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사장도 혜택받는 '필수사용량 보장공제'···개선 방향은?
한전 사장도 혜택받는 '필수사용량 보장공제'···개선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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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가구 90% 이상, 사회적 배려계층 아닌 일반가구"
"11월까지 개선내용 포함,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 마련"
사진=김혜경 기자
사진=김혜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무더위가 찾아오면 전기요금 논쟁은 매년 반복된다. 여름철 단골 손님이었던 대국민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 위협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사라졌지만 누진제와 전기요금 원가 공개, 원료비 연동제 등은 에너지전환 정책과 맞물리면서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최근 한국전력이 적자 해소 방안으로 '필수사용량 보장공제'를 폐지 혹은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연말까지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전력 사용량이 적다는 이유로 저소득층으로 규정돼 요금을 감면받기 때문에 제도의 도입 취지가 왜곡됐다는 지적이다. 김종갑 한전 사장 본인도 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며 개선 필요성을 지속 제기한 바 있다. '냉방권'이 대두되면서 지난 7월 누진제가 한시 완화되는 방안이 공개됐지만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한전은 11월까지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개선 내용을 포함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마련할 계획인 가운데 에너지 복지의 추진 방향에 대한 논의도 가열될 전망이다. 

필수사용량 보장공제란 월 200kWh(키로와트시) 이하로 전기를 사용하는 가구들 중 고압인 경우 월 2500원, 저압인 경우 월 4000원의 요금을 할인해주는 제도다. 해당 제도가 도입된 시기는 지난 2016년 주택용 누진제를 기존 6단계 11.7배에서 3단계 3배로 변경하면서다. 1단계 요율 증가로 200kWh 가구의 전기요금이 최대 3760원까지 증가했고, 누진제 개편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해주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필수사용량 보장제는 주택용 누진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73년 제 1차 오일쇼크로 유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1970~1973년 주택용 전력사용량의 연평균 증가율이 26.4%로 일반용과 산업용에 비해 빠르게 상승하자 전력사용량을 억제할 필요가 대두됐다. 1974년 11월 누진제가 도입될 당시 취지는 소득재분배가 목적이었다. 가구의 소득수준과 전력사용량이 비례하다는 전제 하에 전력사용량이 적은 저소득층에 저렴한 전기료를 부과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후 유가 변화 등에 따라 9차례에 걸쳐 누진제 구간과 누진율 조정됐다. 1979년 12단계 19.7배로 강화했다가 1989년 4단계 4.2배 수준으로 완화했다. 2000년 유가가 다시 오르자 7단계 18.5배로 강화한 후 2016년 12월 6단계 11.7배인 누진제를 3단계 3배로 조정했다. 월 200kWh를 생활필수 전력사용량으로 판단하고 1단계 구간으로 설정했다. 

누진제 개편으로 전반적인 전기요금 부담은 감소됐지만 개편전 전기사용량이 100kWh 이하인 1단계 구간의 요금이 최대 3760원 증가하는 결과가 나왔고, 2500~4000원 요금을 할인해주는 필수사용량 보장제도를 도입했다. 필수사용량 보장공제로 93.3원/kWh 수준이었던 1단계 요금이 평균 36.7원/kWh 추가 할인됨에 따라 실질적인 1단계 요금은 56.6원/kWh로 감소했다. 

문제는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적용을 받는 90% 이상의 가구가 사회적 배려계층이 아닌 일반가구라는 점이다. 감사원이 올해 4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제도의 적용을 받는 892만호 가운데 876만호가 일반가구로 나타났다. 앞서 김종갑 한전 사장도 "본인도 매달 전기요금 4000원을 보조받고 있다"면서 "전기소비와 자원배분의 왜곡을 막을 수 있는 방향으로 전기요금을 개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도 지난 7월 '주택용 전기요금 체계에 대한 소고' 보고서를 통해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는 저소득층보다 전력사용량이 적은 1~2인 중위소득 이상 가구에 혜택이 집중되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도입 당시에는 취지에 맞게 운영됐을지 모르나 현재는 엉뚱한 계층이 수혜를 받고 있는 경우가 많이 때문에 왜곡됐다는 것. 

