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실수요자도 만족 못 하는 부동산 정책
[기자수첩] 실수요자도 만족 못 하는 부동산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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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집값이 오르는 일이 제일 마음이 아프죠. 한시도 잊지 않고 있고, 잠도 잘 못 잡니다."

지난해 가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서민, 청년의 경우는 (주택이) 희망과 직결되니까 다른 어떤 정책보다 주택 정책이 아픈 송곳 같은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래서일까. 최근 부동산 시장을 돌아보면 정부는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꾀하겠다며 끊임없이 대책을 내놨다. 실수요자를 위한 청약시장을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각종 청약제도를 손질했고, 불과 두 달 전엔 청약 예비당첨자 비율을 기존 공급물량의 80%에서 500%까지 대폭 늘렸다.

이달에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까지 예고했다. 새 아파트 분양가가 오르는 등 집값 상승 조짐이 보이자 이를 차단하겠다는 목적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실수요자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정부가 내비치는 강력한 의지와 대책이 나오는 빈도수를 따져볼 때 지금쯤이면 "내 집 마련이 수월해졌다" "전보다는 사정이 낫다"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한데 현실은 되레 정반대다.

견본주택에서 만나는 예비수요자나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선 "돈줄이 막혀있는데 어떻게 내 집 마련을 하겠냐"며 불만이 속출한다. 전방위적 대출 규제가 지속되는 상황이어서 청약은 꿈도 못 꾼다는 얘기다. 

지난해 대출 규제 강화로 수요자들이 금융권에서 조달할 수 있는 한도가 대폭 쪼그라든 탓에 청약에 당첨돼도 계약을 포기해야 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을 보면 이들의 반응은 당연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여윳돈이 부족한 수요자들을 위해 신혼부부, 청년층 등 특정계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피력한다. 물론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라는 가치를 강조하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는 맞지 않는 방안이다.

그러나 정부의 취지대로 실수요자들이 2년마다 집을 옮겨 다닐 걱정 없이 '내 집 마련'을 하기 위해선 대출 규제 완화가 절실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영화 '기생충'에선 사회 최하위 계급에 속하는 아들 기우가 최상위 계급의 사람들이 사는 저택을 바라보며 "돈을 많이 벌겠습니다. 아주 많이. 돈을 벌면 이 집부터 사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 많은 이들은 씁쓸함을 느껴야 했다. 씁쓸함의 원인이 기우가 최하위 계급이어서였을까, 저택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고가 매물이었기 때문일까.

그래서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현실적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부가 실수요자들이 만족할 만한 정책 효과를 내기 위해선 규제를 쏟아내기보다는 집 걱정에 잠을 설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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