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사회공헌 사업 '생색내기용'?
은행 사회공헌 사업 '생색내기용'?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업銀, 공익재단 설립…진정성 의문
금노, 금융기업의 사회적 책임 논의
 
[서울파이낸스 문선영 기자]<moon@seoulfn.com>은행이 지난 달 22일 설립한 ‘산은나눔재단’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공익재단 설립은 긍정적이지만 그 배경과 의도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산은이 공익재단을 설립한 시기가 산은 김창록 총재가 신정아씨와 관련 논란을 빚은 이후여서 이를 무마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것.
 
또 중요산업자금을 공급․관리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설립된 산은이 굳이 공익재단까지 설립하는 것은 산은 설립 목적 자체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공기업 연봉 공개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급여의 일부를 반납하면서 시작된 ‘산은나눔재단’의 설립자본 역시 개운치가 않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기업인 산업은행의 자본은 곧 국민의 세금이라는 것인데 여기에서 50억원을 출자한 것은 국민의 돈으로 산업은행이 생색내는 꼴이라는 것이다.

비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공익재단을 경영해본 경험이 없는 은행이 한 두푼도 아닌 56억원이라는 큰 돈을 어떻게 운용할지 걱정된다”면서 “차라리 그 돈을 경험이 많은 기존의 공익재단에 기부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사회공헌에 대한 비난은 비단 산업은행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지난 달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마케팅 분야에만 집중됐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시중은행들의 사회공헌 금액은 2119억원 가운데 각종 문화행사 지원과 스포츠구단 운영에 쓰여진 비용이 1338억원으로 전체의 63.2%를 차지한 것.

은행의 마케팅 및 홍보 행사에 사회공헌 활동자금의 절반 이상이 집행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재난 복구비 등 지역사회․공익분야에 지원된 금액은 437억원으로 20.6%에 그쳤으며 소외계층 청소년에 대한 장학금 지원과 학술 교육분야 지원액도 전체 15.2%에 불과한 321억원이었다.

국내 시중은행의 사회공헌활동 지원 규모는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사회공헌활동을 홍보 또는 이벤트, 단순기부의 개념으로 여기는 등 사회공헌에 대한 인식의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

이에 은행의 사회공헌 활동이 은행과 사회와의 공동발전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는 지난 31일 '금융기업의사회적책임, 어떻게할것인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금융기업의 사회적책임, 도덕적 차원 넘어 은행 생존의 관건”이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강조되고 있는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국내 은행의 CSR 경영은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특히, 국내 은행의 경우 경영활동에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 CSR'활동은 매우 적극적으로 활성화 돼있지만 경영 개선을 통한 이익 분배 등의 경제적 책임과 관련한 ‘경제․조직적 CSR’활동은 매우 취약한 실정이라며 국내 은행의 CSR이 ‘고양이 세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금융노조 안기천 본부장은 “CSR을 추진하는 본질적인 의미와 배경을 전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올바른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단순한 기부활동이나 봉사활동이 CSR의 본질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CSR의 기본 정신은 기업의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CSR에 대한 감시체제와 공공성지표개발을 통해 최소한의 금융공공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최정철 기업책임시민센터 이사, 금융노조 안기천 본부장이 참석했다.

문선영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