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식 사들이는 상장사···효과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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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입 후 소각 없을시 되레 잠재적 물량부담 요인"
사진=서울파이낸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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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국내 증시가 대내외 악재로 지지부진한 가운데 자기주식을 매입하는 상장사가 잇따르고 있다. 기업들은 대표적 주주친화 청책인 자사주 취득으로 주가 부양을 기대하지만, 정작 '약발'로 이어진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이 이뤄져야 주가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넷마블이 주가 안정 도모 및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이달 10일부터 오는 10월9일까지 2000억원 규모에 해당하는 213만6753주를 장내 매수한다고 지난 9일 공시했다. 

증시 부진 속 신작 게임 흥행 실패 등으로 최근 연저점을 터치한 넷마블은 이번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엔 부광약품이 주주가치 제고와 주식가격의 안정을 위해 500억원어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고, 키움증권과 신영증권도 같은 이유로 각각 405억원, 55억4500만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이기로 했다. 

코스닥시장에선 휴젤이 지난 4월10일부터 이달 8일까지 378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10만주 취득을 완료했다. 이달에만 토비스, 아바텍, 제주반도체 등 3곳이 자사주 취득 결정을 내렸고, 피엔티가 2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자기자금으로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자사주 취득은 통상 주가 부양을 위해 단행한다. 상장사들이 투자자들에게 펼치는 대표적 주주 친화책으로 꼽힌다. 기업 입장에선 향후 주가 상승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할 방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자사주 매입 후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제각각으로 나타났다. 

넷마블은 자사주 취득 공시 당일 5.24% 올랐지만, 이튿날 4.47% 반락했다. 이날은 0.10% 떨어진 9만6400원에 마감, 10만원선 탈환이 요원한 모습이다. 휴젤도 자사주 취득이 완료된 8일부터 나흘째 하락세를 이어가다가, 이날 가까스로 반등했다. 다만 이날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시한 토비스는 3.99% 상승 마감했고, 아바텍과 제주반도체 등 코스닥 상장사도 강세 흐름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매입 후 소각으로 이어져야 뚜렷한 주가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 주식 수가 감소하면서 주가 상승 요소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황세운 자본시장 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자사주 매입 자체가 기업의 주주 친화적 경영 의사로 간주되고, 주가 상승 요인으로 인식되기는 한다"면서도 "우리나라의 경우 매입 후 소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아 미국 등 외국에 비해 효과가 약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황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회사가 자사주를 사들인 후 소각하지 않아, (자사주가) 향후 시장에 다시 나오는 사례가 흔히 관찰된다"면서 "이렇게 되면 다시 주식 수가 늘어나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자사주 매입 카드만으로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만으로 주가가 즉각적으로 반응할 거란 막연한 기대는 지양해야 한다"며 "해당 기업의 주가 상승 탄력을 지지하는 건 단연 업황이나 실적"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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