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딜레마에 빠진 은행 디지털 부서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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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이 김포한강신도시 운양지구에 개점한 디지털창구 특화점 내부 모습 (사진=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이 김포한강신도시 운양지구에 개점한 디지털창구 특화점 내부 모습 (사진=KB국민은행)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디지털 부서에서 일하면 딜레마에 빠집니다."

한 은행원의 고백입니다. 열심히 일을 할수록 동료들은 은행 밖으로 내몰리게 된다는 겁니다.

디지털 부서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은행 업무를 전산으로 처리할 수 있게 개발하는 일을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인터넷·모바일뱅킹 앱입니다. 인터넷뱅킹이 도입되면서 고객들은 은행 지점을 방문할 일이 적어졌고, 특히 모바일뱅킹 시대에 접어들어서는 상품 가입마저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덕분에 고객은 편리해졌지만 은행들은 반대로 지점 수를 줄였습니다. 지난 2015년 9월말 국내 은행 점포수는 7186개였지만 올해 3월말에는 6743개가 됐습니다. 3년 6개월 만에 은행원이 일하는 공간이 443개(6.16%)나 줄어든 겁니다.

디지털화에 따른 은행 내부 프로세스의 변화도 많습니다. 종이서류 대신 패드에 서명을 받거나 대출 절차에서 필요한 서류를 사진 파일 등으로 받는 '페이퍼리스' 방침은 후선 업무에 투입됐던 직원들을 다른 부서로 이동시켰습니다.

최근 은행들이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로봇기반 업무자동화(RPA, Robotic Process Automation)가 지금보다 좀 더 고도화 된다면 사실상 대출심사 업무에도 사람이 필요 없어질 지 모릅니다.

디지털 부서가 새로운 걸 내놓을 때마다 해당 부서 직원들은 능력을 인정받고 영역이 확대되지만 반대로 다른 직원들의 설 자리는 좁아집니다.

그렇다고 업무를 멈출 수도 없습니다. 디지털 부서도 그들과 다름없는 직장인입니다. 맡겨진 일에 충실할 뿐입니다.

불행하게도 그들이 받는 압박도 만만치 않습니다.

오는 12월 오픈뱅킹이 도입됩니다. 은행은 기존 금융사간 경쟁에서 이제는 수많은 핀테크 업체들과도 경쟁해야 합니다.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 개발에 뒤처지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래저래 디지털 부서의 확대는 불가피한 가운데, 은행원들이 다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이 무엇인지 은행 종사자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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