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뉴노멀시대에 맞는 금융자산관리
[전문가 기고] 뉴노멀시대에 맞는 금융자산관리
  • 손권석 KEB하나은행 제주금융센터 PB팀장
  • sonks@hanafn.com
  • 승인 2019.08.09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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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권석 KEB하나은행 제주금융센터 PB팀장
손권석 KEB하나은행 제주금융센터 PB팀장

8월 5일, 오전 9시30분경 일본으로부터 국제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일본 도쿄에 거주하고 계시는 제주출신의 재일교포 고객은 다급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요지는 일본에서의 오랜 이민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한국으로 영구귀국을 준비 중인데, 한일관계가 급랭하고 주가, 환율 등 금융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불안한 마음이 든다는 것이었다.

고객의 말씀처럼,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규제가 발표된 7월 2일 이후, 코스피는 7월 한달동안 -4.98% 조정을 받았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안건이 각의를 통과한 8월 2일이후 3영업일 연속 -5%pt가 하락한 상황이다. 물론 일본증시의 대표지수인 니케이225는 7월중 +1.17% 상승마감 하였지만, 무역보복 규제안이 발표된 8월2일 이후 -4.44% 동반 조정받았다.(동기간 한국 코스피는 -4.95% 하락)

다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시장의 변화가 유독 한일관계의 악화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6월말 G20 정상회담 이후, 미중 무역갈등이 완화되는 듯하였으나, 8월 1일 미국이 중국에 대해 무역관세(10%)를 부과하기로 발표하면서 급랭되었고, 7월 31일 미국은 FOMC회의에서 미국 기준금리를 10년 7개월만에 금리인하 결정했다. 7월 18일 한국은행은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2.50%에서 2.25%으로 하향조정하면서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염두하여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 우리가 알고 있었지만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 : 지금은 저성장, 저금리의 뉴노멀 시대

세계적인 채권운용사인 핌코(PIMCO)의 대표였던 모하메드 엘에리언이 2008년 그의 저서에서 처음 사용했던 '뉴노멀'이라는 용어가 있다. 당시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시장의 붕괴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된 시점이었는데, 향후 전세계 경제가 겪게 될 장기적인 트렌드로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 현상을 제시했던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의 경고를 잠시 잊고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 경기가 회복되면서 미 연준은 2015년 12월 금리를 올리면서 긴축 기조로 돌아섰고 2016년 1차례, 2017년 3차례, 2018년 4차례 등 총 9차례 금리를 인상해왔다. 이에 따라 국가간 금리 역전현상으로 달러강세가 우려되었고, 다른 국가의 중앙은행들도 경기회복세를 보면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이 다시 금리인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우리가 다시금 적응해야 하는 저금리 시대에는 전보다도 더욱 장기투자와 분산투자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목표수익률이 낮기 때문에 장기투자를 통해 복리효과를 극대화하여야 하고 특정자산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전체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이는 상식적인 수준의 전제이다.

첫번째 투자방향은 변동성이 큰 자산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에 인컴형 투자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인컴형 투자'란 '주기적인 현금수익이 창출되는 투자'을 뜻한다. 예를 들어, 매 3·6·12개월마다 이표(쿠폰)가 나오는 채권, 매6개월마다 배당을 지급받을 수 있는 부동산펀드나 리츠, 매년 또는 수시로 배당을 지급하는 배당주가 그것이다. 실은 이러한 접근방식은, 선진국들이 최근 10년동안, 그리고 일본이 저성장 기로를 걷던 '잃어버린 10년' 동안 저금리를 극복하기 위해 실행해오던 투자방향이기도 하다.

◇ 뉴노멀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투자방안

한 예로 지난 7월말 설정된 아마존 물류센터에 투자하는 부동산공모펀드는 2,400억원 한도가 하루 만에 완판되었다. 글로벌 인터넷업체인 아마존이 유럽지역에 운영하는 물류센터 3곳에 투자하는 펀드인데, 임차인이 '아마존'이라는 우량기업인 점과 만기5년 동안 6%중반의 수익실현을 목표로 한다는 점, 그리고 공모펀드로 최소가입금액이 1천만원으로 비교적 낮은 수준인 점 등이 개인투자자들의 투심을 자극했다고 짐작한다.

