장을 바꿀 가능성은 희박, 향후 3년간 조흥은행의 운명은 최 내정자 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그에 대한 관심은 클 수 밖에 없다. 특히 지난 2000년 조흥은행 부행장 재직시절 옛 서울은행의 경영자문단이었던 도이체방크의 행장후보 추천에서 탈락하고 다음해 2월까지 재직한 후 한샘 부사장(중국 현지 법인장)으로 옮겨 금융계를 떠난 인물로 여겨졌던 터라 더욱 그렇다.

은행 실무보다는 경영의 위치에 오랜기간 있었던 것은 과도기 조흥은행을 이끌 행장으로서 가장 큰 장점이다.
이같은 그의 다양한 경영이력에도 불구 조흥은행과 같은 큰 조직, 특히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매각전 과도기를 이끌만한 그릇이 되는가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아무튼, 그는 지난 69년 체이스맨하탄 은행에 입행, 82년 부지점장에 오르기까지 13년이 은행 실무를 익힐 수 있었던 유일한 기회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후 85-94년 웨스트팩은행, 94-98년 LG종합금융, 98-2001년 조흥은행까지 거의 16년 동안은 경영자의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스포츠 애호가답게 갈등을 화합으로 이끌수 있는 천성을 가진 것과 달리 본격적인 경영자 수업에 들어간 80년말부터 90년대 초 웨스트팩은행 서울지점장 당시 극심한 노사분규를 현명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94년 ‘외국계 은행 최초 지점폐쇄’라는 오명을 뒤집어 써야했다.

서울지점 폐쇄의 표면적 이유는 호주 최대은행인 웨스트팩의 해외점포 축소 전략에 따른 것이었지만 89년 당시 10억원 이상의 순익을 거두는 등 영업호조를 보였던 은행을 폐쇄한 데는 금융권에 유례가 없었던 노사분규 장기화가 도화선이 됐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특히 당시 노조파업에 불씨를 댕긴 것이 사용자측의 ‘기존 단체협약 무효화’였음을 감안할 때 최 내정자도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또 이러한 노사화합 실패 경험은 지금의 조흥은행 노조와의 충돌과 관련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흥은행 노조는 현재 최 내정자 사퇴를 종용하며 준법투쟁을 진행하고 있고 신한지주는 더 이상 노조에 끌여다니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이와 함께 최 내정자는 99년 8월 LG증권과 합병된 LG종금 재직시절 경영개선 및 투자은행 변신을 위한 구조조정 작업을 진두지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LG종금 사임이후 조흥은행으로 둥지를 옮기게 된 계기는 97년 IMF이후 선진금융기법 도입에 사활을 걸었던 DJ정부의 해외파 금융인 대거 확보 방침의 덕이 크다는 지적이다. 98년 최 내정자의 조흥은행 입성 당시, 미국 시민권자를 비롯해 몇몇 금융인이 조흥은행 임원으로 영입됐었다.

물론 최 내정자는 조흥은행 근무 당시 여신제도 개혁 측면에 상당한 관심을 가졌지만 현실화되는 데는 근무 기간이 턱없이 짧았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아무튼, 최 내정자의 어깨는 무겁다. 성장은 둘째치고 3년 동안 별 탈 없이 잘 유지만 시켜도 임무는 다하는 것이라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말하지만 상황이 그리 녹녹치 만은 않다. 시스템 개혁과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댈 신한지주와 직원들의 반발 사이에서 신한지주의 ‘허수아비’가 될 지 아니면 상처받은 조흥직원을 보듬을 ‘방패’가 될 지 귀추가 주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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