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거짓말'로 점철된 한빛 1호기 사고···의문점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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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주장 열출력 값도 5% 넘어···"3.55%로 축소 보고"
'관행대로' 제어봉 측정하다 원자로 상황도 파악 못해 
비슷한 사고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자료=원자력안전위원회
자료=원자력안전위원회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지난 24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한빛 1호기 출력 급증 사고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여태껏 한국수력원자력이 내놓은 해명들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수동정지가 불필요했다는 근거였던 열출력 값조차도 축소 보고되거나 원자로 출력 상태도 몰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번 사건은 관행과 안일함이 맞물린 총체적 운영 부실이라는 지적이다.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다른 곳에서도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의문점은 여전하다. 

◇ 운영기술지침 몰랐다더니···규제기관과 '열출력값' 논쟁

지난달 한빛 1호기 사고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한수원 측은 운전원들이 운영기술지침상 수동정지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운영지침서에 따르면 원자로특성시험 중 열출력 제한수치가 5%를 초과할 경우 원자로는 즉시 정지돼야 한다. 당시 한수원 운영분석팀 관계자는 "운전원이 해당 규정을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 원칙상 맞다"면서 "그러나 제어봉을 인출하면서 출력이 상승했고, 다시 제어봉을 삽입하는 과정에서 증기발생기 수위변동, 냉각재 온도 상승 등에 대한 조치를 취하는데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조사단 방문 전까지는 해당 내용을 인지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지침 인지 후에는 수동정지 조치를 취했을까. 원안위에 따르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킨스) 사건조사단은 사건 당일인 5월 10일 오후 4시 10분에서 6시까지 진행된 보조급수펌프 기동사건 조사 과정에서 원자로 열출력이 5%를 초과한 사실을 확인했다. 한수원 주전산기 기록에서 펌프 기동 전 열출력이 18%였던 것을 확인하고 수동정지가 필요한 상황임을 사업자와 원안위에 알렸다. 6시 10분에는 한수원도 내용을 인지한 셈. 당초 해명대로라면 원자로 정지 시각을 앞당길 수 있었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한수원은 자체 열출력 계산 결과 5%를 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규제기관과 논쟁을 벌였다. 6시 50분께 한수원은 주전산기에 열출력 값으로 기록된 '노외핵계측 값'과 '2차측 열출력 값' 가운데 후자가 –1.05%로 측정돼 수동정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운영지침서의 '열출력' 개념을 두고 사업자와 규제기관이 대립하는 사이 시간은 지체됐다. 노외핵계측기 열출력을 강조했던 킨스는 7시 30분께 재차 수동정지를 요구했다. 기술지침서상 열출력은 열출력으로 보정된 중성자 출력, 즉 노외핵계측기 열출력으로 봐야한다는 의견은 당시 외부에서도 이어졌다. 

8시 59분 한수원 본사는 수동정지가 필요함을 한빛 1발전소 소장에게 전달했고, 수동정지 필요성을 9시 12분 원안위에 보고한 후 원안위 지시에 따라 10시 2분에 원자로를 수동정지했다. 

◇ 3.55% 믿고 버티다가···킨스 "2차측 열출력값도 5% 초과"

한수원은 운영지침서상 열출력이 2차측 열출력이라 주장했지만 원안위 조사 결과 해당 측정값도 5%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한빛 원전 관계자는 "원자로 출력값(노외핵계측기 열출력)이 18%로 급증했을 때 2차측 열출력 값을 사후 계산해보니 3.55%로 집계됐다"면서 "다만 2차측 열출력을 두고 규제기관과 이견이 있어 관련 내용도 조사 중에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초 한수원이 제시한 2차측 열출력 3.55%를 둘러싸고 측정값 축소 의혹도 제기됐다. 저출력 상태에서 열출력 불확실성이 크지만 노외핵계측기 열출력이 18%일 때 3.55%의 열출력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왔다. 이에 한수원이 지침서 내용을 이미 인지하고 수동정지 불필요성을 주장하기 위해 5% 미만의 2차측 열출력값을 내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은 "열출력은 늦게 반응하는 반면 노심출력은 빨리 반응하기 때문에 출력이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노외핵계측기 열출력 5%가 넘으면 즉시 정지해야 되는데 한수원은 문구 그대로 열출력 값으로 버틴 것"이라면서 "통상 노심출력이 20% 정도라면 열출력 값과는 10% 이상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건 초기 한수원은 2차측 열출력값 –1.05%를 제시했다가 정정했다. 이를 정정한 값이 3.55%였지만 여전히 5% 미만이었다는 사실을 주장했던 것. 장창선 킨스 원자력기술단장은 "주전산기에는 초단위로 노외핵계측기 출력과 2차측 열출력값이 표시된다. 사건 초기 초단위 측정값을 달라고 했더니 한수원은 2차측 열출력값만 제시했고, 해당 수치는 의미가 없으므로 노외핵계측기 값을 요구했지만 한수원은 열출력값을 주장했다"면서 "주전산기에 기록된 출력값 전체를 들여다봤더니 2차측 열출력값도 5%가 넘었다는 것이 확실하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주전산기에 모두 기록이 되므로 열출력 값도 수기로 계산할 필요없이 전산기만 봐도 알 수 있다"면서 "사업자 측에서 열출력 값을 사후에 왜 수기로 계산했는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 임계 상태를 미임계로 착각···'원인미상' 노이즈 발생 이유는?

