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대우조선 기업결합심사, '불승인' 요구 속 '조건부 승인' 유력
현대重-대우조선 기업결합심사, '불승인' 요구 속 '조건부 승인'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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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기업결합심사 전문가 집담회'
"도크 등 설비 축소···구조조정 불가피"
노동계·지역사회 "불승인 결정 내려야"
지난 15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심사 문제점 진단 전문가 집담회'가 개최됐다. (사진=김혜경 기자)
지난 15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공정위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심사 문제점 진단 전문가 집담회'가 개최됐다. (사진=김혜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마지막 관문인 국내외 기업결합심사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자산매각을 전제로 조건부 승인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승인 조건 만족을 위해 향후 설비와 인원 감축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조선산업 생태계 붕괴를 막기 위해 불승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노동계와 지역사회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열린 '기업결합심사 문제점 진단 전문가 집담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박종식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양사의 초대형원유운반선(VLCC)과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의 시장점유율이 50%를 초과하는 상황에서 유럽연합(EU) 등은 기업결합심사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전세계 20만DWT(재화중량톤수) 이상 VLCC 수주잔량 점유율은 대우조선해양 31.5%, 현대중공업그룹 25.8%로 총 57.3%다. LNG운반선의 경우 중대형 운반선 기준 양사의 합계 점유율은 61.5%로 집계됐다. 

박 연구원은 "주요 국가에서 결합을 불허할 가능성은 대체로 낮은 편"이라면서 "합병기업의 시장지배력 강화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지만 타국 기업들 간 합병을 불허할 경우 향후 자국 기업들 간 합병 건에 보복을 당할 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타국 기업들의 합병을 반대하지 않으면서 자국 수요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이 조건부 승인이라는 설명이다. 1990년 이후 EU의 기업결합심사 결과를 살펴보면 조건부 승인(57.6%)과 결합 승인(27.7%)이 85% 이상을 자치한 반면, 불허 건수는 14.7%에 불과했다. 

문제는 조건부 승인에서 50% 이하로 시장점유율을 낮추기 위해 설비 축소와 인력 감축 등 자산 매각 작업이 동반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조건이 적용될 시 합병 이후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겠다는 사측의 약속이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박 연구원의 지적이다. 

그는 "현재 두 업체의 도크는 총 22개인데 조건부 승인 시 도크 일부 매각 혹은 폐쇄 등의 요구가 제기될 것"이라면서 "도크 폐쇄 시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도크 축소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사업장별 고르게 감축할 것인지, 대우조선과 삼호중공업에 집중해서 감축을 진행할 것인지는 현재로서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일 린데 아게와 미국 프렉스에어의 합병을 심사한 결과 국내외 가스 시장에서 경쟁을 일부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 양사가 국내에 보유하고 있는 산소·질소·아르곤의 토니지와 벌크 사업과 관련한 자산 중 한 쪽 기업의 자산 일체를 매각하도록 명령하면서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또 해운회사인 머스그와 함부르크-수드의 합병 심사 요청에 대해서는 두 회사가 운영하는 항로 중 한국이 포함된 10개 항로를 검토하고, 이중 2개 항로에서 이들 업체가 참여하고 있는 얼라이언스(동맹)까지 포함한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다는 이유로 얼라이언스 탈퇴를 조건으로 조건부 승인 결정한 바 있다. 

박 연구원은 "합병 이후에는 중복되는 인력과 설비 축소가 필연적인데 한국의 건조능력 축소는 중국의 건조 경험 축적 기회를 제공할 뿐"이라면서 "성급한 매각시도는 전체 조선산업에 대한 고려보다는 산업은행의 단기성과주의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발제자로 나선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기업결합심사 과정을 설명하면서 '관련시장 획정(Market Definition)'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일 공정위에 결합심사 신고서를 제출했고, 한국 공정위를 비롯해 EU와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등 5개 심사 대상국을 확정한 바 있다. 

박 교수는 "기업결합심사의 출발점은 관련시장 획정으로, 상품시장과 지리적시장이 동일한지 여부와 수평형 혹은 혼합형 결합 방식으로 다룰지 결정한다"면서 "상품시장에서 상품을 조선 전체로 볼 것인지 아니면 LNG운반선, VLCC 등 선박 종류에 따라 나눠서 볼 것인지가 합병심사에서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공정위는 조선 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판단, 결합 승인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EU의 경우 한국 심사 지침에는 없는 '구피(GUPPI)' 분석 등 엄격한 시뮬레이션 과정을 진행할 것"이라면서 "만약 LNG운반선, VLCC 등이 관련시장으로 획정될 경우 고부가가치 선박의 시장점유율이 각각 60% 70%를 넘게 되므로 승인 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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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저지 2019-07-16 14:22:09
우리 노동자와 상생한 회사가 자기 배 불리려는거
보이는데 못본척하는 정부에 참 화가 납니다.
이번 공정위 결정 꼭 불허되길 바랍니다

황의진 2019-07-16 13:24:11
노동지가 더이상의 고통받지 얂는 희망의 나라를 만들어 주세요
제발 권력을 가진 기업주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