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시장은 악마에 베팅하나
[데스크 칼럼] 시장은 악마에 베팅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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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주가가 지금처럼 2000선을 밑돌고 있을 때 기자들과의 회의에서 각자 향후를 점쳐봤다. ‘다소 비관론자’인 필자는 주가가 2600선까지 오르다 그것이 마지막이 되고 본격 고꾸라지는 시점이 오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 의견을 내놨다.

지금까지 실제는 2600선은 커녕 최고 2300선 가까이 가다 다시 2000선 아래로 내려오기를 반복한다. 미·중 무역협상은 타결 국면이 보이지 않고 장기전 모양새이고, 예상 밖의 일본의 수출 규제와 이에 대한 맞대응 전 국면은 더욱 꼬이고 있다.

반도체가 주도하는 시장은 일본 수출규제로 오히려 가격 상승이 있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왔지만 지난달 수출 가격을 살펴보면 아직 그런 움직임은 없었다. 지난 6월 -3.4%로 하락세로 전환됐고 7월에는 -5.9%로 낙폭을 키우는 모습이다.

모임에서도 향후 경제방향에 대한 주제가 나오면 필자는 다소 비관적인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과거 위기와는 다른 양상의 예측치 못한 일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팩트보다는 '감'(感)에 의존한 의견이었다.

그런데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가 터지면서 트럼프의 보수무역주의 경향이 동맹국인 이웃국가 일본에서도 성질은 달리하면서도 결과적으로 벌어지면서 다소 비관적인 입장은 더욱 굳어졌다.

여기에 홍콩은 제2의 천안문 사태 우려 등 긴장감이 고조된 가운데, 중국 정부는 관영매체 사설을 동원해 ‘불순한 시위’(Color revolution aims to ruin HK's future)란 제목으로 미국 등 서방의 배후설을 경계하며 홍콩의 ‘금융’과 중국의 체제(법)가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엄포를 놓고 있다.

유럽에서는 영국도 새로운 총리(보리스 존슨)가 나오면서 브렉시트를 공고히 하고 있다.

급기야 미국의 국채금리는 10년물과 2년물이 역전되면서 경기침체의 전조가 아니냐는 시장우려를 자극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어느 여건 하나 우호적이지 않다. 내부적으로도 삼성 등 주력 기업들의 실적 호전 전망이 늦춰지면서 더욱 어두운 전망도 보인다.

외국인은 연일 증시에서 매도를 이어가며 빠져나가고 있고 원•달러 환율은 이미 1200원을 웃돌고 있다.

지인 중에는 앞으로 경기하강에 베팅하고 외화예금을 앞서 가입한 경우가 있다. 하루에 수백만원 환차익을 거뒀으니 환율 1200원이 넘은 지금은 단기간에 장부상 환차익만 족히 수천만원은 되리라.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난하며 자신이 거둔 환차익이 반갑지 않다는 그의 말이 떠오른다. 1300원, 1400원까지도 오를 것이라고 그는 장담했다.

현 수준으로 경제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금리인하는 부동산과 같은 비생산적인 곳으로 자본이 흘러가게 할 수도 있다. 국내 부동산관련 대출 규모는 1700조원에 육박했고 이 가운데 가계에 대한 대출 잔액은 1000조원을 넘어섰다. 금리 인상과 인하 모두 개운치 않은 환경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도 외환보유고가 넉넉하고 재정이 건전한 점이다. 하지만 변동성이 심한 때, 자본의 쏠림을 줄 수 있는 작은 것이라도 충격이 있을 수 있다. 시장을 경계해야 하는 점이다.

하나·우리은행의 파생상품 투자자 피해 논란 건도 현 시장 상황에서 반가울 리가 없다. 이유없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지만 지금 경제여건은 무소식도 아닌 악(惡)소식의 연속이니 시장을 더욱 경계하게 만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 없도록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비상대응능력을 키워야 한다. 안좋은 일은 한꺼번에 온다(禍不單行)는 옛말이 항상 옳다는 것이 아니길 기대하며 ‘다소 비관적’인 필자의 생각을 늘어놓는다. 사족으로 ‘산업과 기술의 이동’에 주의해 그동안 펀더멘털을 높이기 위한 투자와 혁신을 게을리 한 것은 아닌지 노파심에 한마디 더한다.

김무종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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