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아가테가 10년 만에 1등 게임회사 된 사연
[전문가 기고]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아가테가 10년 만에 1등 게임회사 된 사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세현 피그말리온 글로벌 대표
백세현 피그말리온 글로벌 대표

어디서든 제대로 된 아이디어, 불굴의 도전정신, 잘 짜여진 계획 및 비즈니스 전략 등만 있다면 얼마든지 성공 신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것에 다들 동의할까. 말이야 쉽지만 실제로 행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리소스가 넘쳐나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잘 조성된 곳도 아닌 개도국에서의 창업은 과연 어떨까. 그 답은 '가능하다'일 것이다. 하지만 일궈나가는 과정을 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아가테(Agate)는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10년 만에 1등 게임 회사가 되었는지 그 여정을 따라가 보았다.

인도네시아에는 이미 유니콘 기업이 4개나 있다. 공유차량 고젝(Gojek), 여행 앱 트래벌로카(Traveloka), 온라인 쇼핑몰 토코피디아(Tokopedia)와 부카라팍(Bukalapak) 등이 그것이다. 그외에도 동남아 최고의 코워킹스페이스 '코하이브'도 인도네시아에 있다.

그런데 여기 인도네시아 최고의 게임 회사 아가테(Agate)를 빼놓을 수가 없다. 물론 아가테를 인도네시아 최고의 게임 회사라고 소개를 하더라도 이 회사의 규모가 한국 대형 게임회사들이나 중국의 대형 게임회사들과 맞먹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 나라에서든 1등을 하는 회사라면 외국 회사들이 현지 진출 시 함께 파트너쉽을 맺을 만하다는 점도 그렇고 어떻게 그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었을까? 한번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지화하여 현지 게임시장에 퍼블리싱을 하여 들어갈 때 현지 파트너사가 반드시 있어야하는 만큼 이런 1등 회사를 알아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2억 7000만명의 인구를 갖고 있고 2030년까지 세계 주요 경제 대국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인도네시아에서 1등을 하는 게임회사 아가테(Agate)는 어떤 기업일까. 아가테는 2009년 18명의 게임에 ‘미친’ 청년들에 의해 시작된 스타트업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들 청년 가운데 사업을 해본 적이 있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단 돈 1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이 조그만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매월 5달러의 월급이 고작이었지만 즐겁게 일했다.

그렇게 고생하던 이들은 이듬해인 2010년, 첫번째 히트작을 출시하게 된다. 후래쉬 게임인 '얼 그레이(Earl Grey)'와 '디스 루퍼트 가이(This Rupert Guy)'은 출시 1주만에 100만명 다운로드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사업을 한 번도 없는 대학생들이 모여 만든 스타트업에서 이 정도면 대단하다고 여길 만도 했다.

그렇게 하여 2011년 아가테는 다시 스마트폰 게임에도 뛰어들면서 큰 성공을 거둬나가기 시작했다. EA Chllingo가 퍼블리싱을 해줬을 정도였다.

자금적으로 쉬운 것은 아니어서 부모님들로부터 돈을 지원받기도 하고,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리기도 했고 고달픈 날들이 기쁜 날들보다 더 많았지만 언젠가 인도네시아 최고의 게임 회사가 될 것이라는 믿음과 너무도 아끼는 게임들을 만들어나가다 보면 자신들의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기에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하여 2012년에는 창업 4년 차 만에 일본 도쿄 게임쇼에 인도네시아 최초 대표 게임회사로 참가하게 되었다.

이듬해인 2013년에는 스퀘어이닉스(Square Enix)가 아가테에 '센고쿠 IXA'의 퍼블리싱을 맡겼다. 당시 최고의 온라인 게임중 하나였던 게임이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었고 이를 통해 아가테는 더욱 크게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하여 아가테는 '풋볼 사가2(Football Saga2)'의 대성공에 탄력을 받게 되었고 갑작스럽게 엄청난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총 109개의 고객사를 확보하게 되었고 거대 게임 기업들인 '아스트라 인터내셔널(Astra International)','CIFOR' 그리고 Kalbe같은 회사들도 아가테와 협업하게 되었다.

이때 아가테는 이미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25개의 가장 창의적인 회사중 하나로 뽑히기도 하였다. 불과 창업한지 6년 만에 일궈낸 쾌거였다.

2016년에는 말로에코에 벤쳐스(Maloekoe Ventures)로부터 100만 달러 투자유치를 해냈고 말레이시아 최고의 IP 회사와 합작하여 '유핀 이핀 데미 메트로밀레니엄'이라는 게임을 만들어내어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아가테는 2017년 또 다른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주라간 터미널(Juragan Terminal)'이라는 게임을 출시하였고 이를 계기로 더욱 일취월장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최고의 유명 인풀러언서들인 '에드호 젤(Edho Zell)' 및 '캐상 팡가렙(Kaesang Pangarep)'과 협업을 하게 되면서 유명세를 더욱 높일 수 있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GDC(Game Developers Conference) 2018에서는 'eSports Saga'를 론칭하여 포켓 게임머의 '더 빅 인디 피칭'에서 2위를 차지하였다. 차세대 콘솔 게임인 PS4용 '발티리안 아크(Valthirian Arc)'를 론칭하기도 하였다.

현재 아가테는 200명이 넘는 직원을 보유하고 250개가 넘는 게임들, 200개사 이상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최대 통신사인 텔콤(Telkom) 및 호주의 외무통상부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아리프 위디야사(Arief Widhiyasa) 아가테 창업주 중 1인이자 대표이사는 현재 불과 32세의 나이지만 10년간의 사업을 통해 현지에서는 굴지의 존경받는 청년 기업가이다. 그는 사업 초창기 어려움에 처했을 때 많은 관련 자료를 읽고 글로벌 게임 컨퍼런스에 참석하며 인적 네트워크를 쌓아나갔다고 한다.

또한 뛰어난 게임개발자들이 부족하다는 점을 느껴 관련 회사들 및 대학교들과 협업을 통해 게임 개발을 해나갔고 젊은 재능을 가진 이들이 게임업계에 조인할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거듭하기도 하였다.

아리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게임업계는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곳 중 하나로서 지난 5년간 30퍼센트의 성장율을 보일 정도이다. 2030년이 되면 세계 5대 게임시장중 하나가 된다는 예측도 해본다.

아리프는 이렇게 인도네시아 게임 시장이 급성장 중인 이유를 인도네시아 자체의 1인당 GDP가 급상승 중이고 젊은 계층의 증가, 스마트폰 혹은 이동통신의 사용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디지털인프라가 발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인도네시아 정부 자체의 지원과 각종 엑스포 및 재정적 지원이 큰 힘이 되고  있다고도 전했다.  공유차량 고젝(Gojek)이 인도네시아 시장에서만 경쟁하고도 동남아 전체를 아우르던 그랩(Grab)을 상대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것처럼 인도네시아 자국 내에서 열심히 성장한 아가테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동남아 최고 게임회사 중 하나가 되었다.

역시 거대한 자국 시장에 힘입어서 가능했던 것이다.  현재도 아가테는 천만명의 상시 게임 고객을 보유하고 있을 만큼 지지층이 탄탄하다.  올해는 특히 한국과의 협업을 강화해나갈 생각이라는 아가테 대표이사 아리프는 파트너사들을 한국에서 계속 찾고 있으며 동남아 시장으로 진출할 한국 기업들도 찾는 중이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