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경쟁 의미 없다"지만···속내 복잡한 신한·KB
"1등 경쟁 의미 없다"지만···속내 복잡한 신한·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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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병 회장 임기만료 앞둔 신한···리딩금융 '사수' 전망
실적·시총·주가 모두 신한에 밀린 KB···막판 뒤집기 나설까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1등 경쟁, 이제 의미 없습니다"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 관계자들이 올 상반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입을 모아 한 말이다.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서 은행업 성장 모멘텀에 대한 의구심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리딩금융그룹 수성이냐, 탈환이냐'를 놓고 일희일비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속내는 제법 복잡한 분위기다. 신한금융은 내년 3월 조용병 회장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인수 염가매수차익을 어떻게 반영해야 할 지 분주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KB금융은 '조용히 내실을 다지겠다'는 입장이지만 라이벌인 신한금융에 실적과 시가총액, 주가에서 모두 밀리는 수모를 겪고 있다. 

25일 신한금융은 올해 상반기(1~6월) 1년 전과 비교해 6.6% 늘어난 1조914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2분기 당기순익은 9961억원으로 전분기(9184억원) 대비 8.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 결과 신한금융은 상반기에 1조8368억원, 2분기에는 9911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KB금융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신한금융은 2011년 이후 줄곧 1등 자리를 놓치지 않다가 2017년과 지난해 상반기 KB금융에 선두자리를 빼앗겼다. 하지만 지난 4분기 KB금융으로부터 왕좌를 탈환한 후 1분기에 이어 상반기에도 리딩금융그룹 타이틀을 방어하게 됐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두 금융그룹의 스탠스다. 예전 같았으면 둘의 치열한 물 밑 기싸움이 화제가 됐을 텐데 최근 들어선 한풀 꺽인 양상이다. 

두 금융그룹 계열사 관계자들은 "은행업의 저성장·저수익 국면 진입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1등이 이제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한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요 금융그룹 4곳(신한·KB·하나·우리)의 기량은 이미 평준화 됐다고 본다"며 "국내는 이미 레드오션됐다. 이제는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진=각 사)

표면적인 이유는 그럴 듯 하지만 두 금융그룹의 속사정은 더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신한금융의 경우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쉽게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조 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1위 수성 전략을 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조 회장은 오렌지라이프 등 인수합병(M&A)을 통해 미래성장 기반 구축, 경쟁사 대비 실적 우위와 안정적인 주가관리 등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관심은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의 염가매수차익을 언제 반영할 지로 쏠린다. 염가매수차익은 기업을 인수할 때 대상 회사 자산 인수 가격이 시장가치보다 낮을 때 발생하는 이익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많게는 2500억원, 적게는 700억~900억원 수준의 수익이 더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일시적인 반짝 실적이 내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 신한금융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견줘, 2인자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게 KB금융의 입장이다. 자신감의 근거는 신한금융과의 격차가 상반기 순이익으로는 776억원, 2분기 개별 실적으로는 50억원밖에 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잡을 수 없는, 압도적인 초격차까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실적 외에 시총이나 주가에서도 신한금융에 뒤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기준 신한금융의 시총은 21조3864억원을 기록했다. KB금융(18조459억원)을 3조2405억원이나 앞선다. 주가도 마찬가지. KB금융이 지난해 말(4만6500원)부터 이날(4만4150원)까지 5.05% 마이너스(-)수익률을 낼 동안 신한금융은 13.89%나 급등했다. 이런 이유로 올 하반기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대형 M&A를 통해 판세 뒤집기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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