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만만찮은 '매의 발톱'···7월 금리동결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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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범 금통위원 "가계부채 과도···금융안정돼야 성장"
'물가안정' 강조한 조동철 금통위원 주장과 정면 배치
맞붙은 '금융안정' vs '물가안정'···한은 선택 쉽지 않아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비둘기(통화완화 선호)파로 분류됐던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살며시 매의 발톱을 드러냈다. 이달 금통위를 2주 앞두고 성장의 전제조건으로 금융안정을 주장하면서 최근 일고 있는 금리인하론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고 위원은 3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과도한 신용공급이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통화정책 수립에 있어 금융안정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 고승범 "과도한 신용공급 경계" = 고 위원은 세계적 석학들의 연구를 예로 들며 과도한 신용공급이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위험을 경고했다. 신용증가가 일정 수준까지는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임계 수준을 넘어서면 되레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 위원은 "90년대 이후, 특히 2000년대 들어서는 금융공학 기법을 활용한 많은 파생금융 상품 등이 출현하면서 금융을 발전시키고, 경제성장도 촉진하게 될 것이란 기대를 받았지만 결국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9년 미 하버드대 라인하트와 로고프 교수가 금융위기를 연구해 펴낸 저서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 가운데 '국가든 개인이든 은행이든 간에 부채누적을 통한 과도한 외부 자본의 유입은 금융위기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도 인용했다. 

고 위원은 "영국 금융감독청(FSA)의 청장을 지낸 아데어 터너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경제학자들은 금융부문의 규모 확대와 심화가 경제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인다고 전제했으나, 이는 오류였다'"고 했다. 그는 "터너는 '현재 금융시스템은 시장에만 맡겨 놓으면 필연적으로 과도한 부채를 만들어내고 이러한 부채 창출이 버블 생성-붕괴를 초래하며, 버블 후 남겨진 과다부채는 경기회복을 더디게 만든다'고 진단했다"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고승범 금융통화위원, 조동철 금융통화위원. (사진=한국은행)
(사진 왼쪽부터) 고승범 금융통화위원, 조동철 금융통화위원. (사진=한국은행)

◇ 금통위 '금융안정' vs '물가안정' 의견 '양극' = 이날 고 위원들의 마무리 발언은 금통위 내 비둘기파 위원들과 대립각을 세워 미묘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조동철 위원을 비롯한 신인석 위원 등 비둘기 성향 위원들은 저물가를 타개할 방안으로 금리인하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고 위원이 금융안정을 앞세운 것은 우회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고 위원은 "통화정책의 수립과정에서 금융안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시경제정책인 통화정책이 경기와 물가 상황을 고려해 추진돼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고 운을 떼며 2016년말 금통위에서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운영의 일반원칙'을 언급했다. 

그는 "여기에는 신축적 물가안정목표제와 금융안정에 대한 고려에 대해 명확히 언급돼 있다"며 "현행 통화정책 체제하에서 금융안정에 대해 강조하는 것이 물가안정 목표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안정도 고려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5월 조 위원 연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 당국이 금융안정 측면을 고려해 저물가 대응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한 것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당시 조 위원은 우리나라의 인플레이션은 2012년 이후 7년 내내 목표수준을 하회하고 있으며, 한은이 통화정책을 설명함에 있어 가계부채, 부동산 가격과 같은 금융상황을 훨씬 더 강조해왔다고 쓴소리를 했다. 

◇7월 금리인하說에 제동 걸리나 = 지난달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시사로 국내에서도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고 위원의 기자간담회 발언들은 금리인하 기대감을 견제하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지난 2017년 11월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금융 불균형 누적 문제에 적절히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금리를 인상하자는 다수 의견에 동참했다. 지난해 10월 금통위에서 그가 이일형 위원과 함께 '금리 인상' 소수 의견을 낸 뒤 금통위가 다음 달 금리를 올리기도 했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 여파, 수출 감소 지속, 정부의 경제성장률 하향 등 어려운 대내외 여건을 고려하면 금리인상을 주장하기 어려운 만큼, 오는 18일 열리는 7월 금통위는 일단 금리동결로 가닥이 잡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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