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슈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국 경제가 위기라고 진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정동 청와대 경제과학특보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해 '한국 경제의 도전과 과제'를 주제로 강연했다.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진 강연 내용을 보면, 김 실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경제가 과거 경쟁력이 있었던 부분이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다”면서 과거 삼성의 경제전망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실장은 “4년 전 삼성에서 ‘5년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산업은 D램 밖에 없다. 가전과 LCD 분야도 거의 끝나간다’고 했을 때 상당히 엄살이라고 생각했는데, 4~5년이 경과하고 나니 반도체 산업 경쟁력이 하락하는 과정, 그리고 비메모리에서 시스템반도체로 돌아서는 과정을 보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삼성의 전망을 회의적인 시각으로 봤는데, 이제와서 보니 틀린 것이 아니고 현실이 됐다며 이를 수긍한 셈이다. 김 실장은 재벌개혁에 앞장서면서 2000년대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강하게 비판해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까지 얻은 인물. 그런 그가 이같은 진단을 내놓자 워크숍 참석자들은 적잖게 당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 위기가 정말 심각한 모양'이란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김 실장은 그러면서 한국을 둘러싼 경제 환경의 변화를 세계 경제 질서 변화, 동아시아 분업 구조 변화,국내 성장모델 변화 등 세가지 축으로 설명했다.
김 실장은 “과거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 질서가 미·중 G2의 시대로 바뀌면서 불확실성·불안정성이 증가했다”면서 “과거 동아시아에서 적절한 포지셔닝(자리 잡기)으로 고성장을 누렸다가 국가 간 상호의존과 경쟁이 심화됐다"고 봤다. 김 실장은 이를 "한국에겐 위기이자 기회”라면서 “과거 대기업 위주의 고도 성장모델과 낙수효과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인구절벽을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이어 “과거 20년 간 500대 기업에 신규로 진입한 기업 수가 80여개인데 금융 재벌을 제외하면 부끄러운 수준”이라며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많이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노동시장 안정성·유연성과 정규직·비정규직 간 근로실태 이중구조 개혁을 통한 노동생산성 제고, 인구구조 변화와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한 교육개혁의 필요성 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이 특보는 ‘한국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과제’란 제목으로 강연했다. 그는 “한국은 천연자원과 같은 자연적 혜택이 없는 상태에서 빠르게 지식을 흡수해 응용하고, 주력 업종 전환을 통해 경제성장을 달성했지만, 지난 20년간 잠재성장률이 매 5년마다 1%포인트씩 하락하는 등 식어가는 성장엔진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추격형 기술 개발을 통해 제조국가로 성장해왔는데, 성공의 그림자에 가려 독창적 개념 설계가 많이 부족해 기술무역수지가 지속적으로 적자인 점이 아쉽다”고 진잔햇다.
이 특보는 또 “중국은 큰 내수시장의 축적 공간으로 승부하고, 서구 선진국은 축적 시간으로 승부하고 있는데, 한국은 축적 속도에 집중해야 한다”며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건 공공재다. 비용 부담 없이 시행착오를 할 수 있도록 예산과 재정으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