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폭탄에 일몰제까지···앞·뒤 꽉막힌 정비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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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압구정·서초 등 38곳 '일몰' 대상···상반기 신규 지정 '0'곳
서울 강남권 재건축 대장주인 은마아파트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 강남권 재건축 대장주인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내년 3월 '정비구역 일몰제'를 앞두고 조합을 설립하지 못한 서울 내 정비사업장들이 막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규제가 잇따라 나오고 있어 진퇴양난에 빠져들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성수전략정비구역 2지구는 조합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합신청 동의가 75% 수준에 임박했고, 안정권인 80% 선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2지구 재개발 추진위원회는 지난 6일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설명회도 개최했다. 2지구는 현재 선거관리위원회 모집 및 최종 주민 총회 일정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위가 조합신청 동의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설립에 속도를 올리는 이유는 '정비구역 일몰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4월 각 자치구에 정비구역 일몰제 대상이 되는 사업지들을 통보했다. 서울에서 정비구역 일몰제에 해당하는 단지는 재건축 23곳·재개발 15곳 등 총 38곳에 달한다. 성수전략정비구역2지구를 비롯해 강남구 압구정3구역, 서초구 신반포 2차 등 '대어'로 꼽히는 지역들도 포함돼 있다.

일몰제는 일정 기간 진척이 없는 사업지를 정비구역에서 해제하는 제도를 말하는데 △정비구역 지정 후 2년 이내 추진위 구성 △추진위 승인 이후 2년 이내 조합설립인가(주민 75% 이상 동의) 신청 등이 이뤄지지 않은 곳들이 대상이다. 정비구역 해제 시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 등이 적용되기 때문에 사업 추진이 더욱 어려워진다.

방배7·북가좌6·가재울7·자양7구역 등은 구역 지정 전에 추진위 설립에 성공하면서 일몰제 공포를 벗어났지만, 지난 2014년 추진위를 구성한 은평구 증산4재정비촉진구역의 경우 조합원 동의를 얻지 못해 표류하다 이달 일몰제 1호로 정비구역에서 해제됐으며, 서초구 신반포궁전 또한 정비구역 해제 절차를 밟고 있다.

이렇듯 서울 정비사업장들이 정비구역 해제를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반면, 올해 상반기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구역 신규 지정 건수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신규 정비사업지로 지정되는 건수는 지난 2017년 27건에서, 지난해 6건으로 줄어들더니 올해는 '0'에 수렴했다. 내년 봄 일몰제 적용으로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는 곳이 무더기로 나올 전망이지만, 신규로 지정되는 정비구역은 없는 실정이다.

또한 향후 정비사업 전망도 어둡다. 추진위·조합설립인가에 성공한다 해도 재건축·재개발을 겨냥한 정부의 규제가 겹겹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를 일관되게 강화해오고 있다. 지난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부활시키고 재건축 안전진단기준을 강화한 데 이어, 올해에는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의 구상단계부터 관여할 수 있는 '공공 가이드라인'을 적용했다. 

지난달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분양가 심사기준을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선분양하는 단지의 분양가를 낮추도록 강제하는 조치를 내놨으며, 정부는 재건축 연한을 30년에서 35~40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공급 비율도 30%로 높아진다.

게다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0일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검토할 때"라며 직접적인 시장규제 방안을 꺼내들었다. 현행 공공택지에만 적용되는 상한제 적용을 민간택지에도 확대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특히 김 장관은 "시장은 안정적이지만, 고가 재건축만 상승하고 있다"며 정비사업 시장을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업계에서는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분양가가 20% 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쏟아지는 규제에 서울 내 정비사업들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규제가 '만능'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격이 통제되면 기업과 조합 측 모두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비사업 추진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결국 수요자들이 원하는 건 서울 내부의 신축아파트 공급이기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가) 강력한 규제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후분양제로 전환해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고분양가를 억제하고, 재건축 주택 시장가격도 낮아질 것으로 보는 것 같다"면서도 "공급과 수요에 맞춰 시장이 움직이기 마련이지만 규제로 시장을 안정화시킬 경우, 향후 규제 완화 시 다시 부동산 가격은 올라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간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면 재건축 시장에는 찬물을 끼얹은 것과 같다"며 "가격 통제에 따른 수익 감소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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