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카드에 강남권 재건축 단지 '좌불안석'
'분양가 상한제' 카드에 강남권 재건축 단지 '좌불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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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급 적용' 여부에 따라 정비사업 '올스톱' 될 수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공식화하면서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하고자 후분양을 선택하는 단지가 늘고 있는 와중에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될 경우 분양가가 HUG가 제한하는 값보다도 낮아질 전망이어서 사정권에 들어가는 단지의 정비사업 일정이 '올스톱'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일 국회에 따르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국회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는 것을)검토할 때가 왔다"며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정 요건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추가 대책으로 분양가상한제가 거론돼 왔으나, 김현미 장관이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과 2주 전인 지난달 26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김 장관은 "일반 아파트 가격 상승률보다 분양가 상승률이 2배 정도 높은 민간택지 분양 아파트를 규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도 세부적인 방법은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기정 사실화한 것은 서울 곳곳에서 집값 반등의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업계에선 HUG의 분양가 통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 움직임을 보이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을 제지하려는 목적이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 조합은 후분양하기로 뜻을 모았으며,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 신반포23차, 반포경남을 통합 재건축하는 '래미안원베일리'도 후분양 공급으로 선회한 바 있다. 이들 단지 외에 서초구 잠원동 '반포우성'과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등도 후분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후분양 단지도 분양가 통제망에 놓이게 된다. 국토부 측은 강남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가 HUG의 산정액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렇게 될 경우 후분양을 통해 3.3㎡ 분양가를 6000만~7000만원 수준으로 높일 것이라는 재건축 단지의 계획은 무산된다. 현재 강남권에서 HUG가 요구하는 분양가는 3.3㎡당 4500만원선이다.

이들 단지를 비롯한 업계의 관심은 '기존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정비사업장까지 분양가상한제가 소급 적용될 것인가'이다. 현행 주택법 시행령에 따르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는 '해당 지역에서 규제 적용 이후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는 단지'다.

다만 김 장관이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예고한 만큼 '입주자 모집공고 승인'으로 분양가상한제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도 적잖다. 이 경우 후분양을 준비 중인 단지는 물론이고, 법 시행 이후 사업 추진에 나서는 모든 단지가 분양가 통제를 받게 된다.

일각에선 벌써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강남구 삼성동 A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만약 소급적용하면 '법 위에 국토부'라는 우스갯소리를 인정하는 꼴 아니냐"면서 "만약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곳에 소급적용되면 모든 정비사업 조합에서 줄소송을 이어갈 게 불 보듯 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에선 소급 적용에 대한 반론이 만만치 않아,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한 단지까지 소급 적용되는 최악의 상황에 대해선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관측을 내놓으면서도 주요 정비사업장의 사업이 '스톱'될 것이라는 우려는 감추지 않고 있다.

정비사업 지연과 중단이 '공급위축→집값 상승' 구조를 반복하게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사업을 중단하거나 미루는 단지가 늘어날 것"이라며 "이렇게 된다면 주택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집값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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