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경총 회장 "한·일 신뢰 기반으로 세계 경제 견인 해야"(전문)
손경식 경총 회장 "한·일 신뢰 기반으로 세계 경제 견인 해야"(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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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요소, 상호존중과 신뢰로 변화시켜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24일 "한·일 양국이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데 이바지 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이날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1회 한일경제인 회의에 참석해 "동북아 평화와 번영, 그리고 국제분업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한일 간 우호와 협력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51회를 맞는 한·일 경제인회의는 한·일 경제협력 증진을 위해 양국 경제인들이 경제현안과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손 회장은 "한·일 양국은 경제적 호혜 관계 뿐만 아니라 안보 협력의 끈을 튼튼히 유지할 때 서로의 번영과 안정이 확보될 수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감정의 응어리를 뛰어넘어 역내 질서에 대한 현실적 협력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손 회장은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원료, 부품을 수입하고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거나 반제품을 중국에 수출한 후 중국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에 공급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미국, 중국, 동남아 등 많은 국가가 밀접하게 상호 연계되는 국제분업 체계가 선순환 발전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일 양국은 세계적으로 비중 있는 무역 국가로 상호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다 세계 경제를 견인할 책무가 있다"며 "최근 한일 무역분쟁은 양국 기업의 오랜 신뢰 관계를 훼손하고 국제공급망에 예측 불가능성을 초래하는 것으로 국제분업 선순환 구조가 왜곡되고 양국기업들 모두에게 불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손 회장은 "한·일 양국이 국교 정상화 이후 서로를 파트너로 삼아 꾸준한 동반 성장을 이뤄왔다"며 "양국 정부의 협력을 통해 동반 하락이 아닌 동반 성장의 길로 함께 나가길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한·일 관계가 어려운 상황일수록 문화와 체육, 예술, 인적 분야 교류를 확대 강화해 과거사 문제에 대한 원만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갈등요소를 상호존중과 신뢰로 변화시켜야 한다"며 "공고한 경제협력 관계와 경제인 우호 친선관계를 통해 법, 정치, 외교로 풀기 어려운 문제도 한일 경제인들의 실용성, 포용력, 합리성으로 풀어나가자"고 말했다.

[다음은 손경식 경총회장의 개회사 전문]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에 참석해주신 양국 경제인들과 귀빈 여러분 반갑습니다. 무엇보다 오늘 이렇게 귀중한 자리를 마련해주신 한일경제협회 김윤 회장님과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일본측 기조연설을 해주시기 위해 참석해주신 고가 노부유키 회장님을 비롯한 일본측 참석자 여러분들께 각별한 환영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 모두 잘 알다시피, 지역의 평화와 국제질서의 안정은 자유와 번영의 지름길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우리를 둘러싼 동북아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약속에도 불구하고 미북간 교섭에서 실질적 성과가 도출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계속 핵무기, 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어 남북간 힘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거의 완성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되는 북한 핵위협은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세계 안보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고 지난 수십 년간 세계 평화의 한 축이었던 비확산 체제의 근간에도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전략적 경쟁은 군사적 경쟁, 외교력 경쟁을 넘어서서 무역 및 기술패권경쟁으로 치달으면서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전략이 부딪히면서 대만, 동중국해, 남중국해, 동남아, 한반도 등이 미중간의 세력충돌선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정세의 전환기적 시점에 한일관계마저 경색되면서 역내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과거사 현안에 대한 이견이 장기화되면서, 그 여파로 한일 사이에서 수출규제조치가 제도화되고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서로를 배제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나아가 8월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의 연장을 중단한 결정은 한일 안보협력은 물론 한미동맹에도 미묘한 여파를 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때일수록 한일 간 갈등 심화는 상호 손실을 가져다 줄 뿐이고, 오히려 역내 제3국에게만 이익을 주는 역설적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을 새삼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한일 양국은 경제적 호혜관계뿐만 아니라 안보 협력의 끈을 튼튼히 유지할 때 서로의 번영과 안정이 확보될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미국의 동맹인 한일 양국이 함께 지역 안정과 평화를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의 제도화를 해나가야 합니다.

한미일 협력은 동북아 안전을 위해서 군사·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흔히들 북한, 중국, 러시아의 삼각 동맹을 이야기합니다. 북한은 중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으며 러시아와는 전통적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볼 때는 동북아 세력 구도가 좁게는 남북관계, 넓게는 한미일과 북중러 삼각 동맹이 대치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한미일 삼국간 상호 신뢰를 높여야 하며 만일 한미일 협력관계에 균열이 생긴다면 한국의 방어력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도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동북아 지역의 새로운 평화 질서를 구축해 나가기 위해 어느때보다 한미일 협력에 관한 상호 신뢰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러한 맥락에서 한일 양국은 감정의 응어리를 뛰어넘어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역내 질서에 대한 현실적 협력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한일 협력은 어느 영역보다도 중요합니다. 자유무역질서와 국제분업 체제에 기반한 글로벌 밸류 체인(global value chain)은 기업들의 경쟁력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개별기업, 개별국가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 발전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세계 3위와 11위의 경제력을 가진 한일 양국은 비중있는 무역국가일 뿐만 아니라, 한국은 일본의 제3위 수출국이자 5위 수입국이고, 일본은 한국의 제5위 수출국이자 3위 수입국으로서 상호무역의존도 또한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상호신뢰를 기반으로 글로벌 밸류 체인이 원활히 작동되도록 함으로써 세계경제를 견인하는데 기여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도 한국과 일본의 긴밀한 협력관계는 기술 경쟁력의 완성도를 높이고 세계최고 수준의 완제품 생산을 통해 전 세계 소비자들의 생활 만족도 향상에 기여해 왔습니다.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원료, 부품을 수입하고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거나, 반제품을 중국에 수출한 후 중국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중국, 동남아 등 많은 국가들이 밀접하게 상호 연계되는 국제분업 체계가 선순환 발전해 온 것입니다. 

