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공룡 롯데·신세계, 부동산 팔아 '자산 유동화'
유통공룡 롯데·신세계, 부동산 팔아 '자산 유동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롯데리츠, 10월말 유가증권시장 상장···이마트, 지방 적자 점포 위주 매각 검토
서울 강남구 대치동 롯데백화점 강남점 모습.(사진=롯데쇼핑)
서울 강남구 대치동 롯데백화점 강남점 전경. (사진=롯데쇼핑)

[서울파이낸스 박지수 기자] 유통공룡이라 불리는 롯데·신세계가 점포 매각을 통한 자산 유동화에 나섰다. 소비심리 위축, 오프라인 침체 등 위기에 빠진 유통업계가 부동산 매각을 통해 신규 사업에 투자하고, 미래 현금흐름을 개선하려는 셈법으로 보인다.

23일 롯데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이하 롯데리츠)는 지난 7일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 효력이 발생해 본격적인 공모 및 유가증권시장 상장 절차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롯데리츠의 총 공모주식수는 8598만4442주로, 주당 공모 희망가는 4750원~5000원이다. 이번 공모를 통해 최대 약 4299억원을 조달한다. 조달된 공모자금은 롯데쇼핑으로부터 매입할 리테일 부동산 매매대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롯데리츠는 오는 9월23일부터 10월2일까지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해 최종 공모가격을 확정하고, 10월8·10·11일 3일간 일반 청약할 계획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은 10월 말 예정이며, 상장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 홍콩상하이증권(서울지점), 노무라금융투자 등이다.

롯데리츠는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른 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로 지난 3월 설립 후 5월 국토교통국토부터 영업인가를 받았다. 주요 사업은 부동산 임대업이며, 롯데쇼핑이 보유한 리테일 자산을 투자대상으로 하는 영속형 부동산투자회사다.

롯데리츠 투자 대상은 롯데쇼핑 백화점(강남·구리·광주·창원점) 4곳, 마트(대구율하·청주·의왕·장유점) 4곳, 아웃렛(대구율하·청주점) 2곳이다. 전체 연면적은 63만8779㎡(약 19만평), 총 감정평가액은 약 1조4900억원에 이른다.

롯데리츠는 롯데쇼핑과 장기책임 임대차 계약을 해 공실, 관리 운영 위험을 최소화했다. 롯데쇼핑이 지급하는 고정 임차료(연 1.5% 상승)를 바탕으로 투자자에게 연간 약 6.3~6.6% 내외 배당수익을 제공할 계획이다.

롯데쇼핑은 롯데리츠 공모 후에도 50%의 지분을 보유할 예정이며 롯데리츠 자산관리는 롯데AMC가 맡는다. 향후 롯데리츠 성장을 위해 부동산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 13일 신세계그룹 핵심 계열사 이마트는 KB증권과 10여개 자가점포 자산 유동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마트는 매각 대상 점포 선정부터 투자자 모집, 매각 등 모든 과정을 올해 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롯데쇼핑과 달리 기존 건물을 팔고 다시 임대하는 '세일 앤드 리스백' 방식을 선택했다. 매각 점포들은 10년 이상 재임차할 예정이며, 예상 규모는 약 1조원 수준이다. 이마트가 점포 매각을 통한 현금 마련에 나선 것은 창사 후 처음이다.

이마트는 지방의 적자 점포 위주로 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다. 지방 적자 점포는 이마트의 수익성 악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마트는 확보된 현금을 재무건전성 강화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일부 점포를 유동화하면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줄이고 불필요한 차입금을 갚아 이자 부담과 부채 비율을 낮출 수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이마트가 사모 부동산 펀드 조성을 통한 자산 유동화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펀드는 리츠보다 쉽게 자산 처분이 가능하다.

유통공룡들이 부동산 매각에 나선 이유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다. 침체에 빠진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올해 급격히 증가한 부동산보유세(건물·토지 등에 대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로 인해 실적이 나빠졌는데, 점포를 팔아 현금 흐름을 개선하고 부동산보유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올해  2분기 롯데백화점(58억원)과 롯데마트(26억원)의 전년 대비 부동산보유세 증가분은 총 84억원이다. 롯데쇼핑은 올해 3월 말 기준 토지 장부가가 7조534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이마트가 내야 하는 부동산보유세는 총 1012억원으로 전년보다 123억원 늘었다. 이마트는 현재 142개 중 121개, 트레이더스는 16개 중 14개를 자가점포로 운영 중이다. 자가점포는 운영관리 자율성이 높고 임대료 부담이 없지만 최근 부동산보유세 부담 탓에 역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이마트가 소유한 토지의 장부가는 지난 3월 말 기준 4조1980억원에 달한다.

특히 6월1일을 기준으로 건물·토지 등에 대한 재산세와 종부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2분기만 되면 비용 부담이 늘기 마련이다. 지난해 2분기 롯데쇼핑이 지급한 세금과공과는 1140억원으로, 1분기 107억원보다 10배나 많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매각 이유는 경기 불황, 오프라인 매출 감소 등이 있지만 부동산보유세 강화로 인한 부담이 커진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