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증하는 韓경제 디플레이션 우려···정부·한은 "괜찮다" 일축
점증하는 韓경제 디플레이션 우려···정부·한은 "괜찮다"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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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디플레이터 3분기 연속 하락···소비자물가 첫 0.0%
저성장·저물가 심화···한은 "연말 물가 빠르게 반등할 것"
소비자가물가 0%대가 이어지면서 급기야 마이너스를 사상 처음으로 기록했다. 사진은 구리농수산물시장. (사진=서울파이낸스)
소비자가물가 0%대가 이어지면서 급기야 마이너스를 사상 처음으로 기록했다. 사진은 구리농수산물시장. (사진=서울파이낸스)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우리나라의 종합적인 물가수준을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가 1999년 이후 처음으로 3분기 연속 하락한 가운데,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경기침체와 물가하락이 겹치는 디플레이션(deflation)'의 전조 아니냐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지만 정부와 한국은행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일축했다.

3일 한은이 발표한 '2019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2분기 GDP 디플레이터가 전분기 대비 -0.7%를 기록하며 2006년 1분기 이후 13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였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1999년 이후 처음으로 3분기 연속 하락했다. GDP 디플레이터는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지표로 수출 물가 등을 포함한 경제 전체의 물가 상승률을 의미한다 .

◆GDP 디플레이터 3분기 연속↓·소비자물가 사상 첫 마이너스= 지난해 4분기 -0.1%, 올해 1분기 -0.5%를 거치며 GDP 디플레이터가 하향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둔화폭이 커지며 저물가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은은 GDP 디플레이터 마이너스(-)에 대해 교역조건 악화가 주된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반도체 단가 하락이 수출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줬고 환율과 유가가 오른 것이 수입 가격을 상승시켰다. 이에 따라 수출기업과 수입기업의 채산성(수입과 지출 등의 손익을 따져서 이익이 나는 정도)이 약화될 수 있고 이는 곧 영업이익 증가율 둔화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신승철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GDP 디플레이터 하락에 대해 "나라 전체적으로 봤을 때 국민소득 증가세가 둔화되는 영향이 있고, 실물경제로 연결해보면 기업의 소비나 투자쪽의 경제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면서 "디플레이터 장기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게되면 경제활동이 다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0.04%)를 기록한 것이 우리 경제의 저물가 상황을 재차 상기시키고 있다. 통계청에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1로 104.85를 기록한 지난해 8월보다 0.04% 떨어졌다.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1965년 관련 통계 작성이후 처음으로 1992년 2월(0.2%) 이후 최저치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올해 들어 8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2015년 2~11월 이후 최장 기록이다. 

이미 한은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로 하락할 가능성을 제기한 가운데 현 수준을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보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이미 한국경제는 생산·투자·소비가 줄면서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4% 감소했다. 2분기 1.0%로 상승전환 했지만, 이는 정부가 나랏돈을 더 풀면서 성장세를 끌어올린 것인 데다, 1분기 역성장 기저효과도 상당했다는 지적이다. 

디플레이션은 단순한 저물가가 아니라 경기침체와 맞물린 지속적인 물가하락을 뜻한다. 1930년 대공황 등의 전조로, 여러 경제위기 가운데도 탈출이 쉽지 않은 최악의 위기 형태로 알려졌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재부·한은 "디플레이션 우려 과도" 한 목소리= 우려가 쌓이자 기재부와 한은은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한 데 따른 일시적 요인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8월 농축수산물이 전년 동월 대비 7.3% 하락하면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끌어내린 데다,  유류세 인하와 건강보험 적용 확대, 무상급식 등 정책적 요인도 상당했다는 것이다. 한은은 '최근 소비자물가 상황 점검' 자료를 내고 "소비자물가의 낮은 오름세가 지속되는 것은 지난해 폭염으로 농축수산물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기저효과와 최근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공급측 요인의 물가 하방압력이 더욱 확대된 데 기인했다"고 덧붙였다. 

거시경제협의회에서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 1차관은 "일시적 변동성 확대"라며 "과거에도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소비자물가에 많은 영향을 주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3년간 평균 수준으로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올랐다면 8월 물가상승률은 1% 중반 수준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재부와 한은은 올해 말에는 이런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 수준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봤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농산물·석유류 등을 제외하고 별도로 편제하는 근원물가는 1% 내외에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주된 근거다. 

기재부와 한은은 디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지만 "징후로 단정하기는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구성 품목 중 가격하락을 주도하는 품목 수의 비중은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인 데다, 일반적 기대인플레이션이 물가안정목표인 2%수준을 나타내고 있다"고 했다. 과거 일본의 사례를 보면 1995년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진입하기 이전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동조하며 빠르게 하락했는데, 이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은은 물가 여건뿐 아니라 경기상황, 자산시장 여건 등 보다 포괄적인 방식으로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평가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디플레이션 취약성 지수를 산출한 결과 우리나라의 디플레이션 위험도는 '매우 낮음' 단계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저물가가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부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저인플레이션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주요국의 경우에도 유례없는 완화적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목표수준을 오랜 기간 하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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