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IB ②] '모험자본' 역할 위한 개선 과제는?
[초대형IB ②] '모험자본' 역할 위한 개선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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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사진=박조아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김태동 기자] 초대형투자은행(IB)이 출범한지 2년째를 앞두고 있지만, 당초 취지였던 모험자본 육성을 통한 중소·중견 기업의 자금 공급은 기대에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초대형IB의 모험자본 및 중소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선 발행어음 등에 대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의 모험자본 투자현황을 살펴본 결과, 올들어 중소벤처기업에 직접투자한 금액은 932억원, 신기술조합과 창투 및 벤처 조합에 투자한 금액은 각각 1164억원, 655억원에 그쳤다.

발행어음 사업이 가능한 초대형IB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재 초대형IB의 발행어음 업무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3개사만 영위하고 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IB 중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가 자기신용으로 발행해 일반투자자에게 판매하는 형식의 1년 미만 단기 금융상품이다.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최대 2배까지 자금을 모을 수 있어 수익다각화 수단인 투자은행(IB) 기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계기로 여겨진다. 혁신기업을 포함한 기업금융을 확대하고자 하는 취지로 금융당국이 발행어음을 허용했지만, 벤처기업 등 투자에 있어 기대보다 미흡한 상황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기업 공급 전반을 살펴보면, 초대형IB가 발행어음 조달 자금을 통해 기업금융 규모를 늘린 것은 맞다"며 "신기술조합이나, 창투벤처조합 등 이런 곳에 공급이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비상장 혁신기업이나 벤처기업에 대해선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안나영 한국기업평가 금융본부 수석연구원은 "발행어음을 통한 조달액 중 스타트업 또는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비중은 미미한 상태이기 때문에 모험자본 투자와 관련한 기여도는 크지 않다"며 "국내 증권사는 모험자본 투자와 그에 따른 성과 시현, 트랙레코드가 불충분해 과감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가져가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A급 수준의 회사채 시장 활성화, BBB~A급 수준인 공모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 다양화 측면에서는 유의미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발행어음이 1년 만기의 단기금융 상품인 만큼, 투자에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투자자에게 만기 1년 이내로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는데, 벤처기업에 투자해 결실을 맺기 위해선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통 6~7년 이상 걸리는 장기투자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운용사 측에서는 난항을 겪을수 있다는 설명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초대형IB는 사업의 중소기업 자금 공급 확대는 본질상 단기간에 속성으로 이뤄지기엔 상당히 힘든 영역"이라며 "국가경제적인 차원에선 중소기업들에 대한 자금공급 확대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지만, 위험성이 높은 만큼 초대형IB라고 하더라도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하는 건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 인가 취지가 혁신기업과 모험자본에 투자하는 것이지만, 발행어음을 모두 벤처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며 "규모에 비하면 투자가 적었던 것은 맞지만, 장기적으로 투자비중을 조금씩 늘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전문가들은 초대형IB의 혁신기업 및 모험자본 투자가 활발하지 않은 원인이 평가능력과 경험부족에 있다고 판단했다.

안나영 수석연구원은 "현재 초대형IB들, 특히 발행어음 사업자들의 조달능력과 유동성은 매우 풍부한 반면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모험자본에 대한 투자포션을 충분히 가져가지 않는 이유는 모험자본에 대한 투자성과에 대한 불신, 투자대상에 대한 분석능력 부족(인적자원, 심사시스템 등의 한계), 손실발생시 이를 정상적인 손실률로 인식하기 어려운 관리구조 등에 기인한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장 전문가도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확대를 위해선 우선 중소기업에 대한 충분한 평가 능력과 관련된 경험들이 축적돼야 효율적인 자금 공급 기능들이 작동되는데, 이를 위해선 학습기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발행어음을 비롯한 진입장벽들이 초대형IB의 사업활동에 부담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초대형IB의 투자활성화를 위해선 이를 완화하고 초대형IB의 의무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영업용 순자본비율(NCR) 규제, 레버리지(차입금을 이용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 규제 등의 부분으로 혁신기업투자에 어려움이 있다는 업계의 의견이 있다"며 "비상장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제도의 개선이 필요한지에 대한 업계 의견도 듣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계의 이런 부분을 반영해 제도 개선이 필요한지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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