각국의 비교우위를 서로 연결해주는 국제분업 체제 하에서 적시, 적량의 제품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밸류 체인의 선순환적 작동을 저해하게 됩니다. 결국, 부품 원료 제공자, 반제품 및 완제품 생산자, 그리고 국제 소비자 모두에게 손실을 끼치는 바람직하지 못 한 상황을 초래하게 됩니다. 

최근 한일간 무역분쟁은 양국 기업들 사이에 다져온 오랜 신뢰관계를 훼손하고 국제 공급망에 예측불가능성을 초래하는 것으로 국제분업의 선순환 구조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한일 양국 기업들 모두에게 불이익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한국기업은 일본으로부터의 부품, 소재, 장비 수입에 있어 불안정성이 발생하여 제품 생산과 수출에 차질이 생기고, 일본 기업들은 시장과 수익성에 손실을 입게 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일본 기업들은 수출시장이 축소되고 한국 기업들은 기술개발 비용을 포함한 생산 비용이 증가할뿐더러 수요 또한 일본기업과 양분하게 됨으로써 서로 경제적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수출관리제도의 작동으로 양국 기업들 간의 협력이 줄어든다면 투자와 고용, 기업 수익성만 감소하는 게 아니라 양국의 경제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한일 양국이 국교정상화 이후 서로를 협력의 파트너로 삼아 꾸준한 동반 성장을 이뤄왔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양국 정부의 협력을 통해 동반 하락이 아닌 동반 성장의 길로 같이 나아가길 희망합니다. 한국과 일본의 강점을 서로 활용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고 세계공급망을 유지 발전시키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한국과 일본은 일시적으로 손상된 양국 관계를 재구축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습니다.  

양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같은 이념을 공유하는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함께 유지하면서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기반이 침하되지 않도록 하는데도 이해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동북아 평화를 유지하는 협력자인 동시에 자유무역과 시장경제를 수호하는 글로벌 경제 파트너로서 지난날의 갈등과 감정 대립을 넘어서서 21세기에 걸맞는 선린협력관계로 거듭나야 합니다. 
우리는 한미일 협력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재확인하는 바탕위에서 동북아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 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글로벌 밸류 체인의 선순환구조를 유지하고 세계경제 성장에 함께 공헌하는 경제협력의 축을 굳건히 해야 합니다. 

우리 한일 양국은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이자 유사한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경쟁자이면서도 상호의존의 관계입니다. 과거를 진지하게 성찰하면서도 미래 협력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됩니다.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본 국회에서 한 연설처럼 임진왜란 7년과 식민지배 35년의 50년이 채 안 되는 불행한 역사를 탓하며 1500여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을 무의미하게 만들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한일 관계가 어려운 상황일수록 양국의 문화, 체육, 예술, 인적 분야의 교류는 지속되고 확대·강화되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과거사 문제에 대한 원만한 해결방안을 모색해 나가고 서로에 대한 갈등요소들을 상호존중과 신뢰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양국의 경제협력관계와 경제인들의 우호친선관계도 더욱 공고히 해야 할 것입니다. 법, 정치, 외교로 풀기 어려운 문제도 한일 경제인들의 실용성과 포용력, 합리성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한일경제인회의와 같이 한일 경제인들이 함께 모여 신뢰와 협력관계를 확인하고 R&D, 투자,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을 도모하게 되면 양국 관계 회복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결론적으로 한일 양국의 희망은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하고자 합니다. 한일 양국민이 원하는 평화와 번영은 상호보완적이고 협력적인 관계 속에서 더 빨리 달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양국이 과거사의 앙금을 풀어가면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양국의 평화와 번영뿐만 아니라 동북아지역과 전 세계의 발전에도 기여하게 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일본총리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를 전했던 담화의 한 구절로 오늘 제 연설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서로) 의지하는 데는 신의보다 더한 것이 없다"는 구절을 말씀 드립니다.

동북아 평화의 유지와 국제분업 체제의 발전을 위해 한일 양국의 신의의 회복과 강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입니다. 

다시 한 번 내외 귀빈 여러분과 참석자분들께 감사드리며, 이번 한일경제인회의가 양국 공동의 평화와 번영을 향한 경제인들의 지혜를 모을 수 있는 귀중한 자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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