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권 김구 '낙점', 사임당-장영실 "누가돼도 말썽"
고액권 김구 '낙점', 사임당-장영실 "누가돼도 말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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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학계등 '백가쟁명'...선정위원-절차 비공개 '논란'
"여론 1위 광개토대왕 왜 빼나?"..."꼭 인물이어야 하나?"
리노미네이션 등 무시 '졸속'..."아예 처음부터 다시하라"

[서울파이낸스 문선영 기자]<moon@seoulfn.com> 2009년에 발행될 고액권 지폐의 초상인물 최종 후보로 압축된 4인은 백범 김구와 도산 안창호, 신사임당, 장영실 등.
이들 중 10만원권은 사실상 김구가 낙점됐고, 5만원권 인물로 신사임당과 장영실이 각축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창호는 사실상 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을 살펴가면서  최종인물을 압축해 가는 형국이다. 
 
그러나, 누가 최종 낙점되더라도 적지않은 말썽이 예상된다. 이에, 아예 인물선정을 처음부터 다시하라는 목소리도 높다.
인물선정과정에서 인물 선정을 위한 자문위원회 명단 및 회의 진행 과정 등이 공개되지 않은 채 '밀실선정'이 이뤄졌고, 이로 인해 국민들의 여론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난일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현재 고액권 지폐 초상인물 중 10만원권 인물로 낙점된 김구 선생의 경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네티즌 의견 수렴과정에서도 높은 지지를 받는 등 별다른 이견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 신사임당과 장영실로 압축된 5만원권 화폐인물.
이들 두 인물은 여성계와 과학계에서 한 치의 양보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어 마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신사임당의 경우 여성계 내에서도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진보적인 여성단체에서 ‘신사임당은 가부장적 한국 사회가 선택한 현모양처의 전형적인 여성상’, ‘신사임당을 고액권 초상 인물로 선정하는 것은 일제 식민지 시대의 잔재를 강화하는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심사임당의 고액권 초상 인물 선정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신사임당의 연고지인 강릉 지역과 주부클럽연합회 등에서는 신사임당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신사임당이 초상인물이 될 경우 아들인 율곡 이이와 함께 모자가 화폐 초상에 함께 등장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기 때문에 오히려 신선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인물 선정과 관련된 또 하나의 논란은 한은이 제시한 고액권 인물 후보군 10명에 포함되지 않은 인물들이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는 것.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시행된 인터넷 조사에서 '광개토대왕'과 '단군'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것. 특히, 광개토대왕의 경우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한은의 당초 입장과 달리 이러한 여론이 인물선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심지어,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한은이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고의로 광개토대왕과 단군을 후보군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의 눈초리마저 보내고 있다.

이러한 논란이 발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한은이 인물 선정 자문위원회 명단과 회의 진행 과정 등을 공개하지 않은데 있다.

지난 19일 열린 국감에서도 재경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한은이 당초 약속과 달리 불투명한 과정을 통해 인물 선정을 추진하고 있고, 이로 인해 졸속 선정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한은은 발표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자문위원이나 초상인물 선정기준에 대해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선정전에 자문위원이 공개될 경우 여러 단체에서 압력을 받을 수 있어 자유로운 논의가 이뤄지기 힘들고 따라서 독립적 판단 역시 힘들어 진다”고 말했다.

한은에서 발표한 10명의 선정 인물에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를 받은 인물들이 포함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자문위원회에서 내부기준에 따라 충분히 논의를 한 뒤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또, 인물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기준을 밝힐 경우 기준에 대한 더 큰 논란이 있을 수 있어 발표 때까지는 밝힐 수 없다”는 것.

그는 한은의 이와 같은 태도로 인해 제기되는 투명성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8월 7일 고액화폐 인물 선정과 관련한 진행과정을 한 차례 공개한 적이 있다”며 “현 단계에서 무리하게 선정과정이나 기준 등을 공개할 경우 외부압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인물선정이 완료되는 시점에서 모든 것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고액권이 발행될 경우 1000원, 10000원, 100000원권 지폐들의 구별이 쉽지 않아 국민 경제 생활에 피해를 줄 수 있어 `리디노미네이션`(화폐 액면 변경) 문제를 차기 정부에서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어 또 다른 논란거리다.

한은 역시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학계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한은이 고액권 인물 선정을 밀어부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차기 정부에서 리디노미네이션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화폐 체계를 전면 수정해야 하는데, 인물 초상 문제를 놓고 여론 분열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한은측은 “리디노미네이션 논의가 이뤄진다해도 실제로 시행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고액권 발행이 필요한 상황에서 한참 뒤에 있을 리디노미네이션까지 고려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서 고액권 인물을 정한 뒤 차기 정부에서서 리디노미네이션을 논의를 할 경우 고액권 인물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이뤄지는 상황이 불가피하다. 한은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일각에서는 결코 간단치 않은 ‘화폐문제’를 너무 단기적인 안목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고액권 화폐 초상인물 선정을 두고 많은 논란이 일자 일각에서는 고액권 도안에서 아예 인물을 빼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과거에는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화폐 도안에 인물이 포함돼야 했었지만 화폐 위조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는 마당에 구태여 인물 초상을 고액권 화폐에 꼭 포함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

"누가 선정된다 하더라도 문제가 될 것“이라며 ”차라리 백두산, 호랑이, 독도 등 한국을 상징하는 다른 상징물들을 화폐 도안에 포함시키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한 네티즌의 의견이 나름대로 일리가 있게 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선영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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