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아무것도 안하는게 '최선'일 수 있다
[데스크칼럼] 아무것도 안하는게 '최선'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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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무역분쟁에 이어 미국의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증시가 폭락한 이후 불안정하다.

미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에 대해 '환율전쟁'이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이 나오고 있다. 그간 유럽, 아시아 증시와 달리 강한 상승 랠리를 펼쳐온 미국 증시마저 급락과 조정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구두개입에 이어 합동점검회의 개최 등 시장 불안정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증시 수급 안정 대책으로 공매도 규제 등 가동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강조도 빠지지 않는다.

주저앉은 증시의 바닥이 어디일지를 놓고 정부, 기관, 개인 모두 애타는 마음이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깨고 내려간 순간 이미 하방 지지선은 가늠하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좀 더 냉정함을 찾기 위해서는 이번 증시 폭락에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이 과연 환율 전쟁의 시작을 의미하는지와 이 조치를 세계 경제를 침체시킬 강력한 위협 요소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다.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은 미중 무역협상이 완전히 깨진 상태가 아닌 시점에서 단행됐다는 점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미국이 꺼내든 카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이 위안화 저평가를 유지하는 중국에게 이의 또는 시비를 건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줄곧 있어 왔던 일이다. 환율조작국 지정이라는 좀 더 강한 액션을 취하긴 했지만 큰 틀에 있어서는 미중 무역의 협상 카드 중 하나다. 좀 더 경각심을 높여 보더라도 세계 경제의 침체로까지 이어질 만큼의 '전쟁' 수준으로 표현하는 것은 다소 지나친 면이 있다.

물론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이후 신흥국 자금 이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바는 아니다. 최근 원달러 환율 역시 1200원대로 급등하며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했다.  

그러나 환율과 자금이탈은 상호간 연관성이 기준 금리보다 크지 않다.

투자한 국가의 통화가치가 지속적으로 약세일 것이라는 확신성이 들어야 자금을 빼내는 판단을 한다는 점에서, 자금 이탈은 실시간으로 등락하는 환율보다는 적어도 2~3달간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기준 금리의 영향을 더 받는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됐다고 해서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이 추가적으로 대거 이탈될 것이라는 공포심을 갖는건 다소 지나친 반응이다.  

한일간 무역분쟁 역시 앞으로 시간을 들여 그간 일본으로부터 수입해 온 핵심 부품·소재에 대해 대체 수입원을 찾아가며 국내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을 제고하는데 시간을 들여야 할 숙제라는 점에서, 급락한 주식시장에 더 이상의 악재로 반영하는 것은 무리다.

이를 놓고 보면 증시의 하방 범위를 좀 더 좁혀 유추할 수 있다.

2011년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발생 이후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됐을 때도 코스피지수 저점은 1800선이었고, 이후 7~8년간 코스피 박스선은1800~2100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의 미중간 무역 및 환율 갈등이 유럽 및 미국의 국가 신용위기 수준에 버금가는 악재는 아니라고 판단하는게 합리적이다.

코스피 1800선은 현재 지수와 비교해 100포인트 정도 더 떨어지는 것으로 5% 수준의 추가 하락인 것이다. 5% 정도의 추가 하락이 예상될 경우에는 운용사를 비롯한 기관들은 통상적으로 손절 또는 포트폴리오 변경을 하지 않은 채 좀더 인내한다.

오히려 5일 증시가 폭락한 '블랙먼데이' 이후 기관은 1000억원 매수에 가담했고, 연기금은 이달 2일 이후 사흘간 1조4000억원 매수에 나섰다. 증시의 바닥에 대해 어느 정도 가늠이 되고나면 통상적으로 외국인이 순매수에 나선다.

외국인들은 순매수를 하기 시작하면 수달에 거쳐 집중적이고 장기적으로 나서는 특성이 있다. 길게는 3개월 동안 시총의 3% 이상의 주식을 사들이며 하루 순매수 규모가 7000억원에 달하기도 한다. 주식시장이 회복될 경우 매수 여력이 제한적인 국내 기관 및 연기금보다는 외국인들이 수익을 내기에 더 유리하다. 

7일 아침 홍남기 경제부총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최종구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한자리에 모인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나온 증시 방어의 핵심 대책은 연기금 활용, 공매도 금지 검토 등으로 요약된다.

국민의 노후 자금을 지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명분으로 투입한다는게 과연 이 시점에서 적합할까? 차라리 연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에 지금이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설명이라면 모를까 지수방어용이라는 명분은 타당해 보이기 않는다. 

공매도 금지를 검토중인 것에 대해서도 그 명분과 효과에 대해 의문이 들기는 마찬가지다. 공매도와 비슷한 대주제도를 1990년 폐지했다가 불과 1년여만에 부활시킨 경험으로 비춰볼 때, 효과에 대해 장담할 수 없는 시장 개입을 답습하는게 적절한가? 공매도 금지가 증시 부양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할 수 있는 곳은 아직 없다. 그리고 현재는 최대 5% 하락만 인내하면 바닥을 확인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시점이다.

현재 시점에서는 확신할 수 없는 대응을 하기보다는 아무 것도 안하는게 오히려 최선일 수도 있다.  

김호성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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