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갑잖은 신용정보업 초호황
달갑잖은 신용정보업 초호황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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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양길승 前 청와대 제1부속실장 향응 파문과 ‘몰카’ 사건이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양 실장은 이 사건으로 옷을 벗었고 청주 K나이트클럽 소유주 이인호씨와 명목 사장인 유모씨는 검찰에 구속됐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떼 돈’을 번 곳이 있으니 다름아닌 ‘국화베개’ 제조업체. 시중에 잘 알려지지도 않았던 국화베개는 오원배 전 민주당 충북도지부 부지부장이 양 실장에게 선물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기존 제조업체는 물론, 인터넷 쇼핑몰에서까지 날개 돋친 듯 팔린다고 하니 ‘인생 새옹지마’란 옛말이 딱 맞다.

금융권에도 이같은 외부효과를 누리는 곳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신용정보업. 신용불량자 300만시대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한다.

특히 기업 신용평가나 신용조회를 주 업무로 하는 한신평, 한신정, 나이스신용정보 뿐만 아니라 부실채권을 싼 값에 산 뒤 채무자로부터 빚을 받아내는 채권추심업체들의 매출도 눈에 띄게 늘었다.

최근 금감원 집계에 따르면 신용정보업체의 지난해 매출액은 총 6천436억원으로 전년대비 무려 23.4%가 늘었다.

18개 채권추심업체들의 2002년 당기순이익은 27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1.9%가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1천200만원의 적자를 냈던 K 업체의 경우도 올 상반기에는 1억2천만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더욱이 국화베개와는 달리 경기의 굴곡을 덜타는 업종임에도 불구, 워낙 넘쳐나는 부실채권 물량에 올해는 매출액이 1조원을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돈 되는 곳에 빠지지 않는 외국계도 덩달아 국내 금융기관과 손잡고 신용정보업에 진출하고 있다.

GE캐피탈이 서울보증보험과 삼성캐피탈과 합작으로 설립할 ‘SG신용정보’가 금감원 인가를 기다리고 있고 지난 6월 론스타가 전액 출자한 LSI홀딩스는 ‘신한신용정보’의 일부 지분을 획득, 신용정보업에 뛰어들었다.
이 외에도 지난해에는 도이체방크가 삼성, 교보생명이 세운 ‘A&D신용정보’의 지분을 사들였었다.

여기에 하반기에는 부산은행이 설립한 자본금 30억원의 부산신용정보가 금감원 본허가를 받는 즉시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며 농협도 농협자산관리를 통해 본격적인 채권추심업무를 펼칠 계획이다.

하지만 이같은 신용정보업의 초호황이 ‘신용불량 공화국’에 따른 부산물이란 점에서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다. 강압적인 채권추심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불황 속 나홀로 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은 유감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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