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위공직자의 상장기업 방문, 신중해야 할 이유
[기자수첩] 고위공직자의 상장기업 방문, 신중해야 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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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국내 증시를 분석하는 전문가들은 한국증시는 해외 시장보다 '변수'가 많다고 곧잘 말한다.

기업의 재무제표를 비롯한 객관적 지표를 근거로 투자를 결정하는 해외투자자와는 달리 국내 투자자들은 입소문, 분위기 등에 쉽게 휩쓸리는 투자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최근 한 사례가 이를 보여줬다. 이러한 투자성향은 전날 '티앤알바이오팹'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3D 바이오프린팅 기업 티앤알바이오팹은 25일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방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 급등락을 겪은 것이다.  

정 차관은 3D 바이오프린팅 산업 및 기술개발 현황, 정부의 지원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며 "바이오 3D프린팅과 같은 미래 융합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는 다각적인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들어 밀어붙이고 있는 '고부가가치 창출 미래신산업 육성' 기조로 읽혀졌다.

이날 1만4000원 선에 머물던 티앤알바이오팹은 정 차관의 방문 소식이 전해진 오후 2시경 1만6900원까지 급등해 '정적VI발동'이 걸리기도 했다. 정적VI발동은 주가 급등락시 투자자들에게 판단의 시간을 갖도록 하기 위해 한국거래소가 내린 변동성 완화 장치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주가는 정적 발동이 풀린 이후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하며 급락한다. 티앤알바이오팹 역시 정적 발동이 풀린 이후 상승폭을 반납하며 이날 1만4750원에 마감했다.

정 차관이 방문한 티앤알바이오팹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성과를 낸 상황은 아니다.

그간 티앤알바이오팹의 매출을 살펴보면 지난 2016년 3억원, 2017년 4억원, 그리고 지난해 1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30억원, 42억원, 47억원에 달한다.

결국 티앤알바이오팹의 당일 주가변동은 실적 등 객관적인 지표가 아닌, 고위공직자의 방문이라는 '일시적' 이벤트의 영향이라고도 볼 수 있다. 결국 이같은 고위공직자의 기업방문은 투자자들에게 있어 기업에 대한 신뢰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주는 지표로 읽혀질 수도 있다.

물론 근래 들어 이낙연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정부정책 지원 과정에 대한 꼼꼼한 모니터링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정 차관의 방문 역시 산업부 차원의 다각적인 검토 끝에 단행됐을 것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녹색성장산업' 지원정책 기조에 발맞춰 당시 주무부처였던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신임 장관은 취임후 첫 기업방문 대상으로 태양광 산업군의 중소기업을 선택했었다. 그러나 장관의 방문으로 주식시장의 이목을 사로잡았던 해당 기업은 좋지 않은 결말로 인해 다시 한번 부각됐다.

물론 기술특례상장을 밟은 티앤알바이오팹은 외부 평가기관으로부터의 기술성 평가를 거친만큼, 주식 시장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신뢰도를 유지하고 있는 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다.

더불어 코스닥 신성장 기업 입장으로 본다면 차관급 고위공무원의 방문을 정중히 사양할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 증시의 특성을 고려할 때 고위공직자가 코스닥 중소 상장사를 방문하는 경우에는 각별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요즘처럼 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시기에는 테마주, 일시적 이벤트 등에 투자심리가 쏠리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에서 기업 방문 결정을 내리기 전에 더더욱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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