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MRO 사업부 '매각설'···델타항공 '한진家 백기사'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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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太' 미 군용기 60% 창정비···델타 지분 'KCGI' 우호지분 될 수도
(사진=대한항공, 서울파이낸스DB)
(사진=대한항공, 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대한항공 항공기 정비사업(MRO)을 담당하는 항공우주사업부의 매각설이 방위산업업계 등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매각설이 나오는 배경에는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KCGI)와 조원태 한진칼 회장 사이에서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가(家)의 백기사로 등장한 것에 초점이 맞춰진다.

대한항공은 항공사이면서 동시에 미군 군용기의 창정비(기체를 분해한 뒤 내부 장비를 교체)를 맡은 방산업체이기도 하다. KCGI가 올해 1월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는 한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항공우주사업부 분사를 언급한 바 있는데, 사실상 MRO 부문을 떼어내겠다는 것으로 업계는 받아들였다.

실제로 KCGI 측은 1월 “항공우주사업부를 분사할 경우 대한항공의 차입금 개선에 큰 효과가 기대된다며 KCGI가 경영권을 잡게 될 경우 MRO 부문을 떼어낼 수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렇게 되면 아태지역(아시아태평양)의 미군 군항기 물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대한항공 MRO부문 분사는 미국 입장에서 아태지역 전략적 안보 불안감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데는 미국의 군사 안보 전략 영향이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애초 조 회장과 현아·현민 세 남매 등 한진가가 3000억원대에 육박하는 상속세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한진칼 지분을 매각할 경우 KCGI에 그룹 경영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졌다. 한진가(28.93%)와 KCGI(15.99%)의 지분격차는 13%에 불과하고 여기에 국민연금(4.11%)을 포함 기관투자자들이 KCGI 편에 서게 되면,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KCGI의 한진그룹 경영권 장악 가능성은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델타항공은 올해 6월 한진칼 지분 4.3% 확보 이후 지분율을 꾸준히 높이면서 지난달 30일 기준 현재 지분 5.13%까지 늘렸고 앞으로 10%까지 늘릴 계획이다. 한진가의 우호 지분율은 34.06%(조원태 회장 및 총수일가 지분 28.93%와 델타항공 확보 지분 5.13%)로 KCGI의 지분율을 2배 넘게 웃돌게 된다.

델타항공이 그동안 대한항공과 우호적 관계를 맺어온 데다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점도 경영권 방어 수세에 몰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자처하면서 MRO 부문의 분사를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델타항공과 대한항공은 지난해 태평양노선 조인트벤처(JV·특정 노선에 한해 한 회사처럼 운영하고 비용과 수익을 나누는 협력관계)를 맺고 협력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부 매각설이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가 우호지분으로 여겼던 델타항공 지분이 KCGI 편에 설 수 있는 가능성도 있어서다.

KCGI가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율을 10%대로 끌어올리기 전에 MRO 부문을 분사가 아닌 매각을 추진해 성공하게 되면 델타항공으로서는 지분참여로 얻을 미군 군항기의 안정적인 창정비 전략적 확보 목적을 상실할 수도 있게 된다.

대한항공 MRO 부문이 매물로 나오면 매각은 단기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대한항공을 제외한 다수의 국내 항공사들은 연간 2조원이 넘는 항공기 정비 물량의 절반 이상을 외국 MRO 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렇게 되면 델타 항공 입장에서는 '닭 쫓던 개' 모양새가 될 수 있다. 델타항공은 "지분 취득은 단순한 장내 매수에 따른 것이고 경영참가 목적은 없고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행위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립입장을 드러냈지만, 이번 MRO 부문 매각설로 델타항공 보유 지분 방향이 KCGI로 향할 수도 있다는 관측에 어느 정도 무게가 실린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방위산업업계에서 매각설이 나돌고 있는 것 같다"며 "항공우주사업부문 매각설은 전혀 사실무근이고 확인된 바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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