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IPO시장···급락장에 상장 예정 기업 '추풍낙엽'
얼어붙은 IPO시장···급락장에 상장 예정 기업 '추풍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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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철회·IPO 시기 '고심'···새내기株 절반도 공모가 하회
사진=서울파이낸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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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청약 경쟁률 1000대 1을 웃돌며 달아오른 기업공개(IPO)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주식시장에 '검은 8월'이 드리우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돼 증시에 출사표 예정인 기업들이 속절없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하반기 알짜 기업의 잇단 등장으로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무색해지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즈 콘텐츠 기업 캐리소프트는 지난 7일 금융위원회에 철회 신고서를 제출, 코스닥시장 상장을 전면 연기했다.사업모델 특례상장로 증시에 입성하고자 했던 의지를 하루 만에 거둬들였다. 앞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캐리소프트 외에 상장을 염두에 뒀던 기업들의 증시 출사표를 망설이고 있다. 지난 6월27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 심사 승인을 받은 전자상거래업체 코리아센터는 증권신고서 제출을 이달 말로 미뤘다. 코리아센터는 추정 기업가치 1조원으로 평가받으며 하반기 IPO 기대주로 꼽혔다. 

지난달 심사를 통과한 팜스빌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IPO사 관계자는 "상장심사 승인을 받은 기업은 특별한 흠결이 없는 한 2주 안팎으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 절차에 착수한다"면서 "이를 미루는 건 회사 자체에서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느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식시장은 수년 만에 최저치를 터치하는 등 극심한 부침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가치 산정에 어려움이 예상되면서, 향후 시장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상장 연기 결정을 내린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된 시기에 공모에 나서면 흥행 실패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는 지적이다. 앞서 상장 절차에 돌입한 나노브릭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39.3대 1의 경쟁률을 기록, 희망 밴드 하단을 밑도는 1만6000원에 공모가를 결정했다. 네오크리마 역시 수요예측 흥행 부진으로 희망가보다 20% 낮은 공모가 8000원을 확정했다.

증시에 새로 진입한 기업도 급락장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달 이후 신규 상장한 기업 15곳 가운데 절반인 7곳은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아이스크림에듀는 반 토막 난 상태고, 에이에프더블류(-39.6%), 세틀뱅크(-25.5%), 에이스토리(-35.5%) 등도 크게 부진한 양상이다. 지난달 30일 상장한 코윈테크는 2거래일간 40% 가까이 빠졌다가 가까스로 반등했지만, 여전히 공모가 23%가량 밑돈다.

이소중 SK증권 연구원은 "대외적 악재로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안정성보다 성장성에 초점이 맞춰진 IPO 종목에 대한 매수세 유입이 억제되고, 기존 주주로부터 투매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올 하반기 IPO시장은 대형 기업들의 존재감이 미미하지만 그간 공모주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핀테크, 신재생에너지, 2차전지 등 무형자산 중심 유망 기업들의 등장으로 양적·질적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전통적으로 상장 기업이 하반기에 더 두드러지는 '상저하고' 현상도 기대감을 키웠지만, 예상치 못한 증시 상황에 직면하면서 하반기 시장 위축 우려가 부각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식시장 분위기로 IPO 시장은 비수기 아닌 비수기를 맞고 있다"면서 "증시 입성을 계획한 기업들은 기업가치 저평가 위험 요인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상장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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