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지속가능채권 자금집행 '눈 가리고 아웅'
은행권 지속가능채권 자금집행 '눈 가리고 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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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 저금리 자금조달 후 은행 이익 창출에 활용
공시 시즌 땐 전 부서 관련 사업 취합 보고서 작성
(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사진=각사)
(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사진=각사)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은행권에서 지속가능채권 발행이 확대되고 있지만 실제 자금집행은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이뤄진다는 지적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 연이어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대만 자본시장에서 만기 5년으로 4억5000만달러 규모의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이보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4월 10년 만기로 4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는데 성공했고, IBK기업은행과 국민은행, 하나은행도 각각 3000억원(2월), 4억5000만달러(1월), 6억달러(1월)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지속가능채권은 비재무적 요소인 사회 취약계층 지원, 일자리 창출, 신재생 에너지 개발, 환경 개선사업 지원을 위해 발행하는 특수 목적 채권이다.

채권 발행도 글로벌 인증기관 등 외부기관으로부터 인증절차를 통과해야만 진행할 수 있다. 발행한 뒤에도 자금 집행 내역을 일정 기간마다 공시해야 하는 등 관리를 받게된다.

그럼에도 은행권이 채권발행을 확대하는 건 지속가능채권에만 투자를 하는 기관투자자들이 존재해 채권발행 성공 가능성이 높고, 글로벌 채권에 비해 금리를 낮출 수 있는 등 은행들이 좀 더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채권 발행 이후다. 조달한 자금에는 꼬리표가 붙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기 어렵다. 쉽게 말해 은행이 저리로 자금을 조달해 두고 은행의 이익이 되는 다른 사업에 쓰더라도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공시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차후에 각 부서별로 지속가능채권과 연관있는 곳에 사용한 자금내역을 받아 금액을 맞추기 때문에 당초 계획된 취지에 맞게 사용된건지 확인할 수 없다. 말 그대로 '눈 가리고 아웅' 식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지속가능채권 발행 직후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들에 저리 대출을 해 줄 수 있도록 예산을 내달라고 요청했지만 자금을 받을 수는 없었다"며 "그러면서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 관련 공시를 작성할 시기가 되면 사업 자금 집행 내용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는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지속가능채권과 무관하게 대출 등 상품을 만들어 판매한 뒤에도 환경이나 일자리 창출 등과 관련이 있다면 상품 판매액을 채권 자금 집행 계정으로 묶어 공시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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