이번 사건의 핵심은 원인미상의 노이즈 발생으로 제어봉 성능측정 방식을 변경했고, 운전원이 '임계' 등 원자로 출력 상태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임계 상태란 원자로 운전에 적합한 수의 중성자를 현Aq재 수만큼 유지하는 상태를 뜻하고, 중성자 수가 미달된 상태면 '미임계', 출력을 상승시킬 수 있는 임계 이상의 상황을 '초임계'로 분류한다. 원자로 출력 상태 확인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사건 발생 전인 5월 9일 한빛 1호기에서는 제어봉 제어능 시험이 수행됐다. 14년간 수행해왔던 '동적 제어봉 제어능 측정법'이 실패함에 따라 '붕소희석법 및 제어봉 교환법'으로 방식을 변경해 시험을 진행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시험을 담당한 원자로차장은 동적 제어봉 측정법에는 익숙했지만 제어봉 교환법에는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안위 조사 결과 기동경험이 처음이었으며 보완에 필요한 교육 훈련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어능 측정법은 크게 두 가지다. 2000년대 이전에는 제어봉 교환법을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동적 제어봉 측정법을 사용하고 있다. 한빛 1호기의 경우 2006년부터 해당 방식을 이용해 성능을 측정해왔다. 제어봉교환법은 붕소 주입·희석·농축시키는 방식으로 제어봉 성능을 측정한다. 운전원이 항상 임계 상태를 확인해야하고, 붕소의 농도를 높이거나 낮추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특징이 있다. 2000년대 이후 미국에서 도입된 동적 제어봉 측정법은 하나의 제어봉을 노심에 허용된 최대속도로 삽입·인출하는 방식이며 기존 방식보다 시험시간이 반으로 줄어든다. 

원안위에 따르면 원자로차장은 반응도 계산 결과 제어봉을 100단까지 인출해도 과다출력 등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 이유는 미임계 상태로 판단하고 시험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원자로차장은 반응도를 –697pcm으로 계산했지만 사건 조사 시 계산된 값은 임계에서 벗어난 수치인 +390.3pcm으로 확인됐다. 제어군 위치(66단)가 임계기준(44단)보다 높았으나 미임계로 오인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 소장은 "제어군 인출 전 반응도 계산을 했지만 임계 상태가 아닌 미임계로 생각하고 계산을 수행해 출력변화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면서 "동적 제어 방법에서는 제어봉을 인출해도 임계에서 초임계로 전환될 가능성성이 없지만 붕소를 이용해 임계를 맞추는 과거 방식에서는 제어봉을 뽑아버리면 초임계 상태가 된다. 과거 방식으로 시험하다가 제어봉 편차가 발생하니 임계 확인을 잊어버리고 제어봉을 빼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직원은 동적 제어봉 측정 방법을 3회 실패한 후 측정 방식을 변경했다. 왜 익숙한 방식으로 계속 진행하지 않고 교환법으로 바꿨을까. 장 기술단장은 "기준치에서 많이 벗어나니까 동적 측정법으로는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겠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면서 "다른 주기 때보다 심했던 노이즈 간섭도 변경 이유"라고 말했다. 제어능 측정 방식 선택은 사업자 재량이며, 횟수도 제한은 없다는 것이 원안위의 킨스의 설명이다.

동적 제어봉 시험 중 발생한 원인미상의 노이즈 현상도 추후 조사에서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장 단장은 "노이즈 발생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현재 조사 중에 있다"면서 "노외핵계측 쪽에 문제가 있는지 혹은 전류신호가 들어올때 전선 흔들림 등으로 어떤 간섭이 발생했는지 등 추가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선은 원인 미상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안위 관계자도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전자기적인 부분 등 추가 조사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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