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월요일-下] 환율 하루 만에 17.3원↑···외환당국 '신중'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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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215.3원 마감···3년 5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라
기간중표준편차 3월 3.5원 이후 변동폭 커져...금융 시장 '불안'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남궁영진 기자] 원·달러 환율이 3년 5개월 만에 달러당 1210원선을 뚫은 것은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던 일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격화하면서 지난 5월부터 수차례 1200원 돌파 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 등 '둑'이 무너지자 환율은 하루에만 17.3원 수직 상승했다. 

외환당국은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진 달러당 1200원선을 무리하게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원화값 하락 추세는 외환당국이 나선다고 막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외환당국은 "환율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과도하게 급변할 때 미세조정에 나선다"는 기본 방침을 되풀이 했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 보다 17.3원 올라 달러당 1215.3원에 마감했다. 종가기준으로 2016년 3월 9일(1216.20원)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루 17.3원 환율 상승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당시인 지난 2016년 6월 24일(29.7원) 이후 가장 큰폭이다. 개장부터 심상치 않았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5.6원 오른 달러당 1203.6원에 거래를 시작해 장 중 오름폭을 세 배 이상 키웠다. 환율 상승은 원화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또 다른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엔화의 강세도 눈에 띈다. 원화는 엔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였다. 미중 관세전쟁 격화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며 엔화는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였고, 이에 원·엔 재정환율도 올랐다. 원·엔 재정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100엔당 1147.92원이다. 전 거래일 3시 30분 기준가(1118.95원)보다 28.97원 점프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금리인하 기대 약화에 따른 미 달러가치 상승압력 △미중 무역분쟁 재확산에 따른 세계경제 침체 우려 △그리고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에 따른 한국의 성장기대 약화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던 우리 외환시장은 이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나타난 포치 악재까지 더해지자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포치, 즉 '1달러=7위안' 돌파를 계기로 환율 문제를 둘러싼 미중 양국 간의 갈등이 심화되면 무역분쟁이 더 악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원화에 다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외환당국은 장 초반 소극적인 구두개입과 소폭 물량개입에 나서는 선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당국은 이날 오전 중 원·달러 환율 상승세를 두고 이유 없는 급등세이며 시장원리에 의한 결과가 아니라고 밝혔다. 이에 원·달러 환율은 장 한 때 1210원대 초반으로 하락했다. A은행 외환딜러는 "오전 중에는 (외환당국이) 관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서는 강하게 개입하지 않았고 당국의 용인 기류가 확인되면서 시장에서 강한 원화 매도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5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미국 달러와 중국 위안화를 정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5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미국 달러와 중국 위안화를 정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커다란 진폭을 보이고 있다. 지난 4∼5월 단기급등하며 종가 기준으로 5월 17일 1191.5원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이후 하향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며 6월 28일엔 1154.7원까지 내렸다. 그러다가 일본의 1차 수출규제가 시작된 7월 1일을 기점으로 다시 오르기 시작해 이날 1200원선을 넘겼다. 일일 환율이 월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기간중표준편차도 3월 3.5원에서 4월 10.0원, 5월 9.4원으로 크게 올랐다. 변동폭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불안하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환당국 관계자는 "환율은 기본적으로 시장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변동성이 강할 때 미세조정을 하겠다"는 원론적 답변을 반복하고 있다. 

하준우 DGB대구은행 차장(수석딜러)은 "위안화 약세, 아시아증시 하락 등 외부적인 요인들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이날은 (외환당국이) 개입을 하더라도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권금리 하락, 엔화·달러화 같은 안전통화 초강세, 주식시장 하락 등 시장 심리가 불안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장세에서 외환당국이 손 쓸 틈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딜러는 "지난 4~5월 환율 변동성이 클 때 일부 업체들은 1년 벌 수익을 다 냈다고 전해진다"며 "소문이 퍼지면서 매매주체들도 대거 베팅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환율이 어디까지 올라갈 것이냐에 쏠려있다. 이런 추세라면 1250원선도 조만간 깨질 수 있다고 시장은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들어 '포치' 방어에 집착하지 않겠다면서 위안화 추가 절하를 용인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수차례 발신했다. 이에 더해 당분간 한일 무역갈등이 봉합보다는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2008년 금융위기 시에는 은행부문에서의 일본계 자금 유출이 컸으며 2012년 독도로 인한 한일 갈등 고조 시에는 비은행 민간부문에서 자금 유출이 컸다는 지적이다.

장재철 KB증권 연구원은 "한일 갈등을 적용하면 원·달러 환율은 1220원 내외까지 상승이 예상된다"면서 "향후 미중 무역합의가 불발되고 미국이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가하면 위안화 약세와 달러 강세 등으로 환율이 1250원까지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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