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나오기까지 40일···'신사임당'에 숨긴 보안장치만 2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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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 조폐공사 5만원권 제조기술 세계 수준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세계 200여개국 가운데 지폐를 자체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나라가 몇 개국이나 되는지 아십니까?"

경상북도 경산시에 위치한 조폐공사 화폐제조본부에서 조재광 조폐공사 관리처장이 던진 질문이다. 답은 6개국이다. 지폐의 원료인 면 펄프에서부터 인쇄에 사용되는 특수잉크, 지폐에 들어가는 각종 보안장치와 특수인쇄 기술까지 모두 갖춘 나라가 단 3%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캐나다 등 쟁쟁한 선진국 대열에 대한민국도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화폐는 그 나라의 국력이자 경제력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한다. 그 화폐를 자체 제작할 수 있는 '조폐주권(造幣主權)' 확보의 일등공신이 지난 17일 방문한 경산 화폐본부다. 국가중요시설 '가'급에 해당하는 만큼 2중 외벽부터 교도소를 방불케 헸다. 삼엄한 보안을 방증했다. 임직원들은 "화폐를 제조하는 공정이 함부로 외부에 노출돼서는 안된다"며 핸드폰 카메라에 보안 스티커를 부착해달라고 신신당부 했다. 

그렇게 들어선 지폐생산 공장 내부에서는 5만원권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은은한 잉크냄새에 더해 기계 돌아가는 굉음에 직원들 몇몇은 귀마개를 꽂고 있었다. 무선 송수신기로 소통해야 했지만, 내부는 여유롭고 쾌적했다. 박상현 조폐공사 생산관리부 차장은 "일정한 작업환경을 위해 공장온도는 4계절 내내 23~24도 습도는 50%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사진=한국조폐공사
사진=한국조폐공사

5만원권 한장을 만드는데는 통상 8단계의 생산공정과 40일 이상의 시간이 요구된다. 519mm*617mm 전지 한장에는 가로 4장, 세로 7장 총 28장의 5만원권이 만들어진다. 종이 한 장이 140만원인 셈이다. 공정별로 상세하게 보면 △평판인쇄 △스크린인쇄 △홀로그램 부착 △요판인쇄 △전지검사 △활판인쇄 △포장 및 검사 등의 과정을 거친다. 차근차근 살피면 지폐 안에 포함된 위변조 방지기술을 추가하는 작업을 여러 번 확인할 수 있다. 특히 5만원권의 경우 총 22개의 보안장치들이 숨겨져 있다. 공개된 장치는 16개, 비공개 장치는 6개다. 

5만원권을 상하·좌우로 기울이면 은선 속 태극무늬가 좌우·상하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는 데, 이는 기존 은행권에 적용되지 않았던 입체형 부분노출 은선이다. 이외에도 띠형 홀로그램(보는 각도에 따라 우리나라 지도, 태극, 4괘 무늬가 같은 위치에 나타나며 그 사이에 50000이라는 숫자가 세로로 쓰여 있음), 가로 확대형 활판번호 등 다양한 신기술이 적용됐다. 조폐공사가 '세계최고 수준의 보안기술이 집약된 인쇄물이자 예술품'으로 자부하는 배경이다. 

2009년 6월23일 첫 발행 이후 5만원권은 지난 10년간 185조9392억원어치, 37억1878만장이 발행됐다. 자기앞수표를 대체하는 등 주된 화폐로 자리잡고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5만원권 위폐는 지난해 기준 49장에 불과하다. 김기동 조폐공사 화폐본부 본부장은 "5만원권의 위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의미”라며 "일본과 함께 '위조지폐 청정국'이라는 데서 조폐공사의 세계적인 위변조방지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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