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업부는 알고 소방당국은 모르고"···23번째 장수군 ESS 화재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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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전기공사 등도 감식한 적 없어···산업부 "조사위에서 했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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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발표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23건 중 마지막 화재로 집계된 전북 장수군 ESS 사고 발생 진위여부가 명확하지 않다. 산업부는 민관합동 조사위원회에서 현장 조사를 했다는 입장이지만 관할 소방서에 신고 접수가 되지 않았고, 전기안전공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도 화재 감식·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사고의 경우 조사위 외에도 유관기관의 합동조사가 실시된 점으로 볼 때 화재 현장 감식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발표한 23건 외에도 드러나지 않은 사고가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27일 소방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발생한 전북 장수군 태양광연계 ESS 화재는 관할 소방서에 신고되지 않은 사고다. 무진장소방서 관계자는 "1월 15일 장수군 ESS 화재는 인지하고 있지만 5월에 발생한 사고는 전혀 모른다"면서 "5월 3일 태양광발전설비 인버터에서 불이 난 경우는 있었는데 ESS와는 관련이 없고, 관내에서는 1월 이후 없었다"고 말했다. 

전라북도 소방본부 관계자도 "해당 사고가 우리 현황에는 없어서 산업부에 질의하니 당시 사업주가 외부로 알려지길 원하지 않았고 불이 났다가 꺼졌기 때문에 소방서에는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며 "어쨌든 피해를 입은 내용이니 ESS 사고 현황에는 포함시켰다는 것이 산업부 답변"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비가 타버린 후 불이 꺼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신고가 없었기 때문에 소방서 조사 자료도 없다. 앞서 발생한 22건의 화재와 동일한 사고 현황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부분에도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장수군 ESS 화재와는 달리 2017년 8월 2일 전북 고창에서부터 2019년 5월 4일 경북 칠곡에서 발생한 사고는 모두 관할 소방서에 접수가 됐고, 화재현장조사서도 남아있다. 다만 국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화재가 소방서에 신고되는 것은 아니다. 화재 규모가 작아 자체 진화가 가능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사업장에서 화재를 자체적으로 진화한 경우 소방서에서는 '자체 진화'로 분류는 하지만 일단 신고가 이뤄지면 기록은 남는다. 상황이 종료됐더라도 보고서는 작성해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14일 한국전력 제주지역본부 ESS 화재의 경우 직원들이 소화기로 자체 진화했지만 신고가 됐기 때문에 관할 소방서는 사고 내용을 인지하고 있다. 진화 여부를 떠나 신고를 하지 않는다면 알 수 없다는 것이 소방청의 설명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사실 ESS가 산지, 해안가 등 인적이 드문 곳에 설치된 경우가 많아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화재도 있다. 지난해에도 이같은 경우가 몇 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사후라도 신고가 된 곳은 집계가 되는데 5월 ESS 화재는 사후에도 신고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무래도 ESS 화재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높다보니 사업자가 주목받는 것을 꺼려 신고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보험금 수령 목적이 아닌 이상 사후에 신고하는 경우는 희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14일 오전 4시 40분께 화재가 발생한 한국전력 제주본부 ESS 사고 현장. 해당 시설 제조사는 레보(Revo)로 확인됐다. (사진=김규환 의원실)
지난해 9월 14일 오전 4시 40분께 화재가 발생한 한전 제주본부 ESS 사고 현장. (사진=김규환 의원실)

ESS 화재의 경우 비상 설비 작동으로 저절로 불이 꺼졌을 가능성도 있지만 리튬이온배터리가 사용됐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자체 진화했던 한전제주지역본부의 ESS 설비 용량은 0.18메가와트시(MWh)로, 5월 26일 전북 장수군 ESS 설비(1.027MWh)에 비해 작다. 소방청 등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까지 알려진 23건의 사고 외에도 추가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3번째 장수군 ESS 화재는 국과수를 비롯해 전기안전공사, 화재감식학회 등에서도 현장 감식이 실시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발생한 화재 조사를 살펴보면 소방서에서 작성한 화재현장조사서와 전기공사의 중대사고 조사보고서, 한전 기후변화대응처의 원인분석보고서, 국과수 감정서 등이 있다. 

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보통 소방서에서 먼저 조사를 실시한 후 요청이 있을 시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면서 "5월 장수군 화재는 소방서에도 접수가 되지 않은 사고이기 때문에 우리 측에서도 별도 조사서가 없다"고 말했다.

국과수 측에서도 "전북 지역 ESS 화재의 경우 1월 중순 발생한 장수군 사고 현장에는 감식을 나갔는데 그 이후에는 실시하지 않았다"고 답했고, 화재감식학회도 "별도 감식을 실시한 적 없고, 자체 진화 시 자체 조사서는 남아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전북 장수군 ESS 화재 현장 조사는 조사위에서 했다고 주장한다. 조사위 전기안전 분야에는 한전 전력연구원과 전기안전공사 전기안전연구원, 소방산업기술원, 화재감식학회가 포함돼있다. 소방서에 신고된 사고가 아니기 때문에 조사위 차원의 조사서만 존재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27일 조사위 출범 이후 발생했던 △경남 양산(1월 14일) △전남 완도(1월 14일) △전북 장수(1월 15일) △울산(1월 21일) △경북 칠곡(5월 4일) ESS 화재는 유관기관들의 별도 보고서가 남아있다. 

산업부 제품안전정책과 관계자는 "산업부와 조사위원회에서는 해당 사고를 인지하고 있지만 소방은 모른다는 점에서 특수 케이스로 보인다"면서 "사고가 늘어난 이후 직간접적으로 운영정보가 확인되고 있어 파악되지 않은 사고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산업부가 한 의원실에 '화재 발생했다가 꺼지는 작은 ESS 사고도 꽤 있는 것으로 안다'고 언급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5월 26일 전북 장수군 ESS 화재 사고에 대해 일부 의원실은 지난 24일 산업부에 현장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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