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내 최대 청풍호 '수상태양광 발전소' 가보니
[르포] 국내 최대 청풍호 '수상태양광 발전소'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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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 제천시 한수면 북노리에 위치한 한국수자원공사 청풍호 수상태양광 발전소 모습. (사진=오세정 기자)
충청북도 제천시 한수면 북노리에 위치한 한국수자원공사 청풍호 수상태양광 발전소 모습. (사진=오세정 기자)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아까 비가 내리고 흐렸을 때 확인해보니 전체 설비용량 3메가와트(MW)의 절반 이상 출력이 나왔습니다. 구름이 많이 껴있다고 해도 일정 정도에서는 에너지 발전에 문제가 없습니다."

흐리던 하늘에서 결국 빗방울이 한 두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 22일 오후 충청북도 제천시 청풍호 충주댐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을 실제로 보기 위해 선착장에서 배를 탈 때였다. 태양광 발전 설비를 보러 온 날 하필 흐린 날씨에 제대로 에너지 발전이 이뤄질 지 우려스러워 하자 '문제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화큐셀과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날 충청북도 제천시 한수면 북노리에서 미디어 설명회를 열고 '한국수자원공사 청풍호 수상태양광 발전소(청풍호 발전소)'를 소개했다.

이날 방문한 청풍호 발전소는 지난 2017년 준공된 국내 최대 수상태양광발전소로, 설비용량은 세계 15위 수준인 3MW다. 전기 발전량은 연간 4301MWh로, 약 1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량이 생산된다. 발전 가능 회계년수는 20년이다. 발전소 면적은 3700제곱미터로, 전체 면적 97제곱키로미터(㎢)의 0.04%를 차지한다.

◇ 국내에 적합한 신재생에너지, 수상태양광 발전

수상태양광은 육상 태양광기술과 부유식 구조물 기술을 융합한 것으로, 물에 뜨는 구조물 위에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다. 수상태양광은 유휴부지인 수면을 이용해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육상태양광에 비해 그림자 영향이 적고 모듈의 냉각효과가 있어 발전 효율이 10% 이상 높게 나오는 장점이 있다.

임야율이 64%에 달하는 우리나라 지형에도 적합한 방식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농업기반시설인 저수지(만수면적 10%), 담수호(만수면적 20%), 용배수로(5m이상 배수로의 2%)만 활용해도 약 6기가와트(GW)의 잠재력이 있다.

이날 청풍호 시설을 소개한 주인호 한국수자원공사 수상태양광사업부 부장은 "설치여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수상태양광이 육상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이 시설을 육상에 설치하기 위해선 평지 위에는 한계가 있어 임야 벌목이 불가피한 만큼 유휴부지인 수면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정무적 가치는 수상이 육상보다 더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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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 제천시 한수면 북노리에 위치한 한국수자원공사 청풍호 수상태양광 발전소 모습. (사진=한화큐셀)

세계은행이 올해 초 발간한 수상태양광 리포트를 보면 전 세계 1%의 저수지 수면에 수상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는 설비 용량이 404기가와트(GW)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석탄화력발전소 404기(1GW급 발전소 기준)을 대체할 수 있는 셈이다. 연간 발전량 기준으로는 작년 유럽 전체 전기 사용량의 15%에 해당하는 약 521테라와트아워(TWh)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 일본, 중국, 인도, 동남아 국가 등에서 수상태양광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시장 흐름에 맞춰 세계 1위 태양광 셀 생산 기업인 한화큐셀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화큐셀은 국내에서 약 30MW의 수상태양광발전소에 제품을 납품했거나 건설에 참여했다. 작년 4월에는 네덜란드 최대 수상태양광 발전소인 린지워드 발전소(1.87MW)의 태양광 모듈 전량을 납품했으며, 작년 말 납(Pb)이 포함되지 않은 자재만을 사용한 수상태양광 전용 모듈인 큐피크 듀오 포세이돈을 출시하기도 했다.

유재열 한화큐셀 한국·동남아 사업부 상무는 "전세계 저수지 수면의 1%에 수상태양광 발전소가 단계적으로 건설된다면 현재 건설 단가 기준으로 향후 500조원 이상의 세계 시장이 열리게 된다"며 "국내에서 우리 기업들이 충분히 경험을 쌓는다면 수상태양광은 한국 기업들의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설계부터 모니터링까지 환경 영향 최소화

국내 수상태양광을 설치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된 것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 이를 위해 설비를 구성하고 있는 소재를 친환경 소재로 썼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청풍호 수상태양광을 눈으로 보면 빛에너지를 흡수하고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모듈과 이를 받치는 구조체, 물에 떠 있도록 하는 부유체로 이뤄져있다. 수면 아래는 수위, 바람의 영향에도 위치이탈 없이 정남향을 유지하도록 하는 계류장치, 전기를 육상으로 보내기 위해 설치된 수중케이블 등이 연결돼 있다. 이들 소재가 환경 안전성을 검증받은 소재라는 것이다.