안정적인 그리고 지속적인 현금창출이 더욱 중요하다. 지속적인 현금창출이 있으면 약간의 자산가격변동은 견딜 수 있다. 저금리 상황이기 때문에 채권의 수익률도 내려와 있지만, 금융기법을 활용한 구조화상품이나 부동산, 사모대출 펀드 등의 대안투자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이러한 인컴형 투자가 가능하다. 다시 한번 강조드리자면, 이러한 접근은 기존의 펀드들이 주식의 가치 상승을 목표로 한 것에 비하여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둘째, 신흥국인 한국의 투자자라면 해외 선진국투자 및 달러 자산에 대한 비중을 높여야 한다. 기본적으로 달러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되어 불안심리가 커지면 여지없이 자금이 몰리는, 즉 가격이 오르는 자산이다. 여기에 신흥국의 투자자라면 국내 여타의 자산과 상관관계가 낮은 선진국자산과 달러자산은 필수적으로 비중을 유지해야 하는 자산 중 하나이다.

그 중에서도 외화채권에 관심을 갖을 필요가 있다. 알리안츠, 푸르덴셜 같은 글로벌 보험회사나 UBS 같은 외국계은행들이 발행한 하이브리드채권은 콜행사를 전제로한 수익률(Yield to Call)이 약5~8%수준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한국계 기업이 달러자금 조달을 위해 미달러화나 유로화로 발행한 달러표시 외화채권도 4~6%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달러이야기가 나왔으니 달러로 투자하는 보험상품도 검토해 볼 만 하다. 매월 환율을 적용하여 결정되는 월납입액을 불입하여 미국 국채나 회사채로 운용을 하는 연금·변액보험상품으로서, 만기에는 달러로 연금을 수령하거나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방식이다. 만기시점의 환율에 따라 수익률은 다소 달라질 수는 있지만 매월 결정환율에 의한 평균매입환율 효과가 있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보험상품의 최대 장점인 비과세혜택을 감안할 때 검토할 만한 상품이다. 특히 자녀 유학을 계획하고 있거나 해외여행 선호도가 높은, 즉 달러수요가 있는 투자자에게 추천한다.

마지막으로는 안전자산의 핵심인 금에 투자하는 방안이다. 금 가격의 특성상 장기 사이클을 타기도 하고 변동성이 큰 원자재 자산이며, 개인투자자의 경우 투자기구(vehicle)이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던 자산이다. 실물 금괴인 골드바를 직접 구입하거나 금시세로 사고 팔 수 있는 금관련 펀드에 가입할 수 있다. 올들어 골드바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마도 금가격 상승을 목표로 한 투자이기도 하지만, 금이라는 실물이 주는 안도감과 만족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고 사료된다.
 
필자도 시장이 급변하는데 뜬금없이 뉴노멀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지 고민했었다. 하지만 아래의 수익률변화를 확인하고는 앞에서 제시해 드린 투자방안들이 유효하다고 확신한다. 아래 표는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와 일본의 수출규제 이슈가 촉발된 시점, 즉 변곡점이 된 7월말을 기점으로 7월 월간 수익률과 8월 1일~7일까지의 수익률을 비교한 표이다. 글로벌 증시는 한국 뿐 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 증시가 조정을 받아 선진국(MSCI DM, -3.36%)과 신흥국(MSCI EM, -6.21%) 모두 하락하였으나, 안전자산이라 할 수 있는 달러(원달러 환율, +2.72%)와 각 국 국채는 가치가 상승하였다.

이렇게 시장이 급등락하는 경우, 프라이빗뱅커의 최우선 목표는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위한 조언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재일교포 고객에게도 원엔 환율에 대한 추이도 말씀을 드렸지만, 현재의 상황의 주된 원인이 단순히 일본의 수출규제 발표나 백색국가 제외 발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흐름의 영향도 있음을 거듭 설명하였다. 오히려 고객의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향후 준비할 일본 내 자산의 정리시 고려사안과 국내로의 재산반입을 위한 외국환 거래 유의사항을 설명드리면서 상담을 마무리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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