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 가습기살균제도 호흡기에 악영향 가능성"
"LG생건 가습기살균제도 호흡기에 악영향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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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 청문회서 항의…사용자 400만명 중 피해구제 6500명뿐
2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9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이치우 전 LG생활건강 생활용품 사업부 개발팀 직원(왼쪽부터), 박헌영 LG 생활건강 대외협력부문 상무, 박동석 옥시 PB대표이사, 곽창언 옥시 PB 대외협력전무가 증인으로 나와 참석해 있다. 2019.
2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9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 이치우 전 LG생활건강 생활용품 사업부 개발팀 직원(왼쪽부터), 박헌영 LG 생활건강 대외협력부문 상무, 박동석 옥시 PB대표이사, 곽창언 옥시 PB 대외협력전무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그동안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LG생활건강의 가습기 살균제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LG생활건강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해당 제품의 원료를 지속적으로 흡입하면 비강과 후두, 폐에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2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옥시레킷벤키저와 LG생활건강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불러 옥시 본사의 참사 연루 여부와 LG생활건강 제품의 안전성에 대해 추궁했다.

참고인으로 나온 서동석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연구위원은 LG생활건강이 판매한 '119 가습기 세균제거제' 원료인 염화벤잘코늄(BKC)에 대해 "환경부 요청에 따라 지난 4월까지 흡입독성 연구를 했다"며 연구 결과 90일간 반복해서 흡입하면 비강과 후두, 폐 등 호흡기 계통에 악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증인으로 나온 이치우 전 LG생활건강 생활용품 사업부 개발팀 직원은 "제품에 포함된 함유량을 조건으로 실험해야 유해성을 판단할 수 있다"며 해당 실험으로는 제품의 유해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LG생활건강은 해당 제품의 BKC 함유량은 0.045%로 극소량에 불과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해당 제품으로 흡입독성 실험을 통해 안정성을 확인했느냐는 특조위의 질문에 박헌영 LG생활건강 대외협력부문 상무는 "흡입독성 실험은 하지 않았고 문헌에 근거한 간접 기법을 동원했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히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조위는 LG생활건강 가습기살균제가 100만개 이상 팔렸는데, 이 제품을 써서 피해를 본 피해자를 찾는 일은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119 가습기 세균제거제를 단독으로 사용해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람은 현재 2명뿐이며 이들도 사실상 피해 사실을 인정받지 못 하는 4단계(가능성 거의 없음)로 분류됐다.

최예용 특조위 부위원장은 "특조위에서 부산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LG 가습기 살균제를 쓴 사람들을 조사했더니 20명이 나왔고, 사망 사례도 있었다"며 "조사하고 찾으면 이렇게 피해자가 나온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한국환경보건학회에 의뢰한 용역연구에서 밝혀진 가습기살균제 사용자의 제품별 사용비율. (그림=환경보건시민센터)
환경부가 한국환경보건학회에 의뢰한 용역연구에서 밝혀진 가습기살균제 사용자의 제품별 사용비율. (그림=환경보건시민센터)

특조위는 옥시를 상대로도 영국 본사가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연루됐는지와 참사 이후 대응 과정에서 문제점을 캐물었다. 최예용 특조위 부위원장은 "옥시 본사는 미국 연구소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보고를 받았고,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터지자 글로벌 세이프팀 사람들과 모여 논의했다"며 "그러나 2016년 국회 국정조사 때나 오늘 청문회에도 본사 책임자나 당시 옥시레킷벤키저의 외국인 대표들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동석 옥시레킷벤키저 대표는 "본사의 결정에 저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며 "오늘 청문회에는 다른 일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SK와 애경이 협의체를 구성해 '말 맞추기'를 했으며 SK와 애경이 옥시가 과도하게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며 김앤장을 통해 항의했다는 전날 청문회 내용에 대해선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박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1994년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를 처음 개발·판매했을 때나 1996년 옥시가 유사 제품을 내놨을 때 정부 기관에서 관리 감독을 철저히 했더라면 이런 참사는 없었을 것"이라며 책임을 정부의 관리 부실로 돌리는 발언을 했다. 이에 청문회 방청석에 있던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이 소리를 지르며 거세게 항의했다.

특조위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벌어진 뒤에도 정부가 피해자 찾기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 부위원장은 "2017년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가습기 살균제 참사 관련 최종보고서에는 사용자가 350만∼400만명, 건강피해 경험자가 49만∼56만명, 병원 진료 경험자가 35만∼40만명에 이른다고 나온다"며 "그러나 정부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신청한 사람은 6509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특조위는 특히 군에서 가습기 살균제가 광범위하게 사용됐는데 피해자 찾기에 미온적이라고 비판했다. 국방부가 특조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총 55개 부대에서 2416개의 가습기 살균제를 구매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1612개가 의무사령부 소속 15개 부대에서 사용됐다.

최 부위원장은 "특조위가 지난 19일 문제를 지적하기 전에는 군에 피해자가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며 "2011년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이런 문제를 한 번도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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