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 은행주, 끝없는 추락···"연기금 보유제한 영향"
'헐값' 은행주, 끝없는 추락···"연기금 보유제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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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연일 하락하면서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 0.4배
구조적 문제···연기금 보유규정 완화가 문제점 해소 단초
올해 4월 이후 은행업종 일봉 차트(키움증권 HTS 캡쳐)
올해 4월 이후 은행업종 일봉 차트(키움증권 HTS 캡쳐)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최근 한달 새 10% 급락하는 등 은행주가 하락한 원인이 '연기금의 보유 제한 규정'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연기금이 은행주를 사고 싶어도 이 규정 때문에 매수할 수가 없고, 외국인의 지분율이 높아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주가는 최근 1년새 연일 하락하면서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40배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PBR은 기업의 재무상태면에서 주가를 판단하는 지표로 주가가 순자산에 비해 1주당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PBR이 1배보다 낮으면 그 기업이 보유한 재산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국내 은행의 경우 PBR이 가장 높은 신한금융지주도 0.54배에 그친다. 이어 KB금융 0.44배, IBK기업은행 0.39배, 하나금융 0.37배 등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출범 1년이 지나지 않아 PBR이 산출되지 않는다.

은행주의 저평가 원인은 경기 하방 우려, 장기화 된 저금리 기조와 함께 특히 외국인 수급 문제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매도하기 시작한 7월 중순 이후 은행 주가는 급격히 하락하면서 한 때 연중 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의 경우 외국인비율은 지난 7월 22일 66.92%였지만 9월 5일에는 65.74%로 1.18%p하락했고, 같은 기간 주가는 4만5450원에서 4만900원으로 4550원(-10.01%) 하락했다.

KB금융도 외국인 지분율이 0.86%p, 주가 12.54%(5700원) 하락했으며, 하나금융은 외국인 지분율 2.33%, 주가 8.60%(3100원) 하락했다. 우리금융과 기업은행도 외국인지분율이 각각 0.67%, 0.81% 하락하면서 주가도 12.68%(1750원), 9.81%(1350원)떨어졌다.

그런데 이같은 문제가 국내 법에 의한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연기금 10% 룰은 완화됐다. 그러나 금융지주회사법 등 관련 법의 보유 제한 규정 때문에 연기금은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의 10%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10%를 초과해서 취득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특히 대표적 연기금인 국민연금은 대부분의 시중은행 주식을 10% 가까이 보유하고 있어 '동일인 보유제한 규정'에 따라 연기금 위탁운용사들이 은행주를 사고 싶어도 매수할 수 없다. 장기적 가치투자자인 연기금이 들어올 수 없어 외국인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고 은행주는 약간의 매도세에도 크게 휘둘리게 됐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은행주 저평가는 구조적인 문제. 연기금 보유 제한 규정 완화해야' 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은산분리 등의 보유 제한규정으로 인해 연기금의 은행주 투자수요는 매우 제한돼 있다"며 "이는 외국인의 은행주 지분율이 60~70%에 달하는 기형적 소유 구조를 야기했고, 지난해부터 외국인이 매도세로 전환하면서 매수 주체 부재로 은행주가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외국인을 붙잡아두기 위해 배당을 높일수도 없는 노릇이다. 배당을 확대하게 되면 즉각 국부 유출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은행주가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외국인 비중이 줄어들고 튼튼한 자본인 연기금 투자가 확대되는 것이 최선이다.

최 연구원은 "연기금 보유 규정 완화가 문제점 해소의 단초가 될 것"이라며 "감독당국이 연기금 등에 대해서는 현재의 은행주 보유 규정을 상당 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국내 연기금 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에 대해서도 금융지주회사법상 10%룰이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며 "문제 제기가 계속 이어질 경우 관련해서 논의가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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