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어닝쇼크에도 증권사들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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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선두 유력·메리츠 독보적 성장세
브로커리지 비중↓···IB·채권평가이익 기대
사진=서울파이낸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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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국내 상장 기업들이 올해 2분기 잇따라 저조한 실적을 발표하고 있지만, 주요 증권사들은 깜짝 실적이 예상된다. 1분기 호실적을 견인했던 투자은행(IB) 부문의 선전이 여전한 가운데 채권운용부문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둘 것이란 평가다. 

26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법인의 올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추정치)는 30조8074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97% 급감한 수준이다. 순이익도 42.68% 감소한 20조1766억원으로 추산됐다.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외한 대부분 업종이 당초 예상보다 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전망이다. 

상장사들의 실적 쇼크가 연이어 확인되는 가운데, 증권업종은 호실적이 감지되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 6곳(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삼성증권·메리츠종금증권·키움증권·대신증권)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총합은 826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4.65% 증가한 규모다. 순이익 역시 7.53% 늘어난 6586억원으로 추정된다.

미래에셋대우가 영업이익 2091억원, 순이익 1679억원을 거둬 선두를 수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NH투자증권도 비슷한 규모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고, 삼성증권도 1000억원대 순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다만 키움증권과 대신증권은 순이익이 각각 18%, 24% 뒷걸음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메리츠종금증권의 돌풍이 주목된다. 이 증권사의 올 2분기 추정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1.48% 급증한 1630억원이다. 타 증권사들이 한 자릿수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데 비해 압도적 개선세다. 6개 분기 연속 1000억원대 순이익 행진은 물론, 선두가 유력한 미래에셋대우와 '투톱'을 이룰 전망이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메리츠종금증권의 핵심 비즈니스인 기업금융 및 금융수지의 성장세가 견조하게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해외자산 투자 및 파생결합상품 발행 증가 등 수익원 다변화 또한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안정적인 이익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19일 실적을 발표한 KB증권은 2017년 통합 이래 상반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세웠다. 2분기 영업이익·순이익은 1005억원, 9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1%, 20.83% 증가했다.

KB증권 관계자는 "거래대금 감소로 브로커리지 실적이 줄었지만, 고수익 대체상품 판매 증대로 자산관리(WM) 수익과 금융상품 관리자산이 늘었다"면서 "주가연계증권(ELS) 수익이 확대됐고, 금리 하락에 대응한 선제적 매수 포지션 확대로 채권 운용 수익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중소형사의 약진도 눈에 띈다. 현대차증권은 전날 공시를 통해  2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414억원, 30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231.7%, 197.5% 급증한 수준이다. 

특히 올 상반기 누적 영업익은 695억원, 507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을 웃도는 기염을 토했다. 자기자본투자(PI), 투자은행(IB), 채권 등 주요 사업부문의 고른 성장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통상무역 갈등, 기업실적 둔화 등 대내외 악재로 국내 증시는 게걸음하고 있다. 이에 투자심리가 악화하면서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도 크게 줄었다.

과거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의존도가 높았던 증권사들은 증시 흐름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높았지만, 현재는 이 같은 수익구조에서 탈피, IB 부문 등의 역량을 강화하면서 실적 개선에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업종은 2분기 IB와 트레이딩 손익의 성장을 통해 우수한 이익을 시현할 것"이라며 "브로커리지 영업환경은 부진하지만, 지난 2~3 년간 진행된 IB 및 투자활동으로 인한 캐리(carry)수익의 이익 기여도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평가이익 확대도 호실적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8일,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0.25%p 내렸다. 3년1개월 만에 단행한 인하다. 증권사들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연초부터 채권 비중을 높인 바 있다. 

강 연구원은 "현재의 금리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커 증권사들의 대규모 채권 평가이익이 예상된다"며 "증권업은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평가이익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금융 업종"이라고 설명했다.

장효선 연구원은 "최근 증권업종은 과거 천수답 형태의 사업모델에서 탈피해 국가 경제 시스템의 한 축으로 자리잡으며 확연히 진화된 펀더멘털을 시현하고 있다"면서 "대형증권사의 사업모델 전환에 따른 거래대금 등 매크로 지표 변화에 대한 수익 의존도 감소와 우호적인 정부 규제 완화 등에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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