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파기→'日 금융보복'으로 확대되나···"추가 보복 대비해야"
'지소미아' 파기→'日 금융보복'으로 확대되나···"추가 보복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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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일본계은행 여신 23조4000원···1개월 새 1조3000억↓
홍남기 "지소미아 종료 경제영향 분석···부정적 영향 최소화"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결정한 사실이 23일 일본 도쿄도(東京都)에서 판매되는 주요 일간지 1면에 실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결정한 사실이 23일 일본 도쿄도(東京都)에서 판매되는 주요 일간지 1면에 실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로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와 한미 동맹에 대한 영향에 우려가 제기되는 등 향후 미국의 대응과 일본의 추가 제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과거사에서 시작된 불씨가 수출(경제), 안보 및 군사 부문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금융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국내에서 일본계 은행 여신규모가 크지 않은 등 "일본이 금융보복에 나서도 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본계 자금 이탈에 대한 가능성이 커지면 커질수록 해외자금 동반 이탈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일부에서는 지소미아 협정 재연장을 요구해 온 미국이 환율조작국 지정 등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재 카드를 꺼낼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전일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맞대응해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 대해 일본의 다음 조치가 '금융보복'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엄밀하게 상황을 관리하고 점검 보완하며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소미아 파기로 일본의 추가 경제·금융보복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홍 부총리는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체계적이고 촘촘한 대응, 국내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에 대한 모니터링과 적시 대응을 위해 경제부총리 주재 일본관계장관회의를 매주 두 차례 개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기재부 1차관이 주재하는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까지 참석한 가운데 매주 두 차례 개최해 금융시장뿐 아니라 실물 부문까지 상황을 점검한다.  

지소미아 파기가 알려진 직후 간밤 역외 환율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210원을 상회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이후 일본 정부는 극히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한국 정부에 항의했다. 미 정부도 실망감을 표명하며 반발했다. 한일 간 정치·경제적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상승 압력을 받으며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3.2원 오른 1210.6원에 마감했다(원화 가치 하락). 

금융시장이 무엇보다 우려하는 것은 일본계 은행들이 자국의 보복 조치에 동참해 우리 금융기관이나 기업에 대한 대출을 '빠른 속도'로 회수하며 금융 경색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 요청해 받은 '일본계 은행 국내지점별 여신 현황'을 보면 6월말 기준 여신규모는 총 1만137건에 23조3514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달 대비 1조3363억원(5.4%)이 감소한 것으로 최근 3년간 일본계 은행 여신규모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계 은행에서 자금을 빌린 주체가 대부분 기업이었다는 게 우려를 키운다. 일본계 은행 자금은 기업 대출이 13조4596억원(64.7%)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기업 대출 중 대기업이 끌어쓴 자금이 거의 전부였다. 대기업이 일본계 은행에 빌린 대출금액은 13조1124억원(63.0%)이었다. 일본계 은행 기업여신을 업종별로 보면 국내 제조업이 8조7766억원(42.1%·)으로 가장 많았다.

다만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일본계 은행 여신규모가 크지 않은 등 금융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금감원 측은 "일본계 은행 국내지점의 총여신(23조4000억원)은 국내은행 총여신(2015.9조원)의 1.2% 수준으로 규모가 크지 않고, 대기업의 경우 중소기업 대비 양호한 신용등급 등을 감안할 때 대체조달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안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 대두되는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 속에서 일본의 금융보복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 금융시장과 실물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일본의 단기대출 만기연장 거부로 위기가 증폭된 경험도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일본계 자금이 현재 한국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미미하다 하더라도 일본계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다른 국가들의 동요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일본 금융회사나 기업들이 협조하지 않는 경우,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일본과 글로벌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소미아 파기 이후) 한국은 경제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한국을 압박하기 위해 자동차 관세 부과나 환율조작국 지정 등 한국 경제에 보복에 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성 교수는 "더 우려스러운 점은 미국과의 문제가 악화되는 경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정부의 더 촘촘한 경제·금융 대비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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