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직격탄"···정비사업·건설업계 사업 중단 가능성
"분양가상한제 직격탄"···정비사업·건설업계 사업 중단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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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조합 반발·우려 목소리···건설사들, 수익성 '빨간불'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진=이진희 기자)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분양을 앞둔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결국 분양가 상한제의 사정권에 포함되면서 정비사업 업계는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상당수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지가 사업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만큼 조합은 물론 건설사들의 혼란도 가중되는 분위기다. 당초 추가 규제 시 정비사업이 올스톱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전망 역시 힘을 얻고 있다. 수억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추가분담금을 감당할 수 있는 조합이 많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13일 부동산114 등 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단지는 381곳이다. 이중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단계의 접어든 재건축 사업지는 30곳, 재개발은 34곳으로 집계됐다.

이들 사업지는 모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규제 대상이다. 정부가 민간 분양가 상한제를 부활시키기 위해 지정 요건을 대폭 완화한 탓이다. 지난 12일 국토교통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기준 개선 추진' 방안을 통해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적용하는 도입 시점을 '최초로 입주자모집 승인을 신청한 단지'로 조정했다. 

기존에는 '최초 입주자모집 승인 신청' 시에 적용됐던 일반 아파트와 달리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예외적으로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단지'부터 적용됐다. 정부가 별도의 유예기간을 두지 않는 이상 오는 10월 주택법 시행령 공포와 함께 동시에 시행될 예정이다.

규제를 피하려면 40여일 안에 분양에 나서야 하지만, 분양을 서두를 여건이 되는 곳은 사업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래미안 라클래시(상아2차),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 둔촌주공 등에 그친다. 이 밖에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사업계획을 아예 새로 짜야 할 상황이다.

때문에 규제 적용 대상인 사업장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단지는 법적 대응까지 고려 중이다. 정부의 방침대로 분양가를 20~30% 낮추면 추가분담금 상승으로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서초구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분양가를 낮추게 될 경우 재건축만 바라본 조합원들이 감당해야 하는 분양가는 2~3억원가량 비싸지게 된다"며 "명백한 재산권 침해인 데다 위헌 소지가 있는 만큼 법적 대응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도 불만을 표출하기는 마찬가지다. 겹규제 탓에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발표된 이번 추가 규제는 수주 물량 급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HUG의 분양가 규제 때는 후분양이라는 대안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예 사업 자체가 중단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조합들이 속도 조절에 나설 경우 수주 물량이 더욱 줄어들게 될 뿐 아니라 향후 일부 조합에선 공사비를 줄이라는 압박도 예상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철거·이주를 마친 단지는 분양을 서두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향후 일정이 불투명해졌다"며 "정비사업을 막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과연 집값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길인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 타격을 줄일 수 있는 우회로로 1대1 재건축이나 임대 후 분양 카드가 나올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다만 정부가 임대 후 분양을 통해 분양가상한제를 피하는 고가주택은 임대 시 의무사항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임대보증 심사를 강화할 방침인 만큼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사실상 '잠정중단'될 것이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조합과 건설사들이 비교적 분양가를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는 임대 후 분양 등을 검토할 수 있지만, 향후 주택시장의 상황을 예측·담보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사업성이 좀 안 나온다 싶은 사업장들은 사업을 올스톱 시킬 것"이라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집값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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