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돌 맞은 5만원권···만원권 제치고 중심화폐 '明과 暗'
10돌 맞은 5만원권···만원권 제치고 중심화폐 '明과 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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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잔액 98조원···지하경제 유입 우려 여전
사진=한국조폐공사
사진=한국조폐공사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오는 23일 발행 10주년을 맞은 5만원권은 어느새 다른 권종을 누르고 가장 많은 발행량을 차지할 정도로 우리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10년이 지난 현재 10만원권 자기앞수표는 거의 자취를 감췄고, 경조사비 봉투엔 1만원권보다 5만원권이 더 많이 쓰이게 됐다. 

5만원권 발행으로 경제생활의 편리함은 더해졌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환수율 탓에 지하경제 유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시중에 유통 중인 5만원권은 98조2000억원으로 금액 기준으로 전체 은행권(지폐)의 84.6%를 차지했다. 장수 기준으로도 2017년부터 다른 지폐들을 제쳤다. 5만원권은 지난달 말 현재 19억6000만장(36.9%)이 유통되고 있어, 1000원권(16억장), 1만원권(14억8000만장)을 제쳤다.

5만원권은 10만원권 수표의 발행 부담과 사용 시 어려움을 줄이고 1만원권 여러 장을 갖고 다녀야 하는 불편을 없애자는 취지로 도입돼 2009년 6월23일 공식 유통을 시작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경제 주체별 현금사용행태 조사 결과 국민들은 거래용 현금의 43.5%, 예비용 현금의 79.4%를 5만원권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만원권의 용도로는 일상적인 소비지출에 43.9%, 경조금에 24.6%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발행 초기 5만원권 신권이 황색 계통인 5000원권과 색깔이 비슷해 물건 값을 치를 때 두 권종을 혼동하기 쉽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5만원권 사용에 익숙해지면서 이런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이제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10만원권 자기앞수표는 5만원권 지폐에 거의 대체됐다. 10만원 자기앞수표 교환 장수는 2008년 9억3000만장에서 지난해 8000만장으로 대폭 줄었다. 자기앞수표는 사용할 때 뒷면에 신원 등을 배서해야 했고, 받는 쪽에서도 신분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현금보다 위조가 상대적으로 쉬워 위·변조에 따른 피해 사례도 잦았다.

다만, 5만원권이 범죄수단에 악용되거나 비자금 조성 등 지하경제로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한 해 동안 5만원권 발행액에 견준 환수액을 나타내는 환수율은 67%로, 1만원권(107%), 5000원권(97%), 1000원권(95%) 대비 상대적으로 낮았다.

경제규모가 계속 커지고 경제생활에서 5만원권의 사용이 늘면서 환수액이 발행액에 미치지 못할 개연성은 있다. 하지만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은 환수율 탓에 5만원권이 지하경제로 흘러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각종 뇌물수수나 비자금 조성 등 부정부패 사건이 드러날 때 5만원권을 가방이나 쇼핑백 등에 담아 전달했다는 수사결과가 빈번히 나오기도 했다. 환수율 통계 개선과는 무관하게 5만원권에 대한 음성적인 수요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한은은 주요국 통화와 비교할 때 5만원권의 액면가치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강조한다. 한은 관계자는 "테러 및 범죄은닉 자금 등으로 빈번히 사용된 500유로권(약 66만원) 등 해외 고액권과 비교하면 5만원권은 액면가치가 매우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하경제 규모를 정확히 추산하기는 어렵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는 200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23.1%에서 2015년 19.8%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5만원권 사용이 지난 10년간 큰 폭으로 늘었지만,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되고 현금없는 매장 등이 나오면서 사용량 증가속도는 둔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화폐 발행 추이를 보면 5만원권 발행액은 전년보다 2.2%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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