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아닌 특사경 지명, 선례없어"···최종구 '뒤끝'
"공무원이 아닌 특사경 지명, 선례없어"···최종구 '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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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특사경 내주 활동개시···최종구 "기대·우려 혼재"
"특사경 출범과정 혼란 대단히 부적절" 금감원에 경고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 권한을 갖는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 이하 특사경) 출범을 놓고 "출범과정 상 혼란을 빚어 대단히 부적절했다"고 일갈했다. 공무원 신분이 아닌 금감원 직원들이 특사경으로 지명된 데 대해서는 "선례가 없다"며 편치 않은 속내를 비쳤다. 금감원이 밥그릇 싸움에서 사실상 승리한 것에 대해 날을 세운 것이다. 

금융위원장이 내부 의결 사항에 별도 메시지를 낸 경우는 매우 드문데다, 메시지 내용도 특사경 출범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가감없이 드러내 금융권에서는 최 위원장이 '뒤끝'을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는 10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금감원 특사경 예산안을 의결했다. 금융위는 금감원에 약 4억원의 예비비 사용을 승인했다. 당초 금감원은 금융위에 6억여원의 별도 예산을 책정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금융위는 약 9억원인 금감원 예비비 내에서 관련 비용을 사용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8일 금융위는 금감원으로부터 약 15명의 특사경 파견 직원 명단을 넘겨받아 서울남부지검에 추천했다. 금융위가 특사경 추천권을 사용하는 것은 지난 2015년 8월11일 권한을 부여받은 이후 약 4년 만이다. 내주 중 지명절차가 완료되면 특사경이 출범하게 된다. 

금융위는 예산안 의결 이후 이례적으로 최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자료를 냈다. 표면상으로는 특사경 출범을 위한 금융위·금감원 실무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동시에, 특사경으로 지명되는 직원들이 각별한 사명감을 가질 것을 당부하는 내용이 주류다. 그러나 속마음까지 그럴지 의문이라는 게 금융권의 관전평이다. 최 위원장이 특사경 출범에 대해 적지않은 불만을 표출한 게 자료 곳곳에서 드러난다는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금융위와 금감원은 특사경 수사범위와 예산 편성을 놓고 두 달 가까이 불협화음을 냈다. 특히 수사범위. 5월 초 금융위는 특사경 수사범위를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정하는 긴급조치(패스트트랙) 사건으로 한정하기로 하고, 정보차단 장치 마련 등의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같은 달 금감원이 특사경의 자체 인지수사 가능성을 열어둔 '금감원 특별사법경찰관리 집무규칙'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해 두 기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 위원장이 자료에서 "금융위와 금감원간 협의가 다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충분히 조율되지 않은 규정안이 규정예고란 명목으로 홈페이지에 게시됐다"며 "시장과 국민의 큰 혼란과 기관간 대립으로 비춰지게 된 점은 대단히 부적절했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배경이 원인이다. 그러면서 최 위원장은 "유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수사범위와 예산 편성 모두 금융위 뜻이 관철되며 금감원이 한 발 물러선 모양새지만, 금융위의 표정은 밝지 않다. 밥그릇 싸움에 사실상 금감원이 이긴 셈이어서다. 이번 특사경 출범을 통해 금감원은 시세조종(주가조작), 미공개 정보 이용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수사권을 처음으로 갖게 된다. 이는 현재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이 하고 있는 업무와 비슷한 데다, 기존 권한 상당 부분을 금감원에 넘기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최 위원장은 공무원이 아닌 사람(금감원 직원)이 특사경에 선정되는 것이 이례적인 것임을 되풀이 했다. 자료에서는 공무원이란 단어가 두껍게 표시돼 있는 데,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공무원 부심(공무원+자부심)'을 과시한 것이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최 위원장은 메시지에서 "다른 부처처럼 공무원 중심의 일반적 특사경이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이 아니면서 (특사경에) 지명되고 그 업무 범위나 파급효과가 대단히 큰, 선례가 없는 사법경찰이 출범한다"며 "특사경으로 지명되는 (금감원) 직원들은 이 점을 특히 유념하고, 앞으로 각별한 사명감과 준법의식을 가지고 주어진 업무를 차질없이 수행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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