주인호 부장은 "태양광 모듈은 원자재에 유해성분이 없도록 해 모듈 자체가 물에 빠져서 회수하지 않더라도 환경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전량 설계했다"며 "이 밖에 부력통과 구조물 역시 정수장에서 물 생산에 쓰이는 기자재 검사 기준으로 합격했거나 폐기물 발생 없이 리사이클링 할 수 있는 자재를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재성 전자부품연구원 책임은 "태양광 모듈을 구성하는 반도체용 실리콘, 저빛반사코팅 유리, 봉지제 필름 EVA, 백쉬트 필름, 태양전지 전극, 내부 배선 등 재료들은 우리가 평범하게 사용하는, 50년 이상 사용해왔던 검증된 재료"라고 말했다.

수상태양광 밑에 있는 치어 때. (사진=한화큐셀)
수상태양광 밑에 있는 치어 때. (사진=한화큐셀)

한국수자원공사는 태양광 시설에 대한 환경영향 모니터링도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합천댐(2011년 준공), 보령댐(2016년), 충주댐 시설에 대해 설치부터 현재까지 환경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설치 이후 수명주기인 20년 동안 환경영향을 지속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수명주기가 지난 후에는 철거와 관련 사업자, 관계자들과 논의를 거쳐 결정하게 된다.

앞서 500키로와트(kW) 500키로와트(kW) 합천호 수상태양광 발전시설에 대해 2012년 이후 3~4차례에 걸쳐 환경모니터링을 진행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태양광 발전 시설이 환경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노태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장은 "합천호 수상태양광에 대한 수질, 생물다양성 및 퇴적물, 기자재 용출 등 환경모니터링을 한 결과 발전 설비의 영향을 받는 수역과 그렇지 않은 수역 간 큰 차이가 없었고, 있더라도 대부분 항목이 기준치 이하"라며 "특히 먹는물 수질기준보다 10배 더 엄격하게 강화된 기준으로, 외국에 비해 높은 한국형 환경기준을 적용해 국내 수상태양광의 경우 매우 조밀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물리적 안전성과 관련, 지난 2012년 태풍 볼라벤이 왔을 당시 36m/sec의 순간 최대풍속을 견대내 자연재해 안정성을 입증했다"며 "기자재가 접하고 있는 퇴적물을 대상으로 생태 독성에 대한 연구에서도 수중생물에 대한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 신재생에너지의 '사회적 가치'를 위한 제안

이날 참여한 관계자들은 태양광 발전의 에너지 자체로서의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강조했다. 수상태양광 발전이 경제적 가치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 가치 발굴을 통해 지속가능한 신재생에너지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주인호 부장은 "청풍호 발전소는 지역민 생활여건을 개선한 모법사례로 꼽힌다"며 "청풍호 발전소 설치 과정에서 인근 어업민 숙원 사업인 수산물 집하장(판매장) 건립, 마을 진입로 도로포장, 에너지 소외지역 황강, 한천리 7가구 전기 지원, 해외 연수생 및 관계기관(유네스코, 아시아개발은행 등) 투어 진행 등을 진행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수상태양광이 있는 합천·보령·충주댐은 담수 기능 외 태양광 발전 기능이라는 두 가지 기능을 담당하는 다목적댐으로, 포루투갈에 있는 R&D 시설을 제외하고는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며 "외국바이어들이 국내 시설을 참고하기 위해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강조했다.

충청북도 제천시 한수면 북노리에 위치한 한국수자원공사 청풍호 수상태양광 발전소 모습. (사진=오세정 기자)
충청북도 제천시 한수면 북노리에 위치한 한국수자원공사 청풍호 수상태양광 발전소 모습. (사진=오세정 기자)

한국수자원공사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와 수용성 문제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도 마련하고 있다. 하나의 예로 수상태양광 발전 시설의 형상을 지역 내 스토리에 맞춰 설치하는 것이다. 현재 설계 중인 용담의 경우, 용이 살 수 있는 연못이라는 이야기에 따라 붙여진 이름인 만큼 용 형상으로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707제곱미터의 용 형상이 인근 지역에서 차량으로 이동할 때 용 꼬리에서 머리까지 이어진 형상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에 따라 현지 스토리가 담긴 형상의 시설을 통해 지역 내 관광을 활성화하는 방안 등이 고려되고 있다.

수상태양광 발전을 둘러싸고 발생한 여러 사회적인 논란을 줄이기 위한 제언도 나왔다. 노태호 원장은 시설물 운용에 대한 신뢰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상태양광 환경공시제도 도입 △사전경보(예보)장치로의 활용 △시설 면적 평수위 대비 5% 미만의 대규모 집적화 △시민펀드 등 주민참여형 발전방안 적용 △산학연 공감 가능한 전략적 환경평가 마스터플랜 수립 등을 제시했다.

정태성 책임은 "우리나라 수상태양광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며, 현재 대만 등 해외에도 수출될 예정"이라며 "합천호 기준 7년 이상의 경험이 있다는 것과 함께 태풍 볼라벤을 이겨냈다는 점이 기술성을 증명하는 측면에서 중요한 사례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기회를 삼아 태양광 기술이 보다 확장되기를 바라고 시장을 만들어가는 선도적인 역할을 한국이 해줬으면 좋겠다"면서 "영국이나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자립마을은 관광마을로 지정되는데 이처럼 국내에서도 수상태양광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경제적인 파급효과로서 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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