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우방의 조건
[홍승희 칼럼] 우방의 조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방, 즉 친구나라에서 친구란 서로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힘을 보태주고 힘들 때 어깨를 빌려줄 수 있는 존재를 말한다. 대한민국이 미국을 우방이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한국동란 당시 많은 군인과 무기를 제공하고 또 수많은 미국의 젊은이들이 한국군과 함께 피흘렸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는 미국의 자국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 해도 어쨌든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해 수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바쳤다는 사실에 피난의 악몽을 겪고 살아남은 한국인들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미국이란 나라에 호감을 느껴왔다. 게다가 전후복구에 미국의 도움을 크게 받았던 사실도 한국인들은 잊지 않았다.

그래서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미국을 우방이라고 칭하는 걸 당연시 해왔다. 그들이 처음 한국 땅에 일본제국주의를 대신할 정복국으로 진주했든, 한국을 냉전시대의 최전선으로 인식했든 다 접어두고.

그런 미국의 요구로 한국은 일본의 변변한 사과도 받지 못한 채 억지춘향 식으로 일본을 ‘우방’으로 받아들였다. 일본은 틈만 나면 한국인의 속을 긁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교류가 시작된 이래 한국 역대 정부는 일본과의 우호를 증진시켜가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일본은 여전히 한국을 과거의 식민지 조선으로 여기며 만만하게 여겨왔고 최근엔 정치적 포장마저 걷어내고 한국을 향해 강력한 무기를 들이밀었다. 최근 필자가 본 한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발견한 극우 이데올로기의 산실인 일본회의와 자민당을 연결하는 일본 우익의 핵심 코어로 알려진 한 일본 정치인의 인터뷰는 이번 일본의 경제공습이 결코 강제징용 판결로 인한 갑작스러운 행동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줬다.

위안부 문제를 다룬 ‘주전장’이라는 이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그 일본 정치인은 모든 일본의 역사적 죄를 부정하며 난징 대학살은 중국의 조작이고 한국의 역사문제 제기는 고민할 가치도 없는 작고 ‘귀여운’ 나라의 깜찍한 반항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사과할 일을 하지 않았고 또 국가는 절대로 사과를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이게 일본의 공식 입장이고 또 현재 아베정권의 빗겨가지 못할 입장이기도 하다. 그런 일본이 칼을 빼들었으니 스스로는 멈추지 못하고 끝까지 휘두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그 끝은 ‘할복’이 될지라도.

그런 일본과 한국은 지금 치열한 경제전쟁을 벌여나가고 있다. 그런데 국력을 모아 전쟁을 벌여나가야 할 상황에 놓인 이런 한국을 향해 미국은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을 5배나 올리라질 않나, 또 기름 한방울 나지 않아 중동에서 분쟁이 일어날 때마다 똥줄 타는 한국에게 대 이란 호르무즈해협의 봉쇄전에 해군함정 파견을 요청한다고 하질 않나 완전히 뒤통수치는 요구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쯤 되면 정말 미국이 우리의 우방인지 되묻고 싶어진다. 마치 애들 싸움 붙여놓고 양쪽 머리통 때리는 동네 건달 형님같은 모습이 아닌가.

미국은 그동안에도 한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해나갈수록 남북 분단 상황을 지렛대 삼아 한국의 미래계획을 휘두르려 애써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 분단상황으로 입지가 좁은 한국은 웬만하면 미국의 뜻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스스로 한국의 우방이기보다 한국을 연방으로 둔 제국처럼 거들먹거리는 것은 아닌가 싶다. 한`일간 경제전쟁을 관망하는 것을 넘어 대중 무역전쟁의 보조무기로 아베를 부추긴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에 한일 경제전쟁까지 더해지며 지금 중국 위안화는 불안해졌고 그를 기화로 미국은 재빨리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몰아가는 과정이 매우 매끄럽게 진행되고 있으니 나름 합리적인 의심이 아닌가 싶다. 덕분에 중국 위안화와도 연동된 한국 원화 역시 불안해졌고 공격당한 한국은 물론 공격한 일본 역시 경제적 타격을 입으니 미국만 홀로 즐거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니 한국은 미국을 향해 지금 한국이 전쟁 중임을 어필하며 방위비 분담 문제도,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도 다 뒤로 미루자는 협상카드를 활용해야 할 찬스가 아닌가 싶다. 이런 대미 외교전까지 앞둔 마당에 싸움 나선 장수를 바꾸라는 국내 헛소리들이 더 큰 장애일지도 모르지만.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