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컨소시엄, 재건축·재개발 사업서 '찬밥 신세'···왜?
[초점] 컨소시엄, 재건축·재개발 사업서 '찬밥 신세'···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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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 조합 "경쟁해야 사업 유리"
서울의 한 신축아파트 공사현장.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의 한 신축아파트 공사현장.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컨소시엄 허용은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는 산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단독 시공사를 선정하도록 조합에 반대 의견을 계속해서 주장할 예정입니다."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3구역 재개발 조합원 이 모씨)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컨소시엄(공동도급)'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건설업계가 협업으로 사업 위험성을 낮추고 재무부담을 나누려는 추세인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조합이 시공사 입찰공고에 '컨소시엄 허용' 조항을 넣었더라도 조합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들은 서명운동까지 벌이며 '단독 시공'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수주전의 입찰 방식 중 하나인 컨소시엄은 한 건설사가 아닌 2개 이상 건설사가 함께 사업을 진행하는 구조다. 각사의 브랜드가 결합되기 때문에 조합원은 장점이 어우러진 브랜드 파워를, 건설사는 안정적인 사업 진행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사업규모가 큰 곳은 지역 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장점에 힘입어 지난해 전국에서 일반 공급된 컨소시엄 아파트만 12개 단지, 9774가구에 달한다. 올 상반기엔 14개 단지, 2만3887가구의 컨소시엄 단지 공급이 예정됐었다.

문제는 최근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컨소시엄 회피 분위기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서울 천호3구역 재건축 조합과 신안빌라 재건축, 경기 성남 성지ㆍ궁전아파트 재건축, 대전 중앙1구역 재개발 조합 등이 컨소시엄 불허를 선언해, 건설사들은 개별 경쟁을 벌여야 했다.

수주전 결과를 따져봐도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는 컨소시엄의 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방 지역을 구분할 것 없이 대형사 간·중견사 간 맞손 사업이 많았던 반면, 올해는 컨소시엄이 사업을 수주한 곳은 부산 금정구 부곡2구역 재개발(GS건설·SK건설·포스코건설 컨소시엄 선정), 인천 신촌구역 재개발(롯데건설·대림산업 컨소시엄) 등에 그친다. 시그널은 이미 있었던 셈이다. 

최근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컨소시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큰 곳은 재개발을 추진 중인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과 용산구 한남뉴타운3구역이다.

지난 16일 시공사 입찰공고서를 낸 갈현1구역 재개발 조합 중 일부 조합원들은 컨소시엄 참여를 반대하며 결의서 작성과 동시에 집회를 열고 있다. 한남뉴타운3구역 재개발 조합원들 역시 '컨소시엄 반대'를 골자로 한 단독 추진 결의서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일부 조합원들은 한남3 단독 추진위원회까지 결성했다.

사업을 이끄는 두 재개발 조합이 시공사 입찰공고문에 '컨소시엄 입찰 참여 불가' 조항을 넣지 않았기 때문에 복수로 구성된 건설사가 경쟁에 참여할 수는 있으나, 시공사 선정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이렇듯 적지 않은 도시정비사업 조합원들이 컨소시엄을 마뜩찮게 여기는 이유는 △각사의 의견 조율로 인해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 △향후 하자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 △같은 단지임에도 동별로 품질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등으로 요약된다.

컨소시엄은 동별로 시공을 맡은 건설사가 달라 같은 단지 주민이더라도 상대적으로 느끼는 품질이 다를 뿐더러 하자보수의 책임 여부를 물을 때도 서로 책임을 떠넘길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예전만큼 브랜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업계에선 단독 입찰을 추진해야 건설사들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더 좋은 조건을 제안받을 수 있을 것이란 계산도 깔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갈현1구역 재개발 조합원 박 모씨는 "컨소시엄으로 공급된 단지 입주민 얘기를 들어봐도 구역에 따라 느끼는 만족도가 확연히 다르다"며 "한 업체가 시공을 맡아야 책임감을 가지고 완성도가 있는 건물을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사들은 뚜렷해지는 컨소시엄 기피 현상에 '어쩔수 없다'는 반응이다. 말그대로 정비사업에서 '갑'인 조합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 다만 정비사업 물량이 귀한 만큼 수주전 경쟁 과열이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물량이 없을 때는 컨소시엄이라는 선택지라도 있는 게 좋다"면서 "개별 경쟁은 향후 단지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고급화 전략이 중요해, 타사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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