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 낀 日 하늘길···국내 항공사, 52% 노선 정리
살얼음 낀 日 하늘길···국내 항공사, 52% 노선 정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1개 노선 중 63개 정리···中·동남아 노선으로 '눈길'
업계 "큰 타격으로 올해 항공업계 실적 흐릴 것" 예상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를 비롯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총 63개의 일본 노선 정리에 들어갔다. 7월 초 기준 국내항공사들이 취항하고 있는 일본 노선은 121개였으나 두 달도 채 안돼 무려 52%에 달하는 노선이 조정된 셈이다. 63개 가운데 운항을 중단키로 한 노선은 29개에 달한다. 이외에는 운항 횟수를 줄이거나 소형기종으로 변경해 투입키로 했다. (자료=서울파이낸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를 비롯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총 63개의 일본 노선 정리에 들어갔다.(자료=서울파이낸스)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가장 바쁘고 혼잡한 성수기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을 잇는 하늘길이 이전과는 다르게 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일 노선이 절반가량 조정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초부터 일본 노선에 대한 공급과잉이 심화된 문제도 있으나 최근 한국을 향한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로 초래된 불매운동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더해 안정적으로 수익이 창출되던 일본 노선의 운휴·감편으로 수익성 악화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이번을 계기로 적당한 공급이 이루어져 경쟁 측면에서도 안정적으로 변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적 항공사들이 일본 노선의 수익성을 대체하기 위해 중국과 동남아 등 타 노선으로 눈길을 돌려 대폭 취항에 나서고 있지만 관광인프라나 비자발급 문제 등으로 일본에서 창출하던 수요만큼 대체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를 비롯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총 63개의 일본 노선 정리에 들어갔다. 7월 초 기준 국내항공사들이 취항하고 있는 일본 노선은 121개였으나 두 달도 채 안돼 무려 52%에 달하는 노선이 조정된 셈이다. 63개 가운데 운항을 중단키로 한 노선은 29개에 달한다. 이외에는 운항 횟수를 줄이거나 소형기종으로 변경해 투입키로 했다.

그간 가까운 거리, 편리한 시간대, 다양한 여행지 등으로 꽤 높은 수익성을 자랑하던 일본 노선은 국내 항공사 사이에서 '효자 노선'으로 불릴만큼 중요한 취항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공사들이 노선을 과감히 정리한 이유는 크게 과잉공급과 불매운동의 여파 이 두가지로 꼽혔다.

일본 노선에 대한 슬롯(Slot)부족사태는 지난해부터 업계 내 계속 언급됐던 문제였다. 이를 해소키 위해 정부는 타 국가와의 항공회담을 지속 해나갔고, 각 사마다 노선 다변화 전략을 꾸려나가던 중이었다. 그러던 때 일본이 한국을 향한 보복성 수출규제 시행을 발표하면서 불매운동의 여파도 겹치게 된 것.

현재 미리 항공권을 끊었던 한국 소비자들이 막대한 위약금을 물면서까지 취소하는가 하면 타 여행지로 변경이 이루어지면서 8월,9월,10월 등 성수기 시즌 일본행 노선 예약률이 급감했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일본노선 주간 항공운송 실적'에 따르면 8월 첫째 주(4∼10일) 일본노선 탑승률은 71.5%로, 지난해 동기(84.5%)와 견줬을 때 13%포인트(P) 감소했다. 지난달 마지막 주(7월28일∼8월3일) 탑승률 또한 75.7%로 같은 기간(87.7%) 대비 12%P 감소한 데 이어 감소 폭을 더 키운 것이다.

일본노선에 많이 투입하는 189석 규모의 B737-800 항공기를 운항한다고 가정하면 지난해 8월 첫째 주 평균 160석을 태우고 떠났던 일본행 비행기가 올해는 135석만 채운 채 운항한 셈이다. 이처럼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의 구호인 '노 재팬(NO JAPAN)' 일본 보이콧의 불씨는 나날이 커져만 가고 있어 현재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추가 노선 감편이 단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불매운동 초기엔 크게 항공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 생각했으나 취소율은 더 높아지고 예약률 또한 떨어지는 등 불매운동 장기화가 될 것으로 보여져 업계는 현재 비상"이라며 "중국 운수권 등으로 수익을 채우기 위해 정신없이 타 노선 전략을 세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국내 항공사들은 이전부터 일본노선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오고 있었는데 이 시기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것이라 보고 중국·동남아 등 타 노선의 신규 개설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스타항공은 이미 지난달 12일부터 인천-상하이 노선을 신규 취항해 운항을 시작했고 운임도 기존 대형항공사(FSC) 대비 40% 저렴하게 내놨다. 이어 9월, 인천-장저우 노선과 청주-장자제, 하이커우 노선을 차례로 취항한다. 제주항공도 지난 5월 국토교통부로부터 배분받은 중국 운수권을 활용해 인천과 김해, 무안을 기점으로 무려 6개 노선(인천-난퉁·옌지·하얼빈, 김해-장자제, 무안-옌지·장자제)을 신규 취항한다. 

대한항공도 9월부터 인천-장자제 노선을 시작으로 인천-항저우·난징을 신규 취항한다. 10월에는 인천-베이징·클락 노선을 대폭 증편한다. 티웨이항공도 인천·대구발 장자제·옌지·선양·우한 등 중국 노선과 김해-가오슝 부정기 노선 취항에 나설 예정이다. 에어부산은 김해-장자제·옌지 노선을 증편해 운항하고 연내 인천발 중국 일부 노선도 취항키로 결정했다. 더해 김해-타이베이 노선도 증편해 운항키로 했다. 에어서울도 인천-장자제 노선을 운항 앞두고 있다.

LCC 관계자는 "이번 일본 사태로 극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탑승률이 곤두박질치면서 올해 항공업계 전체적으로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듯 이번 사태를 통해 그간 슬롯부족 등 혼잡했던 노선들이 정리되면서 정상적인 공급형태로 되돌아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타 노선 취항을 하게 됐지만 이 또한 노선 다변화가 되면서 안정적인 항공경영이 이루어 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각 항공사들이 앞다퉈 중국과 동남아 노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관광인프라나 까다로운 비자발급의 문제 등으로 수익을 채우기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본 수요를 대체할만한 지역으로 중국노선을 다들 노리고 있지만 중국은 아직까지 관광보다는 비즈니스 수요가 높고 비자발급 등의 문제도 까다롭고 정보도 한정적이라 단기간 내 일본수요만큼 대체하기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