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제 후폭풍③] 손발 묶인 정비사업···관건은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상한제 후폭풍③] 손발 묶인 정비사업···관건은 '주거정책심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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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반발···민원에 사업 재검토까지
기재부 '신중론'에 시기 조절 가능성도
30일 찾은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전경.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정비사업 업계에 8월은 잔인한 달이다. 지난해엔 8.2 부동산 대책과 9.13 대책 예고로 몸살을 앓았다면, 올해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손발이 묶였다.

규제로 골머리를 앓는 대상은 재건축·재개발에서 더 나아가 리모델링, 가로주택정비사업까지 확대됐다. 정부가 이르면 10월부터 민간 분양가 상한제를 전격 시행하기로 하면서 규제망에 속한 곳은 벌써부터 사업이 '올스톱'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일부 사업장에서 적용 유예기간을 달라는 목소리를 키우는 가운데, 업계는 상한제의 적용 시기와 세부 지역을 결정할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 가장 강력하게 반발하는 곳은 서울지역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이다. 정부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에서 상한제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서울 25개구 전역이 규제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특히 소급 적용이 결정된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단계의 정비사업 단지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상태이거나 그 이후로 진입한 사업지는 강동구 둔촌주공을 비롯해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강남구 개포주공1·4단지 등 서울에서만 95곳이다. 이중 이주·철거 단계인 곳은 절반이 넘는 53곳에 달한다.

개포주공1단지 조합원들은 국토교통부에 분양가 상한제 반대 민원을 꾸준히 넣고 있으며, 상한제 도입으로 1조원 이상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된 둔촌주공아파트 조합원들은 단지 앞에 분양가 상한제를 반대하는 플래카드까지 내걸었다. 이들은 오는 24일 모임을 통해 사업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둔촌주공 한 조합원은 "이제야 재건축 사업이 막바지에 도달했는데 상한제 소급 적용은 마른하늘의 날벼락 같은 일"이라며 "몇몇 조합원들은 분양을 밀어붙이기보다 다른 해결방안을 찾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의견도 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리모델링과 '미니 재건축'이라 불리는 가로주택정비사업도 분위기가 얼어붙은 것은 마찬가지다. 일반분양분이 30가구를 넘어서는 곳은 상한제 대상에 포함되는 탓에 사업을 재검토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재건축·재개발 대안으로 주목받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업계에선 일정 기간 유예기간이라도 둬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합들의 반발을 차치하더라도 시장의 급격한 위축을 막기 위해서는 시기 조절이 필수라는 것. 

한편에선 정부 부처 간 의견차로 인해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는 만큼 상한제 적용 시점이 조절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피어오른다. 국토부는 입법예고를 거쳐 오는 10월 초 유예기간 없이 공포·시행하겠다는 입장이나, 이와 달리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신중론을 내비쳤다는 게 기대감의 근원지다. 

실제 국토부가 민간 분양가 상한제 세부안을 발표한 날, 홍 부총리는 "오늘 발표는 적용 요건을 완화하는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1단계 조치"라면서 "부동산 상황이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실제로 민영주택에 적용하는 2단계 조치는 관계부처 간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시장 안팎에서는 기재부가 주택시장 안정에 뜻을 같이하면서도 자칫 분양가 상한제가 경제 상황을 더욱 무겁게 짓누를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관건은 상한제의 실제 적용을 위해 거쳐야 하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다. 주정심은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부동산 정책을 다룰 때 적용 시기와 세부 지역 결정권을 갖는 의결기구다. 

기재부 차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 외에 다수의 민간전문가가 참여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반발이 강한 시장 상황이 고려된다면 국토부의 계획과는 달리 상한제 강행이 어렵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에선 주정심에서 위촉 민간 전문가의 비중을 늘리고, 위원회의 결정 사유를 공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 개정도 추진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예기간을 두지 않겠다는 국토부의 의지가 워낙 강한 탓에 유예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다만 경기 상황에 민감한 기재부와 의견차가 지속된다면 실제 적용지역·시점 등이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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