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겹겹이 규제' 혼돈에 빠진 주택시장
[초점] '겹겹이 규제' 혼돈에 빠진 주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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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국토부, 불협화음 혼란 가중···분양 연기 등 부작용 속출
서울의 한 신축아파트 공사현장.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의 한 신축아파트 공사현장.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최근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서울 집값이 다시 꿈틀거리자 정부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공식화하며 시장 안정화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해 발표한 '9.13 부동산 대책'이 여전히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규제를 발표하면서 실수요자는 물론 건설·시행 등 관련 업계까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1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5일 조사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01% 올랐다. 이달 들어 3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으나 지난주(0.02%)보다 오름폭은 줄었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의지를 밝힌 이후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거래가 끊기고, 호가가 하락하는 등 상승세가 주춤한 분위기다.

최근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주요 단지들은 상승분을 반납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잠실 주공5단지, 반포 주공1·2·4주구(주택지구) 등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는 이번주 들어 3000만∼1억원 이상 호가를 낮춘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세가 붙지 않고 있다.

올 하반기 주택 분양을 고려하던 주요 재건축·재개발 조합이나 사업 시행자들은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미 관리처분 인가를 받고 일반 분양을 앞둔 사업장들은 사업을 중단할지, 상한제 시행 전 선분양을 할지를 놓고 고민하는 상황이다.

서울 강남 개포주공 1·4단지 등 8개 재건축·재개발 조합장들은 전날 세종시 국토부를 방문해 이주·철거 중인 조합에 분양가 상한제를 소급적용하지 말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들 8개 조합은 애초 올 하반기와 내년에 걸쳐 9200여 가구를 일반에 분양할 예정이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규제와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시행 방침에 분양 방식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건설사나 시행사들은 실적 악화에 직면했다. 자체 사업의 경우 분양가를 높게 받지 못하면 그만큼 손해다. 재개발과 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경우 최근 몇 년간 대형건설사들이 수주에 집중했던 만큼 전체 사업의 수익성이 하락하면 시공사인 건설사도 수익을 극대화하기 어렵다. 게다가 수익성 악화로 수도권 정비사업이 지연되면 그만큼 건설사들의 매출 인식도 늦어진다.

실수요자들의 경우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해 말 분양시장에서 실수요자 당첨 기회 확대를 위해 청약 제도를 변경했지만, 정작 대출 규제와 주택시장 하락에 따른 고분양가 우려에 무주택자가 당첨되고도 계약을 포기하는 등 미계약 물량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HUG의 분양가 통제로 분양 일정을 미루는 재건축 단지가 속출하며 새 아파트를 기다리던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금리 인하는 대출 금리 하락으로 부동산 시장 활성화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시중에 떠도는 1000조원 이상의 유동성 자금이 서울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주택시장이 혼돈에 빠졌지만 정부는 아직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도입 여부에 대해 미묘한 입장차를 노출하고 있다. 

국토부는 일부 부동산 시장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언제라도 극약처방을 할 수 있다며 의욕을 보이지만, 민주당은 제도 도입의 부작용이나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 모드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수 주일째 규제 적용 시점이나 세부 규정을 확정하지 않은 채 떠보기식으로 주택시장에 개입하며 오히려 시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는 상황"이라며 "부동산 대책이 너무 많이 나와 이제는 어지간한 대책으로는 먹히지도 않는 내성이 생긴 상황인 만큼 정부도 하루라도 빨리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고 예측 가능한 행정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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