한국전력 관계자는 "실제 나주 한전 사택에서 혼자 살고 있는 한전 직원들도 월 전력사용량이 100kWh도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이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적용을 받고 있다"면서 "꼭 필요한 사람들이 요금 공제를 받아야 하는데 전혀 필요없는 사람들이 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필수사용량 보장공제가 폐지될 경우 연간 약 4000억원 정도 절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감사원은 누진제 1단계 필수사용량 구간 설정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저소득층 보호라는 당초 누진제 도입 목적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 1970년대 누진제가 도입될 당시 통계청이 실시한 '총인구 및 주택조사'에 따르면 2인 이하 가구는 9.7%, 5인 이상 가구가 61.5%였지만 2017년 기준 2인 이하 가구는 55.3%, 5인 이상 가구는 5.8%로 집계됐다. 한국전력거래소가 2013년까지 실시한 가전기기보급률 조사에 따르면 1980년에 가구당 TV 보급률은 0.03대, 세탁기 보급률은 0.98대로 집계돼 가족구성원 비율과 가전기기 보급률이 큰 변동을 보여왔다. 

2016년 누진제 개편 당시 1단계 구간을 결정하는데 필요한 필수사용량을 정하면서 당시 기준 보급률 80% 이상인 에어컨 사용량이 제외됐다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1단계 구간(200kWh) 결정 기준은 가전기기 보유대수가 가구당 0.8대 이상인 가전기기의 월평균 사용량이 근거가 됐다. 당초 계산으로는 197kWh가 도출됐고 이를 토대로 필수사용량은 200kWh로 결정됐다. 한 가구가 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최소 전력소비량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는 과연 적절한 수준일까. 

필수사용량 산정에 사용된 가전기기는 형광등과 선풍기, 백열등, TV, 세탁기, 냉장고, 전기밥솥, 전기장판, 청소기다. 형광등이 보유대수 10.10으로 가장 많았고 청소기가 0.85로 가장 적었다. 감사원이 지적한 내용 첫번째는 전력사용량을 산정할 때 보급률이 1대 미만인 경우 '1대'로 적용해 산정해야 하지만 실제 1대 미만인 경우 1보다 작은 수치가 적용됐다. 따라서 정확한 사용량 합계는 209.7kWh로 책정돼야 하지만 197kWh로 산정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가전기기 보유대수를 적용할 때 '2015년 가구에너지 상설표본조사'의 2014년 기준 에어컨 보유대수가 0.76대였기 때문에 에어컨의 월평균 사용량은 필수사용량에서 제외됐다는 것이다. 전기밥솥(0.88)과 전기장판(0.87), 청소기(0.85)는 포함됐다. 그러나 2017년 에경연이 실시한 가구에너지 상설표본조사와 에너지총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에어컨 보유대수는 각각 0.81대, 0.93대로 집계됐다. 누진제 개편시점인 2016년 이미 에어컨 보유대수가 0.8대를 초과한 셈이다. 

선풍기, 전기장판 등은 계절성 가전기기인데도 연중 사용을 가정해 동일하게 필수사용량에 포함시킨 것도 지적됐다. 계절별 필수사용량을 각각 따로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2017년 가구에너지 상설표분조사의 가전기기보급률을 적용해 계절별 필수사용량을 재산정한 결과 여름은 330.5kWh, 겨울은 170.1kWh로 나타났다. 이에 지난 7월 한시적 누진제 개편안은 감사원의 지적을 일정 부분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다. 여름철에 한해 누진 1단계 구간을 기존 0∼200kwh에서 0∼300kwh로, 2단계 구간을 기존 201∼400kwh에서 301∼450kwh(50kwh 추가)로 조정한 바 있다. 

필수사용량 보장제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제기되는 반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필수사용량 공제가 적용되지 않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장애인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복지할인이 적용된지만 다자녀가족과 사회복지시설, 출산가구는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후 정률할인이 적용된다. 전자의 사회적 배려계층에는 1만6000원(하계 2만원)의 요금 할인이 적용되며, 후자의 경우 월별 1만5000원 한도로 최대 30%가 공제된다. 공제 대상이 대부분 일반가구라고 하지만 취약계층도 섞여 있기 때문에 명확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최근 국회 전체회의에서 "필수사용량 공제에 해당하는 가구 중에는 중상위 소득계층도 있고 저소득층도 있는 만큼 실태조사를 통해 취약계층 보호는 두텁게 하고 중상위층은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경기연구원은 제도 폐지를 할 경우 누진제 개편으로 에너지 빈곤층은 전기요금 인상 효과만 부담하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에너지 바우처 제공, 단열 지원, 에어컨 설치 등 저소득층의 냉방권을 확보하고 요금 부담을 경감하는 적극적인 지원책을 제안했다. 

한전은 하반기 실태조사를 마무리짓고 11월까지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개선 내용을 포함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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