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눈높이 대거 낮춘 증권가···'진흙 속 진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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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어닝쇼크···증권사 목표주가·투자의견 하향 보고서 '속출'
하반기도 반등 불투명···"일부 실적 모멘텀 갖춘 종목 '주목'"
사진=서울파이낸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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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2분기 실적시즌이 절정에 접어든 가운데, 상장사에서 줄줄이 '어닝쇼크'가 감지되면서 증권가의 눈높이가 대폭 낮아지고 있다. 어느 정도 예견된 부진이지만 더욱 심각하다는 진단과 하반기 회복 반등 가능성도 적다는 비관적 전망이 잇따른다. 그러면서 실적 개선 기대감이 유효한 종목에 주목할 것을 조언한다.  

2일 증권정보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전날까지 나흘간 상장사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증권사 보고서는 184개에 달했다. 하루 평균 46개꼴이다. 전월 마지막 주 나흘간(61개)과 비교해 3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반면 목표주가를 올린 보고서는 54개에 불과하다.

투자의견을 내려 잡은 보고서 역시 뚜렷한 증가세다. 이달 들어 증권사가 상장사의 투자의견을 하향한 보고서는 49개로, 상향(32개)을 크게 상회한다. 기존 '매수' 의견을 '중립'으로 바꿔 낮춰 제시했고, 중립에서 '비중 축소'로 조정한 경우도 더러 있었다. 증권사들이 그만큼 기업들의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이다.

지난달까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125곳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총 22조314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들 기업의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36조5507억원)과 비교해 38.9% 감소한 수준이다.

앞서 많은 기업에서 '쇼크' 수준의 실적이 확인됐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5.6% 감소한 6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전날 발표했다. 이는 전 분기보다는 5.8% 늘었지만, 역대 최대인 지난해 3분기와 견줘선 3분의 1 수준이다.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한 영향이 컸다.

SK하이닉스는 전년 동기 대비 89% 급감한 637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고, 셀트리온, LG화학, 네이버, 포스코, 삼성전기, 업종 내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컨센서스(시장 추정치)를 크게 하회하는 2분기 실적을 냈다.

정유 대장주 S-Oil은 아예 적자로 돌아섰고, LG디스플레이는 글로벌 패널 수요 감소고 적자폭을 확대했다. 여기에 이달 중순까지 2분기 실적 발표가 예정된 한국전력, 대한항공 등도 부진한 실적이 예견돼 있어, 침체 정도가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분기 기업 실적은 참담한 수준으로, 이로써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의 하향 조정도 계속되고 있다"며 "이익 감소의 충격이 워낙 큰 데다 교역환경의 개선 시점을 낙관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내년 이익전망에 대한 신뢰도 높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기업이익 모멘텀을 비교해 보면 선진국 대비 신흥국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선진국은 일본의 부진 속에서도 미국 주당순이익(EPS) 전망이 안정적이지만, 신흥국의 경우 핵심국가들이 부진한데, 특히 한국의 EPS 전망 하향이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상장 기업이 전반적으로 저조한 실적을 낸 가운데, 향후에도 대내외 악재가 상존한다는 점에서 반등은 요원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른다. 이러한 중에도 두드러진 성장을 시현한 기업들이 눈에 띈다.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돼,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현대차는 2분기 영업이익이 1조237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0.2% 증가했고 기아차(5336억원)도 51.4% 늘었다. LG이노텍(40.1%), 한국항공우주(252%)도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했고, HDC현대산업개발(96.4%), 대림산업(32.3%), 현대건설(11.0%) 등 주요 건설사의 이익도 성장했다.

지난해 최악의 부진을 기록했던 현대차는 주요 신차의 판매 증가에 힘입어 하반기 실적 호조가 점쳐진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시장 수요가 둔화되고, 임단협의 파업 영향으로 손익 변동성이 확대되겠지만, 계절성을 배제하면 현대차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조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형 쏘나타 및 팰리세이드의 글로벌 출시가 본격화되고, 신흥국에서 판매될 베뉴와 국내 출시될 GV80 등 신차의 비중 확대가 계속된다"면서 "신차 출시 및 기저효과로 7년 만에 연간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상반기 부진했던 셀트리온은 하반기로 갈수록 공장 증설효과와 공정효율이 나타나고, 신규 제품의 미국 출시에 힘입어 실적 반등이 기대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정제마진 회복과 함께 배터리 사업 가치 반영으로 하반기 호실적이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내외 이슈에 하반기 이익 전망이 그리 밝지 않지만, 일부 실적 모멘텀을 갖춘 업종·종목에 대해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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