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 주 52시간제 시행 임박···은행권 '기대반 걱정반'
[현장클릭] 주 52시간제 시행 임박···은행권 '기대반 걱정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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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운영 덕에 이미 상당부분 적응···여가시간·자기개발 도움 돼"
"업무량 달라 시간 부족하기도···기록 안남기면 돼 준수 여부 의문"
한 고객이 은행 대출 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한 고객이 은행 대출 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주 52시간제 도입을 일주일 앞두고 있는 은행권은 지난 6개월간의 시범운영 도입영향으로 많이 익숙한 듯 보였다. 하지만 업무마다 일의 절대적 양이 다르고, 전산에만 기록이 남지 않으면 된다는 점 때문에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 지 의문을 품는 부분도 있었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다음달 1일부터 본격 도입되는 주 52시간 제도를 준수하기 위해 작년말 혹은 올해 초부터 여러 방안들을 내놓고 적용하고 있다.

특히 주52시간 시범운영 직후 도입됐던 'PC오프제'가 도입에 주효한 영향을 미쳤다.

PC오프제의 대표적 사례는 한 때 논란이 되기도 했던 '점심시간 보장'이다. 은행 직원들은 PC 오프제 운영에 따라 점심 휴게시간 1시간 동안은 PC를 전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점심시간을 보장받고 있다.

도입 초반만 하더라도 사회적으로나 은행 내부에서 '바쁜 점심시간 영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반발이 심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다.

뿐만 아니라 은행의 본격적인 업무는 셔터가 완전히 닫힌 후부터라던 웃지못할 문화도 전산시스템을 완전히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많이 사라진 상태다.

은행 영업점 A씨는 "초반에는 시행착오 때문에 혼란스러웠지만 이젠 시스템 상에서 지킬 수 밖에 없도록 하고 있어 상당히 정착됐다"며 "특히 퇴근 후 개인적인 여가 시간이나 자기개발 시간이 생기면서 질적인 면에서 좋아졌다"고 말했다.

또 크게 달라진 부분은 의미없이 이뤄졌던 회의시간이 줄어들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개선됐다는 점이다.

KEB하나은행은 이날부터 회의를 주 1회, 1시간 이내로 줄이고, 자료를 1일 전 배포하는 '하나·하나·하나' 캠페인에 나섰다.

우리은행도 회의 자료를 1장으로, 회의시간을 1시간 이내로, 회의 결과 회신(피드백)은 1일 이내로 하는 '1·1·1 캠페인' 중이다.

신한은행은 회의를 압축적으로 할 수 있도록 각 부서에 5~30분 단위로 설정할 수 있는 알람시계를 배포했다. 짧은 회의는 사무실에서 입식으로 하고 있다.

KB국민은행도 '스탠딩' 회의를 도입하고, 태블릿 PC로 회의 내용을 확인하도록 했다.

캠페인이 도입된 건 최근의 일이지만 52시간 시범운영 초기부터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분명 계속 늘어왔다. 그 결과 기한 내 일을 마무리 하는게 더 쉬워졌다는 의견도 있었다.

은행 본점에 근무하는 B씨는 "업무집중화로 기한 내 일하는 게 어렵지 않다"며 "다들 이제는 할만하다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무에 따라 일의 양이 다르다보니 근무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생기는 부작용도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특히 노트북 등 '개인PC의 사용'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지적됐다.

IT나 IB, 홍보·마케팅 등 일부 업무는 타 부서에 비해 일의 절대적 양이 많다보니 주 52시간을 다 채우고도 시간이 모자라는 문제가 일부 나타났다. 그렇다보니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개인 노트북 등에 은행 내부 자료를 내려받은 뒤 처리하는 일들이 종종 있다.

전산상에서 근무시간만 확인되지 않으면 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은행들은 후결(추후 결재), 하부 위임(차·과장급에서 대신 결정하는 것) 등을 통해 문제  없는 것처럼 조작하거나 개인의 행위로 몰아 세워 책임을 회피할 수도 있다.

은행원 C씨는 "아직도 허점이 많아 숨어서 초과근로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라며 "초과근로에 대해 좀 더 강도높은 관리감독이 필요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인력 충원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직원 충원이 필요한데도 동일한 인력을 그대로 유지해 업무량만 늘었다는 것이다.

은행원 D씨는 "근무시간이 부족한 만큼 루틴하게 해야하는 업무들은 자동화해서 볼 수 있게 해 주면 보고서 작성 등에 시간이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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