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 '파산 공포' 확산···떠오르는 리만브라더스 '악몽'
도이체방크 '파산 공포' 확산···떠오르는 리만브라더스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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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만경영·자금세탁·리보금리 조작 후폭풍···국내금융 시장 여파 촉각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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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호성 남궁영진 기자] 독일 최대 은행이자, 한때 세계 최대 투자은행(IB)인 도이체방크가 경영 위기에 몰리며 대규모 구조조정을 또 한 번 단행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여파에 촉각이 세워진다. 

최근 도이체방크가 단행한 구조조정 규모는 1만8000명 수준으로 전 직원의 20%에 해당된다. 도이체방크는 이미 2016년 10월에도 독일에서만 3000명, 전세계적으로 9000명을 감원하는 등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이어왔다. 

도이체방크는 지난 1990년대 말부터 영국의 모건 그렌펠, 미국의 벵커스 트러스트를 연이어 인수하면서 무리한 경영 확장의 여파를 맞고 있다. 여기에 은 시세 조작 혐의로 3800만달러의 합의금을 물고, 러시아 돈세탁 의혹 및 리보금리 조작 등 미국과 영국의 규제당국으로부터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받은 게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2012년 3분기 25억유로, 2013년 4분기 13억 유로의 대규모 적자를 내며 헤르메스 등 주요 주주로부터 신뢰도 떨어졌다. 도이체방크는 그간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전체 직원의 30%를 구조조정하고, 위험가중자산을 20%까지 감소시킨다는 '구조조정 전략 2020'을 지난 2015년에 수립, 이를 기반으로 경영구조 혁신을 추진해왔다. 

이번 대규모 구조조정 역시 '구조조정 전략 2020'을 바탕으로 진행된 것이다. 하지만 2022년까지 구조조정에 추가적으로 74억유로(9조7600억원)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올해 2분기에도 3조8000억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우려되면서 도이치방크에 대한 글로벌 금융시장 및 국내 금융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도이체방크가 파산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도미노 파장은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때보다 상상을 초월할 만큼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도이체방크의 파생상품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수년간 JP모건, 씨티그룹 등 미국 대형은행에 버금가는 수준에 달한 데다, 주요 은행간 금융 시스템상 상호 연관도 역시 높게 분석되고 있다. 

IMF가 분석한 주요은행 간 '금융시스템리스크'에서 도이체방크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가장 큰 리스크 기여도를 지닌 금융회사로 줄곧 꼽혀 왔다. 

'금융시스템리스크'는 단일 금융회사가 파산할 경우 연쇄적 파장을 얼마나 줄 수 있는지를 분석해 선정한다. 도이체방크가 파산할 경우 유럽은 물론 미국의 주요 은행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도 것이다.  

도이체방크 파산이 현실이 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에 비해 국내 금융시장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이유는 도이체방크와 직접 거래하는 국내 금융사가 많지 않은데다가, 파생상품과 관련해 국내 은행권이 도이체방크와 연계된 규모가 사실상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IB업계에 따르면 유럽 은행권에 대한 국내 금융권의 익스포저는 수년간 전체의 5% 수준에 그쳤다. 즉, 도이체방크로 인한 위기가 유럽 전체 은행으로 확산되더라도, 파생상품 관련 국내 금융회사들이 유럽 금융권과 연계한 규모 자체가 작다는 점에서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현재로서는 도이체방크에 대한 여파보다는 일본 수출 규제와 관련한 영향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도이체방크의 구조조정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봤다. 2008년 미국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대규모 해고 사태와는 결이 다르다는 점을 주 이유로 들었다. 오히려 이번 대규모 구조조정이 도이체방크의 경영구조를 개선시키는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파산'이라는 시나리오를 미리서부터 염두하기에는 다소 지나친 감이 있다는 시각도 상당수다. 

다만, IRS(금리스와프) 등 파생상품에 있어 산업은행 등 대다수 은행권이 연계가 돼 있다는 점에서, 이번 구조조정을 계기로 도이체방크의 체질 개선성공 여부가 향후 신용도면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도이체방크 구조조정은 경영부진에 따른 것으로, 구조적으로 인원 감축을 위해 단행된 것"이라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파생상품 손실로 인해 발생한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비교하는 건 확대 해석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가 직원이 필요없다고 판단해 결정한 구조조정인데, 이게 국내에 영향을 미칠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이체방크는 국내 금융사들에 굉장히 중요한 거래 역할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 지점 철수 등 국내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황 연구위원은 "일각에선 도이체방크의 정리해고를 리먼 사태와 비교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기도 하는데, 이는 지나친 측면이 있다"면서 "잘못된 투자로 대규모 손실을 입어 파산한 리먼과 감원을 통해 비용 요소를 줄여 생존 방향을 모색하는 도이체방크는 구조조정에 취지상의 결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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