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일본의 경제도발, 피할 수 없다면
[홍승희 칼럼] 일본의 경제도발, 피할 수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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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전쟁사에서도 상대방의 식수원을 막거나 오염시키는 것은 매우 부도덕한 일로 취급돼 전투에 이기고도 전쟁에 지는 패착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 지금 일본이 한국을 향해 반도체 소재부품 수출규제를 가하는 것은 바로 그런 사례와 닮았다.

현대 문명의 거의 모든 구석구석에 반도체가 사용되고 있다. 그런 반도체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원료 수급을 막겠다는 것은 고대사회에서 식수원을 막는 행위와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런데 나아가 일본은 한국을 향해 안보 불신을 내세우며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했다. 그렇다면 두 나라 사이에 신뢰를 바탕으로 엮인 모든 관계들이 다 위태로워진다.

애초에 전쟁을 원하지 않았던 우리는 더더욱 확전을 원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확전을 원하면 우리로선 어떻게든 맞설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당장 화이트리스트 배제라는 강수를 둔 일본의 조처에 우리는 한일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거부를 시사하고 있다.

이 문제를 조심스럽게 다루던 정부 여당도 일본이 외교적 무례를 저지르며 계속 확전 태세를 거두지 않자 더 이상 카드를 뒤로 미루지 않는 모양새다. 한일정보보호협정의 체결을 일본 못지않게 바랐던 미국이 한국 정부의 강경한 태도에 드디어 엉덩이를 들썩거린다.

한미일 공조체제에 균열이 가는 것을 원치 않는 미국은 물론 몸 한번 움직이는 값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으로 톡톡히 챙기려 들고 있다. 일본은 미리 미국산 전투기 도입이라는 달콤한 미끼를 진즉에 내밀어 미국의 적극 개입을 차단했지만 다른 이슈에는 움직이지 않던 미국이 한국 정부의 강력한 카드에는 어쨌든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강력한 무기가 우리에겐 넉넉지 않다. 싸움이 장기화하면 그만큼 우리로선 피곤한 상황인 것이 분명하다. 결국은 우리가 헤쳐 나갈 길을 찾아내겠지만 단기적인 어려움마저 피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안하고 싶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전쟁에 부족한 무기일망정 쓸 수 있는 보습을 긁어모아 칼을 만들고 싸우던 고대의 싸움방식을 되살릴 방안을 찾아나가자고.

최근 우리가 쓸 무기에 무엇이 있는가를 찾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민기자 시스템을 갖고 있는 한 매체에서는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이 수입해 들여오던 일본의 산업폐기물이 있다고 그것의 수입을 막자는 기사가 등장했다. 한국이 그 산업폐기물을 전량 수입해줬었으니 그것만 막아도 당장 일본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물론 애당초 환경문제를 야기하는 그 같은 산업쓰레기 수입을 허용한 것이 과거 정부의 실책이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것도 작지만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로서는 그런 산업쓰레기 수입을 막으면서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여러모로 바람직한 일일 터다.

이처럼 작지만 일본기업이 불편하고 껄끄러울 부문들은 분명 있을 것이다. 각 분야에서 이런 정보 및 아이디어들을 모을 창구를 만들면 어떨까.

경우에 따라서는 핵무기 앞에서 소총 쏘는 수준밖에 안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아무리 첨단 무기가 전장을 지배하는 현대전에서도 결국 최종 마무리를 하는 것은 결국 개인화기를 든 병사들이다. 당장 화급한 전황에 쫓길 때는 일단 초대형 무기로 전장을 쓸어야겠지만 그것으로 전투가 마무리되지는 않는 것이다.

경제전쟁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일본이 한국을 향해 초대형 무기로 공습해 왔고 또 재차 공습을 예고하는 상황에선 우리도 더 강력한 무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지만 전쟁이 장기화한다면 그때는 무수한 소총과 탄환이 필요해질 것이다. 그런 무기들을 보습 모아 칼 만들 듯 다듬어낼 채널이 갖추어진다면, 그래서 우리가 담대하게 대응해 나간다면 지금 일본의 공습으로 한국에 닥친 위기를 이용해 우리에게서 무언가 얻어내 보려는 주변국들 (러시아 중국 북한 미국까지)이 더 이상 한국을 만만하게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의 무릎 꿇는 모습을 보려는 주변의 하이에나들을 동시에 적으로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어느 한 나라를 의지하려 들어서도 위험하다.

그건 이미 120년 전에 충분하고도 넘치도록 경험했다. 하나의 적 외에 누구도 적으로 두지 않는 것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그 누구도 온전히 믿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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