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종의 세상보기] 한국을 사랑한 한 일본인의 무덤
[김무종의 세상보기] 한국을 사랑한 한 일본인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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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카와 다쿠미. 서울 망우산을 올라가다 공원묘지의 한 무덤에 낯설게 일본인 이름이 있다. 망우공원은 과거 이태원에 있던 공동묘지가 서울 도심의 확장으로 망우산 일대에 옮겨지면서 새로 조성돼 지금은 한용운·조봉암·방정환 등 근현대사 인물들이 잠들고 있다.

아사카와 다쿠미는 왜 여기에 그들과 함께 잠들어 있을까. 그의 묘 옆 표지석에는 ‘한국의 산과 민예를 사랑하고 한국인의 마음 속에 살다간 일본인 여기 한국의 흙이 되다’라고 써 있다. 그는 형이 조선총독부 산림 당당 공무원으로 오면서 함께 한국에 오게 된다. 조선을 좋아하게 되고 민둥산이 돼 가는 조선을 위해 노력한 결과, 지금 인공림의 상당 부분이 그의 덕이라 전해진다.

그는 3000여점의 도자기와 민예품을 전부 한국 정부에 기증해 조선민족미술관도 건립했다. 평소에도 조선인들의 바지저고리 차림에 망건을 쓰고 조선말을 했다. 그는 죽어서도 자신의 유언대로 흰색 바지저고리 차림에 조선의 공동묘지에 잠들어 있다.

그의 장례식에는 억수로 비가 옴에도 조선인들이 나서 돌아가며 상여를 메겠다고 너도나도 자청했다고 한다. 그의 조선을 사랑하는 마음이 일제치하에 있는 조선인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일본에서 유학 중이던 이수현씨가 생각난다. 2001년 1월 신오쿠보역에서 생면부지의 일본인이 술에 취해 철로로 떨어지자 그를 구하기 위해 철로에 내려갔다가 결국 젊은 생을 마감한다. 일본인의 모금으로 모인 돈은 그의 아버지가 장학회를 만들어 일본 유학생들을 위해 쓰이고 있다. 그의 영결식에는 일본 모리 총리가 왔을 정도로 당시 일본 국민들이 이수현씨를 추모하는 마음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최근 일본의 대한 수출 규제로 인한 한일간 냉랭한 기류를 보면 착잡한 심경이 든다. 미래를 향한 한일 관계 정립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일본 정부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들을 늘어놓으며 강제징용 배상 이슈도 끄집어 냈다. 사실은 핵심이라 볼 수 있다. 위안부 성노예 등의 이슈와 함께 그간 한국 정부와의 사사건건 대립이 결국 표면화된 것이다. 일본이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 중재위원회 설치 요구에 한국 정부가 끝내 응하지 않을 경우 대항 조치를 준비하겠다는 것도 일본의 불편한 심경을 보여준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지지세력의 표도 노렸을 것이다.

굳이 일본 입장에서 생각하자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배상 문제는 해결되고 이미 사라진 이슈인데 왜 자꾸 끄집어 내는가 하는 데 있다. 또 약속 번복 및 위반은 한국 정부 탓이라는 식이다.

이에 대해 우리는 식민지 지배의 불법성에 대해서까지 면죄해 준 것은 아니라는 입장으로 일본과 배치된다. 돈으로 이미 해결했다는 일본과 진정한 사과와 그에 따른 응당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상호 입장 차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이 같은 차이는 전후 패전국 일본에 대한 처리와도 관련이 있다. 2차 세계대전은 1차대전의 패전국인 독일의 배상 문제 때문에 발발했다는 인식 때문에 연합국은 전후 일본에 대한 배상 문제 처리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현 주장은 최근 국제사회의 인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1996년 2월 6일 공표된 쿠마라스와미 보고서는 식민지 여부를 떠나 일본 정부의 불법행위에 대해 시효가 없음을 밝히고 있다(시효부적용 조약). 일본은 또한 1932년 국제노동기구(ILO) 29호 강제노동조약에 비준해 1933년 발효된 것도 강제징용에 대한 위법성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우리 대법원의 신일철주금 징용 판결도 이러한 국제 조류와 국제법 해석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한일청구권 협정의 보상 문제는 민사상 이슈로 한국 지배의 불법성에 대한 면죄까지 준 것이 아님을 대법인이 판단한 것이다.

앞서 일본 호소카와 정권은 1993년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과한 적이 있고, 존 메이저 영국 총리는 전시 때 포로에 대한 보상을 일본에 요구했다.

한일 두 나라가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도모하기 위해 과거사에 대해 정리가 필요하다.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함이다. 특히 우익 세력을 등에 업고 정치 세를 유지하기 위한 아베 정권의 단기적인 시각은 세계평화와 경제에 누를 끼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전쟁가능국을 꿈꾸는 아베 성향을 보면 앞으로도 한일 관계가 순탄하지 않아 보인다. 그의 궁극적인 꿈은 헌법 개정이다. 대법원의 징용 판결에 보복하는 행위도 그의 이러한 꿈을 이루기 위한 수순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정부는 작금의 이슈가 경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 평화에 미치는 영향 등의 메시지를 부각하며 외교적 노력 등을 강화해야 한다. 아사카와 다쿠미와 이수현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두 나라가 좀더 냉정해 지고 이웃나라로서 미래에 공생해야 하는 이유도 찾아야 한다. 한국과 일본의 뜻있는 민간 영역의 교류도 더 활성화돼야 한다.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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